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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어!”싸이월드 스킨 작가의 책 ‘엄마, 오늘도 사랑해’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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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6  04: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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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사회 속 어머니들은 어떤 존재일까? ‘보인자’ ‘모계유전’ 등 과거에는 비난적인 표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혈우병에 있어 모계유전이라는 말은 점차 사용되지 않았다. 병적 특이성과 변이성 등 후천적, 가변적인 요인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혈우사회에서는 ‘혈우병은 곧 모계유전’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다수 환우들의 어머니들은 스스로 보인자라는 번민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이야기는, 희귀질환을 갖고서도 ‘싸이월드’ 스킨 작가로 인기를 누렸던 구경선 작가(그는 본명 보다는 구 작가라는 호칭으로 익숙하다)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 모습을 그림과 글로 담아 <엄마, 오늘도 사랑해(저자 구 작가, 예담출판, 2017년 4월)>라는 책을 썼다. 나는 최근 이 책을 접하면서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감동의 여운을 우리 헤모라이프 독자들과 함께 나누길 원한다.

“병이 가져다주는 더 잔혹한 현실은 무엇일까?”

▲엄마, 오늘도 사랑해(저자 구 작가, 예담출판, 2017년 4월)

내가 어떤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병으로 인해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이 잔인한 것일까? 아니면 죽지는 않으나 신체의 일부 기능을 잃은 체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거나,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더 잔혹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대부분의 중증 질환과 희귀병이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가 많았기에 아주 쉽게 생각한다면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처럼, 살아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했을 것 같았다. 청각을 잃었지만 당장 죽음을 목전에 앞둔 병을 얻은 것은 아니었던 베토벤이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것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고 표현하는 어느 책에서 보았던 구절에도, 너무 음악을 사랑했던 천재 작곡가였기에 특별한 경우일 뿐, 보통은 그 정도로 목숨을 건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나였다. 물론, 음악가가 음악을 만들 수 없고, 악기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할 수 없게 손을 다치고, 운동선수가 더 이상 현역으로 뛸 수 없는 부상을 얻은 경우가 간혹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먼저 생명을 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사람들이나 ‘의사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그런 나의 생각이 저자 구 작가를 비롯한, 병으로 인한 후유증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시는 수많은 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섣부른 생각이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절로 숙이게 되었다. 내가 일반적인 나의 생각대로 판단해야 할 문제는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저 생명을 유지하는 것, 그것을 위해 내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듯,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내가 살아있는 이유’처럼 중요한 일 혹은 바람이 존재하는 것, 목숨을 잃는 것, 장애가 있더라도 살아있는 것, 물론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서만 생각해본다면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것이 바른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삶을 받아들이기까지 환자 자신과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받아들임의 과정은 어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의 과정보다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수없이 ‘베니’ 캐릭터 그림을 보면서도 몰랐던 구 작가의 사연과, 그런 구 작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계시는 ‘엄마’라는 존재에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훔치며 책을 읽어 나가야 했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서로를 보면 늘 미안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엄마와 딸 사이, 나 역시 나의 ‘엄마’를 떠올려본다.

▲구 작가의 과거 개인전 포스터, 포스터에서도 느낄수 있듯 구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 전시장 한쪽 벽에는 다음과 같은 글 귀가 적혀 있었다. "저를 사랑으로 키워주신 엄마와, 엄마를 제 곁으로 붙여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로 바칩니다"라고...

“아, 누가 왔나 봐요. 초인종이 울리면 코코는 제 눈앞에 와서 야옹이라고 울어요. 알아채지 못하는 제게 알려주는 거죠.”

베니 토끼는 십 여 년 전, 싸이월드라는 일종의 SNS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을 보았을 귀가 아주 큰 토끼 캐릭터이다. 이 토끼 캐릭터를 그려낸 유명 작가 구경선 작가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체와는 다른, 아주 남다른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으로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고, 그런 구 작가의 상태를 알게 된 어머니는 듣지는 못 하지만 말을 할 수 있도록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목젖에 대고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꼭 자기 입으로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가르쳤다고 한다(그래서 구 작가는 실제로 많은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시피 약간 불분명한 말투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 일은 구 작가 본인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매우 큰일이었고, 자신 때문에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닌가?’하고 절망하시던 어머니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페이지를 볼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엄마’라는 존재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것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기에 더더욱 그것을 내 아이가 누릴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고, 자신의 귀라도 떼어주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준 것만 같은 고통 때문에 방황하고, 자신이 서야 할 자리와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어머니는 혼자 힘들어하셨을지에 대해 떠올리다보니 더욱 감정은 복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 코코 "작업하지 마요. 나 심심해요." ⓒ구 작가 페이스북

“소리를 잃고 빛을 잃어도, 나에겐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어! 앞으로 더 잘 부탁해”

그런 어머니의 노력과 구 작가 본인의 의지로도 원하는 학교에는 진학할 수 없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구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캐릭터를 그리는 어엿한 작가가 되었다. 그런데... 신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들리지 않는 귀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말소리에 익숙해질 때 쯤, 구 작가에게는 ‘망막 색소 변성증’이라는 희귀병이 하나 더 찾아왔다. ‘망막 색소 변성증’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망막에 색소가 쌓이면서 망막의 기능을 소실하게 만드는 유전성질환 중 하나이다.

이 증세를 가진 사람은 점점 세상이 어두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다가 점점 보이는 시야가 좁아지고 그대로 실명에 이르고 만다. 원인이 유전자 결함이라고 밝혀지고 있었으나 정상인 중에 가족력 없이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어서 정확한 원인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 작가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은 마치 모두가 암흑인 세상에서 작은 원통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아주 좁은 시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구 작가가 이 그런 말을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인터뷰 사진은 너무나 밝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언제나 그랬듯 너무나 귀여운 베니 토끼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원통처럼 보이는 세상이 점점 좁아져 언젠가는 작은 점처럼 변하고,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그 강함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 마음의 강함에 나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죄송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았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구 작가 본인에게는 그림만이 들리지 않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이제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아무리 작은 원통처럼 보이는 빛이라 할지라도 그 빛을 따라 또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이자, 이루고 싶은 꿈이었고, 이제껏 살아온 증거였으니 말이다.

앞으로 남은 몇 년의 시간, 구 작가는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이 책 가득 담아 그려냈다. 자신을 낳고, 방황을 붙잡고, 늘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며, 조금이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섞여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셨던 엄마라는 존재, 아마 그 엄마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자신은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원망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세상 어떤 사람도 공감할 이야기, 마음만은 똑같은 고맙고 늘 미안하고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 이 책은 그런 감동을 전하는 이야기였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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