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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보면 생명이 단축되는 병”영화 ‘태양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색소 피부건조증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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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7  00: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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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간의 코헴 여름캠프가 끝났다. 뜨거운 햇살이 여느 해 보다 강했던 이번 캠프. 그러나 다행히 캠프 첫날에 내린 소나기 덕에 더위는 한풀 꺾인 듯. 첫날 점심 무렵 행사장에 도착해 짐을 옮기고 주변을 둘러봤다. 잠시 후 각 지역에서 참가자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마주친 아이들과의 눈인사. 밝아 보인다. 그래서 나도 슬쩍 미소를 보낸다.

행사장 건물을 나와 주차장 앞까지 둘러봤다. 비온 뒤라 햇볕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기회가 되면 살짝 썬텐이라도 해볼까?

“태양이 지면 널 만나러 갈게”

우리는, 주변에 너무 흔하게 존재해왔던 것에 대해 그 중요성이나 위험성을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오늘 이야기 할 한편의 영화는, 보고 나면 내 머리 위에 늘 빛나는, 따뜻하고 유익해 보이기만 하는 태양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태양, 우리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빛을 포함해 많은 생명이 존재하기 위한 것들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자외선이나 전자기파 같은 해가 되는 것들도 분명 태양으로부터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구상에서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지구를 둘러싼 보이지 않은 보호막과 우리 인체가 가진 신체 보호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겨나기도 한다.

태양의 노래 (タイヨウのうた , Midnight Sun / 2007 .02.22 개봉/ 2017.03.16. 재개봉)

아마네 카오루, 16살 밖에 안 된 여자아이가 밤마다 거리에 나와 기타 하나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부르는 그 곡은 카오루가 직접 지었다. 하지만 이런 멋진 능력과 노래를 부르고 싶은 카오루는 마땅한 친구도 없이 밤마다 조용히 자신과 세상의 단 하나뿐인 통로, ‘노래’를 부르곤 한다. 그런 그녀 앞에 코지라는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서핑을 좋아하고, 활기찬 남자, 카오루가 태양 빛을 받으면 죽고 마는 희귀질환 ‘색소 피부 건조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코지는 그저 카오루가 밤에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야행성 여자아이라고만 생각하고, 둘은 그렇게 비밀을 공유하지 않은 체, 마음을 나누며 친구가 되어간다.

여기까지 줄거리를 확인했을 때, 나는 왠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얼마 전, 할리우드 영화로 개봉했던 ‘미드나잇 선’이라는 영화와 같은 병을 가진 여자아이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바다를 좋아하고 햇빛을 닮은 남자와 햇빛 앞에 나서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여자, 그 둘의 사랑 이야기는 전혀 다른 언어로, 다른 영화에서, 같은 병을 이유로 진행되고 있었다.

“햇빛을 보면 생명이 단축되는 병”

흔히 있는 햇빛 알레르기 증세 같은 경우, 피부 표피에만 영향을 끼쳐 붉은 반점이 난다거나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카오루가 앓고 있는 ‘색소 피부 건조증(Xeroderma pigmentosum, 이하 XP)’은 카오루가 가진 DNA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햇빛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세포를 보호해주는 DNA 재생 효소인 ‘DNA 엔도뉴클레아제(DNA endonuclease)’를 파괴한다. 다시는 재생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카오루는 만에 하나라도 절대 태양 빛을 몸으로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16살, 친구들과 밖에 나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뛰어노는 것이 가장 좋을 나이, 카오루는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도 없다. 소통하려고 하자마자 그녀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마니까 말이다.

하지만 코지는 그런 그녀를 피하지 않는다. 그저 카오루의 병이 심해질까를 걱정하고, 밤 시간을 이용해 그녀와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시내에도 나가며, 카오루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카오루는 태어나 처음, 자신이 죽을병에 걸린 여자아이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행복한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그리고 그저 좋아서 부르던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더 오래 많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꿈, 그것은 미래를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사람들만이 꾸는 일종의 특권 같은 것이다. 그러니 카오루가 꿈을 가지는 것은 삶을 그만큼 살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며, 나는 그런 카오루의 변화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부분이었다.

갑자기 카오루의 병을 낫게 해줄 약이 나타나지 않아도, 이전처럼 검은 장막 너머로 세상을 훔쳐보고,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던 카오루가 웃는 얼굴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가슴 뭉클한 부분이었다.

“낮과 밤, 가깝지만 함께할 수 없는 것”

주인공 코지는 카오루의 병에 대해, 그 심각함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카오루와 함께 놀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에 빠져 있다가 해가 뜨는 시간을 잊어 태양을 쬐이게 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사실 코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카오루 역시 처음 경험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다시 자신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태양을 쬐고, 이제는 병이 악화되어 돌이킬 수 없어져버린 카오루를 위해, 코지는 그녀의 노래를 녹음해 CD로 만들고, 그것을 선물해주려고 한다. 그렇게 나는 영화 내내 들었던 카오루의 노래들이 세상에 나오는 기적 같은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만나러 갈거야, 그러기로 결심했어. 주머니 속의 이 노래를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지금 변해가는 느낌이 들어... 어제까지여 so long...”

“찬스를 기다릴 수만은 없죠. 똑같은 아침을 반복하며, 얼만큼 알려주었던건지, 그려가는 skyline, 나는 법을 몰라요. 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갈거야.”

이 노래는 실제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일본 가수 YUI가 작사, 작곡한 노래이다. 이 가사는 마치 카오루 자신이 된 것처럼 모든 세상의 것들에게 이별을 구하고, 자신의 삶이 짧았다 해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또다시 만나게 될 날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한 곡은 코지와 함께 보았던 푸른 하늘의 빛남과 아름다움을, 또 다른 한 곡은 짧게 만났던 세상과의 이별을, 또 하나는 이렇게 사라져버릴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YUI가, 카오루가 되어 부르는 노래의 가사. 이 영화를 보면서 하나씩 음미해 가다 보면, 나는 카오루가 세상을 향한 사랑과, 경이로움을 얼마나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16살,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짧고, 어린 이 소녀가 받아들인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비해 너무나 아름답고 빛날 것들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카오루의 노래를 들으며, 내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는 카오루의 죽음이 나오지는 않는다. 단지 카오루의 죽음을 연상할 만한 장면들이 나온다. 카오루가 마지막으로 생명을 걸며 녹음해 남겼던 곡들이 사람들 사이로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하지만 그들이 듣는 시점에서 카오루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든다. 하지만 슬픈 생각이 길게 들지는 않는다. 그녀는 이제껏 살아왔던 어떤 시간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살 수 있었고, 세상에 자신의 노래와 흔적을 남겨놓을 수 있었으니까.

혼자서만 부르던 그 밤의 노래는 이제 낮에도 온 세상에 울려 퍼진다. 마치 그녀가 계속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마지막 장면을 보며 행복해 하는 그녀의 미소를 상상해 본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햇볕을 마음놓고 쬘수있다는 것.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소망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것 하나에도 가슴벅찬 감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혈우병이라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큰 짐이 될수도 있지만 오히려 행복의 요소가 될수도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행복의 요소를 찾아볼수 있는 기회가 되고 남보다 작은 것에 더욱 큰 감사를 느낄수도 있다. 남들이 간과한 것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는 건 적지 않은 축복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기쁨으로 고백하자.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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