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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헴, 정말 쓸 데가 있는 걸까?”[서평]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방정식’을 읽고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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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7  2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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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헴, 정말 쓸 데가 있는 걸까?”

▲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방정식』| 마이클 길롄 저자/ 서윤호,허민 옮김 | 경문사 출판 1998.09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학원은 단언코 수학학원일 것이다. 수학은 거의 모든 세계 학생들에게 늘 어려운 과목이며 넘어야 하는 고난의 벽과 같은 존재이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수학적 능력에 고민을 가지고 좀 더 많은 문제의 답을 찾아내기 위해 더 많은 문제를 푼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이런 말 한 마디 정도를 한다. ‘대체 이 많은 수학 공식들을 내가 살아가면서 써먹을 것도 아닌데 왜 배우는거야? “라는 말말이다.

정말, 쓸모가 없는 것일까? 이를테면 우리가 초, 중, 고등학교, 어떤 이과계열 대학생들은 대학에서까지 배우는 그 많은 수학공식과 물리학 법칙, 화학식과 주기율표와 같은 기호들, 생물학 이론들은 학창시절을 보내기만 하면 우리 삶에서 그냥 쓸모없는 것으로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일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던 학생 중 하나였다. 내가 배우는 수많은 공식과 풀고 있는 문제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덧셈, 뺄셈 말고는 쓸 일이 없는 것이니 지금만 버티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시간이 지났을 때, 내가 살아있는 거의 모든 광경과, 내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 안에는 그 공식과 법칙과 규칙이 있었다. 나는 내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그 모든 법칙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나의 생존에 꼭 필요했고, 지금의 인류가 누리고 이룬 모든 것들이 사실 다섯 개의 방정식(물리학 공식)을 만들어냈던 위대한 학자들의 호기심과 연구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책이다.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다니엘 베르누이의 유압의 법칙, 마이클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의 법칙, 루돌프 클라우지우스의 열역학 제2법칙,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어려워 보이는 위대한 과학자들의 업적이 만들어내는 우리의 세상, 그런데 왜 나는 이 법칙들이 내 삶에 함께 존재했다는 사실을 이전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우리를 살아남게 하는 공식들”

그것은 아마, 내 스스로 생존을 위협받거나, 그런 법칙을 연구해 현재를 개선할 의지를 가지게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지극히 평화로운 지구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는 언젠가 보게 되었던 ‘The Martian’ 이라는 앤디 위어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했던 생각이었다. ‘The Martian‘에는 화성에 탐사를 떠났다가 갑작스러운 모래 폭풍 때문에 홀로 남겨져 살아가야했던 어떤 남자, 와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와트니는 처음에는 절망하지만 남겨져 있는 식량으로 자신을 데리러 올 구조선이 도달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인분을 이용해 감자를 키우고, 산소 공급 시스템을 사용하며 방사능을 활용해 체온을 유지하고, 모스 부호를 이용해 지구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 우주에 대한 각종 물리학, 수학, 생물학, 화학적 지식을 활용해 살아남는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온다.

그런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를 두고 이 소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러니까 이과생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 인거야?’ 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고는 한다. 와트니가 만약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흙과 영양분을 어디서 얻어오는지 화학적 작용을 모르고, 감자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물을 만들어내는 화학식을 몰랐다면? 지구 구조선이 당도할 지점을 수학적 계산으로 예측하고 그 곳까지 가는 동안 방사능 기계를 활용해 체온을 유지하고 동력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몰랐다면? 작용 반작용이라는 다분히 기초적인 물리학 지식까지도, 어느 것 하나 주인공 와트니가 알고, 활용할 수 있었기에 그는 머나 먼 화성에서 살아남아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우리는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의 존재의 이유를 알았다. 지난 69년 미국의 달 착륙은 뉴턴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뉴턴의 방정식을 사용해서 달의 궤도를 정확하게 계산했기 때문에 우주선이 어느 순간 달의 목표 지점에 위치할 곳을 알 수 있었다. 베르누이가 물기둥을 연구해 물의 속도, 지나가는 공간에 대비한 물의 압력의 변화를 연구함으로서 우리는 수력발전과 물을 이용한 각종 생활의 필수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가 그런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기본적인 펌프로 우물에서 물을 퍼서 사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카드와 각종 전자기기들, 교통카드나 스피커로 음향을 전달하는 기기 등은 렌츠의 법칙,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법칙이 발견되지 못했다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기술이었을 것이며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연구해 발표하지 않았다면 우주여행은 고사하고 우리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원리조차 우리는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현재 행해지고 있는 모든 물리학 연구는 모두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업적이었기 때문이다.

