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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노의 세상에 살고 있는가?”[서평] ‘분노의 심리학’을 읽고…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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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0  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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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노의 세상에 살고 있는가?”

무엇이든, 분노라는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분노란 인간이 가진 가장 본능적인 반응이자 감정 중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분노를 느끼고 이를 표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남들이 충분히 분노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 않고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분노한다. 왜 우리는 분노하는가?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이런 분노를 어떻게 하면 조절하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나 자신의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요즘, 신문이나 뉴스 기사를 보다보면 이 ‘분노’라는 말을 참 자주 접한다는 생각이 든다.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가 너무 흔하게 발생하여 길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잠정적인 분노조절장애 환자들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외상 후 격분 장애’라고도 불리는 분노 조절 장애는 ‘외상 후’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이후 부당함,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이 지속적으로 빈번히 나타나는 부적응 반응의 한 형태다. 질병 발생 시기 이전에 경험한 부정적인 사건과 직접적인 맥락에서 발생한 현재의 부정적인 상황이 겹쳤을 때 반복적으로 그때 사건의 기억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사소한 자극에도 발작을 하거나 치명적인 언행을 일삼는다. 또 재산 및 기물에 대한 파괴, 공격 행동 등을 보인다. 상점 종업원의 말투에 격분하고, 사소한 차량 문제에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연인의 집에 쳐들어가 폭행과 성폭력을 일삼고, 상대방의 집에 불을 지르며 살해까지 하는 사람들의 기사, 이 사람들과 우리가 진정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범죄들, 그들이 단지 소수의 사이코패스에 정신병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여러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런 폭발적 감정은 아주 잠깐이고, 대다수의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곧바로 후회, 자책감, 당혹스러움을 내비친다. 흥분이 가라앉으면 자신의 언행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감각 기능이 마비돼 한참 뒤에야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뒤늦게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라는 말을 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분노가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라면, 왜 최근 들어 이런 범죄들이 신문 일면을 장식하는 일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된 것일까?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가 특별하게 인간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무언가를 유발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언론의 농간인가? 이 책은 우리 모두가 느껴보았을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분노의 색깔을 여러 사례를 통해 말해보며, 나에게는 어떤 분노를 일으킬만한 요인이 내제되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단 한 번의 실수, 감정으로 모든 것을 그르치는 사람들”

작년, 나는 유명인사의 결정적인 실수 중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메이저 리그 강정호 선수의 음주운전 문제였다. 그는 한국에서도 매우 유명한 선수였고, 실력을 검증받아 미국 메이저 리그에 입성하는 데 성공하여 그 곳에서도 세계적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 때는 류현진과 같은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들처럼 앞으로 유망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모두 긍정적인 평을 내놓았었다. 그의 인생은 그대로 부상이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탄탄대로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잃는 사건을 만나게 된다. 바로 습관적으로 하던 음주운전이었다. 한국에 잠시 귀국하여 음주를 한 채로 밤에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사실이 알려졌고, 더군다나 그의 음주 운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중은 분노했다. 그리고 법원은 상습적인 동일범죄에 대해 이전처럼 벌금형으로 멈추지 않고 그에게 유죄 판결과 형량을 부과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시즌을 치르기 위해 미국에 입국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범죄자 신분이 되어 입국금지조치를 당했고, 결국 여러 번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입국하지 못했다. 그렇게 ‘술 한 잔 했을 뿐이야.’ 라고 생각한 채 했던 음주운전 습관이 그가 이십년이 넘도록 훈련하고 쌓은 모든 기록과 명성, 부를 한 순간에 잃게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유명 인사를 자주 만난다. 보통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갖고 태어나 수 십 년에 걸쳐 노력해 모든 것을 이뤘음에도 나비효과처럼 아주 작은 일이 전부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고도 스캔들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던 타이거 우즈, 논문을 표절하고 자신의 이력을 암묵적으로 고쳐 이를 '눈 가리고 아웅' 하듯 가려 명성을 얻고자 했던 유명 쉐프, 이들이 가진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오만, 야망과 탐욕, 정의와 명예, 손쉬운 해결책, 불안, 벼랑의 끝, 이 책의 목차 하나하나는 그런 분노의 이유에 대해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분노라는 감정의 실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누구나 다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진실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비관론적인 사람인가?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수많은 실수를 저지른 분노한 사람들의 사례는 인간이란 결국 어떤 이유이든지 분노로 인해 벌인 일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존재라는 듯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결국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왜 자신이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며,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분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회화에 대한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사회화되느냐에 따라 분노와 같은 감정을 어디까지 조절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분노의 심리학’, 그 말은 분노라는 하나의 심리를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유명 인사들의 실수를 보며, 분노하는 장면을 보며, 어떤 경우에는 이해할 수 없음을 느꼈고, 어떤 일화에는 공감하며 함께 슬퍼지기도 했다. 그리고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분노한 사람이 던지는 말이나 행동 안에 담겨진 진심,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분노로 벌어진 결과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분노로 상처받은 존재에 대해 공감해보며, 나의 분노를, 타인의 분노를 얼마나 경계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심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주 경미한 자동차 사고를 당한 후,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상대방의 개를 거리에 내동댕이쳐, 결과적으로 개를 죽게 만들어 법정까지 간 앤드류 버넷의 일화가 그랬다.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강아지를 다시 데려다 놓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이 불러일으킨 결과에 대해 반성하고,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개와 개 주인의 상처에 대해 반성했다. 하지만 사과를 했다 해도 한 번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었다. 단지 그의 분노는 상처와 죽음과 후회만을 남긴 것이다. 왜 조금만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까. 단지 어디에서나 일어날법한 사고이니 원만하게 해결하면 된다고 이성을 가다듬지 못했을까. 앤드류가 느꼈을 그 감정을 생각해보며, 나는 이 책이 진정 나를 비롯한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분노의 허황됨에 대해 생각했다. 분노의 심리, 그것은 한 순간에 우리 삶을 잠식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한 숨만 고르고 생각할 이성을 가진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런 작지만 소중한 진리를, 나는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한국 혈우병 사회가 여러 갈등의 골을 지나 점차 통합과 배려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제 이 화합의 과정이 언제고 있을 수 있는 우리 미약한 '사람'이라는 존재의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의 맨얼굴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현재보다 우리 다음 세대들의 삶과 건강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5월 전세계 혈우병 관계자들의 가장 큰 공동체 활동인 WFH총회를 앞둔 봄, 혈우(血友)라는 한자가 가진 의미처럼 이땅의 혈우병 사회가 다시 한 번 동지적 시각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뛰는 미래를 꽃피워내길 바라본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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