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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은 ‘질환’이 아니라 특별한 ‘개성’이다한권의 책,‘토미를 위하여’를 읽고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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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2  10: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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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장애가 있는 이들을 일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많이 불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더구나 혈우병 환우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출혈 때문에 며칠 동안 주사를 맞으며 집에서 진통제를 먹고 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많이 아픈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특히 나이든 환우들은 관절 장애를 겪고 있어서 보행에 많은 불편함을 보게 된다. 그들과 같이 식사할 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는 ‘바닥에 앉는 곳이면 불편하니까 의자가 있는 식당이어야겠지’라며 의식적으로 식당구조까지 고려해보게 된다.

그러나 몇 년이라는 세월을 그들과 함께 보내면서, 내게는 없는 그 어떤 특별함이 각 환우들에게 한가지씩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 사람마다 달란트가 있다. 특히 환우들에게 주어진 달란트의 값어치는 더욱 크다. 즉 희귀질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저주가 아니라 때론 엄청난 축복일수 있다는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나는 이렇게 느낄 때가 적지 않았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 한권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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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음악성과 정신 지체”

▲ 토미를 위하여/ 곤살로 모우레 저/ 송병선 역/ 파랑새 2007.01.10.

우리는 여러 천재들을 여러 영화, 드라마, 각종 매체들을 통해 보고 듣는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다 알법한 천재라는 사람들, 수학, 과학, 음악, 미술 각 분야에 있어 일반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거나, 뛰어난 기술, 실력을 보여주는 천재들은 대부분의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마치 ‘선택받은 존재’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천재들의 이야기를 각색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품들 중에는 유독 신체적 결함이나 자폐증과 같은 운명 같은 결함을 가진 천재들이 많이 있다. 아름답고 한없이 우아한 음악, 범접할 수 없이 엄청난 창작, 하지만 그 안에 창작과 자신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적 굴레에 대한 엄청난 고뇌와 고통을 가지고 있었던 천재라는 존재, 하늘로부터 축복을 받은 것인지 저주를 받은 것인지 모를 재능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그들의 삶은 대체로 평탄하지 않으며 행복한 순간보다는 슬픈 순간이 더 많이 자리하곤 한다. 그리고 그 간극 사이에서도 언제나 자멸이 아닌 천재성의 발현으로 승화시켜 후대에 길이 남을법한 작품을 남기는 스토리는 너무나 극적인 감동을 강하게 늘 주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생애를 아는 사람이라면, 실제 자폐증이나 서번트 증후군 같은 선천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어 생활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천재들의 삶을 현실에서 보고 경험한 사람이라면 결코 그들의 삶이 행복하고 부러운 삶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능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즐거움과 행복보다 더 가치로울 수 없고, 대신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자폐증이나 서번트 증후군, 그 밖의 장애나 질병을 가진 천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고,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참 새로운 기분으로 읽게 되는 책이었다. 재능과 현실적인 행복, 그 두 가지를 한 번도 양쪽에 놓고 저울질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으로 ‘천재적인 재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회의감도 가져 보았다. 이 책은 나의 ’천재‘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꿔준 책이었다.

세기의 천재, 모차르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천재 음악가로 키워 부를 축척하고 싶어하던 아버지를 따라 전 유럽을 기차로 여행하면서 평생을 곤궁하게 살았다. 마치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음악적인 모든 것을 쏟아내고 그려내는 것에 대한 대가인 것 마냥,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자신의 모든 삶을 음악에 헌신하듯, 그렇게 살았다는 생각을, 나는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모차르트의 이름을 딴 병이 있었다. 이른바 ‘모차르트 증후군’ 이라고 불리는 ‘윌리엄스 증후군’, 이 병은 모차르트의 삶을 연구하던 후대의 사람들이 그가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함으로서 이름 붙어졌다고도 하고, 이 병의 원인과 증상을 정리한 뉴질랜드의 심장전문의 윌리엄스의 이름을 딴 것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지만 결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어울리며 행복하지 못했던 그 천재들처럼, 이 소설 속에 나오는 토미, 그리고 이레네에게 음악은 자신들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것임과 동시에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꿀 대상이기도 했다. 그들이 음악을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그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인정하는 이야기, 토미를 위하여 라는 이 책의 제목 속의 토미라는 아이처럼, 그리고 이레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며, 나는 그렇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녹색 눈의 작은 음악 요정 ”