‘수학은 언어이다.’

나는 어떤 책이든 내 나름의 읽는 순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책 표지를 펼쳤을 때 책 겉표지 왼쪽에 쓰여진 저자의 이력과 작품 리스트를 둘러본 다음, 두 번째로 발간하면서 쓰게 되는 서문을 읽으며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과 의도가 무엇이었었는지를 가늠하는 일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들은 책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하고 생각을 저자의 의도에 가두게 된다고 하기도 하지만, 좀 더 책을 깊이 있게 읽게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첫 머리말에는 이런 말이 적혀져 있다. ‘수학은 언어이다.’ 이 말 한마디가 이 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쓰여 졌는지, 독자인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가르켜 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어렵고 위대한 과학자들의 이론을 우리가 더욱 깊이 연구하고 경이롭게 생각해야 한다는 찬양론을 펼치지 않는다. 그저 셰익스피어나 휘트먼 등 대문호처럼 과학자들도 인류 공통언어인 수학으로 세상의 규칙을 찾아 나섰던 위대한 예술가로 보고 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그 이후’로 나누어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과학이 우리 삶의 바로 곁에 있었고 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는 것뿐이다.

‘왔노라’ 주인공 과학자는 불가사의한 주제에 접하게 된다. ‘보았노라.’ 그 주제가 매우 불가사의하게 보이게 된 이유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 거론된다. ‘이겼노라’ 과학자는 그 불가사의를 정복해 역사적으로 기리 남을 방정식을 얻었다는 것에 경이로워 한다. ‘그 후’ 그렇게 얻은 방정식이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꿀만한 것이 된 경로와 방법을 말한다.

그리하여 수학이나 과학 법칙에 서투른 독자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도록 과학의 발전과정을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특히 어느 한 이론이나 과학 분야에 편협적으로 치우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으며 고대부터 근세까지 사람들이 갖고 있던 그릇된 인식과 편견 등에 대해 밝히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법칙들이 왜 세상을 바꾼 방정식이라는 거지?’ 라는 의문을 품고 읽기 시작했다가도 읽으면 읽을수록 등장인물들의 인간적 고뇌 또한 상세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빠져들어 이 모든 업적과, 시간 속에서 내가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책을 읽으며 문득 머리 속에 스치고 간 혈우사회 속에서의 ‘코헴회’를 떠올려 본다. 너무나도 가까이 있기에, 환우회가 필요한가? 아닌가? 를 놓고 소모적인 논란을 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방정식’처럼 코헴은 이미 혈우병 환우들의 삶 속, 이곳저곳에서 묻어나 있다.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임 활동을 직접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지금의 혈우병 치료제 처방기준과 향후 점차 늘려나가기 위한 활동이 환우회로 부터 시작되고 마무리 된다. 특히 최근에는 환우회에서 비급여 의료지원까지 폭넓은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마치 와트니의 화성 생존방법처럼 코헴을 잘 활용하는 환우들은 스스로의 삶의 질을 보다 높일수 있다는 것. 이것은 환우의 삶 전체에서 매우 큰 작용을 하게 된다. 이 책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방정식’처럼, 혈우병 환우들은 ‘삶의 질을 바꾼 코헴방정식’과도 같다고도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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