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혈우병 치료제로 지혈효과를 보지 못하는 혈우병 ‘항체’ 환자들에게는 특화된 항체치료제로 ‘노보세븐’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기간 동안 전세계 혈우사회에서 노보세븐은 항체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어왔다. 반면 항체치료에 개념이 없는 무지한 일반인들은 ‘노보세븐’을 두고 ‘살인적인 고가’라며 쓴 비판을 내 뱉었다. ‘고가’라는 이유 때문에 논란은 지속되어 왔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여삭감’의 1순위 대상 치료제로 예의주시 됐던 치료제 중 한가지였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헴리브라’라는 새로운 혈우병 항체 치료제가 혈우사회에 등장했다. 개발단계부터 큰 관심을 이끌며 ▲ACE910 ▲에미시주맙 ▲로슈신약 ▲주가이(중외제약) 항체약 등등으로 불리면서 기대를 높여왔다. 더구나 피하주사로 수월하게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더욱 기대를 가지게 하는 이유가 됐다.

이윽고, 미국식품의약청은 이달 ‘헴리브라’의 시판허가를 승인했다. 항체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이 늘면서 희소식이 타전됐다. 드디어 항체 치료제의 경쟁체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까? 항체환자들 치료에 따른 보험급여삭감의 논란이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자명한 것은 항체환자들의 치료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FDA에서 시판 허가한 헴리브라의 주의문구 ⓒFDA

◇ 희망 찬 ‘기대’ 그러나 우려와 ‘경고’ 목소리도

치료비용이 낮아진다는 것은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것은 ‘헴리브라’의 임상관찰 중 나타난 혈전문제이다. 혈우병 치료에 있어서 혈전문제는 매우 치명적이다.

FDA는 ‘헴리브라’의 시판을 허용하면서도 제품에 혈전문제에 대한 경고 문구를 넣도록 조건부 허가를 했다. 이것은 ‘헴리브라’의 효과는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은 완전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조건은, 과거 혈우병 치료제의 안전성문제와 공급의 문제를 다시한번 조명하게 한다.

80~90년대 혈우사회에서는 혈액 바이러스 문제가 대두되면서 유전자치료제의 공급을 서둘렀다. 당시 유전자치료제는 개발초기 단계라 혈액제제보다 가격 월등히 높았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요구가 크게 두 갈래로 나눠졌는데 한쪽에서는 ‘값싼 치료제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안전한 치료제의 공급’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맞서게 됐다.

이 두 가지의 명제는 오랜기간 동안 선진국 환우들과 개발도상국 환우들 간 갈등관계로 이어졌다. 이같은 고민은 국제혈우사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이슈로 매섭게 불어 닥쳤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2000년도를 넘어서면서 유전자 재조합제제를 생산하는 다양한 경쟁사들이 등장했고 혈액제제보다 가격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유전자재조합제제가 ‘안전하고 값싼 치료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되짚어 보면 ‘노보세븐’과 ‘헴리브라’의 경쟁구도 속에 가격과 안전성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보세븐’이 안전성 논란에 대해 자유롭지는 않다. 로슈 측은 ‘헴리브라’의 임상 도중 ‘중대이상반응’이 나타나자, ‘노보세븐’ 등을 언급하면서 타 치료제에서도 유사 이상반응은 나타난바 있다는 해명자료를 내 놓기도 했다.

◇ 그래도 ‘헴리브라’의 기대는 높아

어쨌든 효과 높은 혈우병 항체 치료제가 경쟁구도가 된다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처방횟수 처방량 등이 늘어날 수 있는 의료환경 개선이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헴리브라’는 일반 혈우병 8인자 환자에 대한 시판허가 임상도 진행중이다. 지혈 메커니즘이 8인자 팩터를 통한 직접적인 지혈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항체환자는 물론 8인자 환자도 이 치료제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시판허가를 위한 임상 중에 있으며 출시가 된다면 8인자 환자들에게도 또 다른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

한편, ‘헴리브라’의 국내 판권은 JW중외제약이 국내에서 독점 판매권을 확보한 상태이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통해 “허가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한국의 A형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의 옵션이 늘어나면서 혈우병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