윌리엄스 증후군(Williams Syndrome), 하지만 이 증후군이 이렇게 제대로 된 학명을 가지고, 그 원인과 해결에 대해 연구되기 시작한 지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2만 명 중 1명 꼴로 평균적으로 나타나는 이 병은 다른 정신지체나 자폐증과 아주 유사한 증후군으로 보이면서도 뚜렷한 증상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병에 대해 제대로 알기 이전에, 사람들은 이 질병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작은 음악 요정과 같은 아이들이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뚜렷하게 보이는 외관으로 인한 것이었다. 녹색의 눈, 작은 체구, 작고 위로 향한 코, 가라앉은 콧대, 부푼 눈가, 둥근 귀, 작은 턱 때문에 두텁게 보이는 입술, 또래 아이들보다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고 수학적 지능이나 대인관계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반면 음악적 재능과 언어적 구사력이 일반인의 수 십 배 수준으로 좋아서 몇 개나 되는 언어도 너무나 쉽게 습득하며 음악은 한 번 들으면 곡을 모두 외우고, 연주하는 등의 재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마치 신화 속에서 하프나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하며 숲 속을 날아다닐 것 같은 신비한 외모, 그리고 음악적인 재능,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겉으로 보이는 외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뚜렷하다는 것은 결국 일반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기에는 너무 독특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에게는 또 다른 고립의 이유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신체적으로 이상증세가 있다는 것을 일반적으로 질병이라고 한다면, 우리 몸처럼 마음에 병이 있을 수도 있다. 싫든 좋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누구나 살다보면 심리적인 충격이나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혹은 선천적인 이유로 정신질환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 윌리엄스 증후군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전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으로 지체를 갖게 되기도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약간은 느리고, 조금 서투른 아이, 토미는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피아노에 절대적 음감과 연주 실력을 가지고 태어났고, 17년을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 이레네, 자신이 천재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피아노를 연주해왔지만 이레네 스스로가 알고 있듯이 천재적인 재능은 없다는 것을 안 이후, 역시 왜 자신이 음악을 연주하는지 이유를 잃은 체, 그저 아버지의 윌리암스 증후군 연구를 위해 토미가 사는 마을로 함께 오게 되고, 토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주 아름다운, 소중한 이야기가 된다. 이레네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주변 어른들의 사정과는 무관한, 아이들의 눈과 귀로 들리는 모차르트의 명곡, 그 선율과 토미와 이레네가 서로 나누는 진실된 마음과 소통은 두 아이에게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둘은 음악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진다.

아름다운 음악, 나는 평소 클래식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모차르트의 소나타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곡의 제목을 찾고, 들어보면서, 나는 마치 내 눈 앞에서 토미와 이레네가 이 곡을 연주하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친구가 되고, 또 서로가 가진 현실적인 것을 이겨내며 진짜 내면에 있는 희망을 찾아나가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미를 위하여라는 책은 이 세상에 수많은 ‘꿈을 가진, 신체적 정신적 불편함을 이겨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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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희귀질환을 종류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많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환까지 생각한다면 희귀질환은 질환이 아니라 사람마다의 다른 ‘개성’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아니면 인지하지 못하며 사는 것인지에 따라 각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혈우병 환우들은 주변에 항시 함께하는 전문 의료인이 있고, 양질의 치료제도 있으니 ‘질환’이라는 개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이렇게 이야기해도 좋지 않을까?

“나는 당신에게 없는 혈우병이라는 개성을 갖고 있어요.”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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