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혈우사회는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에 대해 임상단계부터 큰 관심을 나타낸다. 심지어 개발단계나 전임상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전문의료인 못지않은 환자단체에서부터 관심의 타깃이 되기 시작한다.

최근 JW중외제약은 쥬가이제약으로부터 혈우병 A형 및 항체 치료제 ‘에미시주맙’의 판권을 확보하고 국내 허가를 위한 채비를 갖췄다. ‘에미시주맙’은 임상명 ‘ACE910’이라는 명칭으로 환자들 사이에 더 많이 알려져 있다. 8인자 혈우병 환자뿐 아니라 항체환자 치료에까지도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와 기존의 정맥주사 방식이 아닌 피하주사라는 점에서 그 기대는 더욱 크다.

이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환자도 본지 <헤모라이프>와의 인터뷰에서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에미시주맙’ 허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빠르면 2019년 말 출시를 목표로 잡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런칭되는 것은 생각만큼 녹녹치 않다. ‘에미시주맙’이 환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안착되기 위해 어떤 허들을 넘어야 하는지 살펴보자.

‘에미시주맙’, 국내 혈우사회에 런칭 성공할까?

‘에미시주맙’은 지금까지 출시된 ‘혈우병 치료제’보다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는 건 객관적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이같은 장점은 현재 독점적 위치에 있는 항체치료제 ‘노보세븐’의 한계를 넘어 설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약가’ 결정에 매우 난해한 맹점을 갖고 있고 출시 시기가 언제인가에 따라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다.

▲국내 혈우병 환자 등록 현황 ⓒ한국혈우재단 2016 백서

허들 #1 난해한 ‘약가맹점’, 슬기로운 아이디어 필요

‘에미시주맙’이 8인자 혈우병 환자와 항체환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점에 큰 관심이 있다. 그러나 8인자 혈우병 치료제 시장과 항체 치료제 시장을 각각 나눠서 살펴봐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에미시주맙’의 ‘약가맹점’이라는 것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한국혈우재단에서 지난해 발행한 ‘2016 혈우병백서’에 따르면, 8인자 환자 수는 총 1,683명으로 전체 환자 2,354명 중 71.5%이다. 전체 환자 중 항체환자는 고항체 30명(8인자 항체 25명, 9인자 항체 5명), 저항체 24명(8인자 항체 22명, 9인자 항체 2명)이다. ‘에미시주맙’은 8인자환자와 8인자 항체환자에 적응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에미시주맙’을 투여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8인자 총 1,683명과 8인자 항체환자가 될 수 있다.

‘약가맹점’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IU당 8인자 치료제의 단가와 항체치료제의 단가는 약가 차이가 실로 크다.

▲ 8인자 치료제 466원 / iu = 1,000iu/병 = 466,000원 (예시 : 애드베이트)
▲ 항체 치료제 19,411원 /kiu = 250kiu/병 = 4,852,750원 (예시 : 노보세븐)

환자의 증상과 몸무게 등에 따라 투여량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연간 치료비용으로 환산해보면 항체환자와 8인자 환자의 치료비용은 10배 이상 차이를 나타낸다. ‘에미시주맙’이 선택할 치료제 시장은 8인자일지 항체 치료제 시장일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항체 치료제 시장으로 접근하게 되면 약가는 8인자 치료제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책정될 수 있고, 독점적 위치에 있는 노보세븐의 한계를 넘어 설수 있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에미시주맙’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군은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면 8인자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다면, 약가는 매우 낮아 지게 되고 다수의 치료제 틈 속에서 후발주자로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에미시주맙’은 어떤 시장에서 어느 가격으로 공략할지 슬기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국내 혈우병 환자 등록 중 항체환자 현황 ⓒ한국혈우재단 2016 백서

허들 #2 혈우병 8인자 시장의 심각한 ‘레드오션’

현재 국내 혈우병 8인자 시장은 샤이어의 애드베이트가 환자들에게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어 녹십자의 그린진F, 화이자의 진타솔로퓨즈가 유전재자조합제제가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물론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도 소수의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바이엘은 공식적으로 ‘시장철수’를 표명한바 있다. 8인자 혈액제제 시장에서는 녹십자의 그린모노와 한독의 모노클레이트-피가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는데, 한독의 모노클레이트-피도 공급중단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에 따라 8인자 치료제 시장은, 샤이어 녹십자 화이자가 이끌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여기에 유씨비제약의 ‘엘록테이트’가 가세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엘록테이트’는 반감기가 긴 롱액팅 치료제로 환자들의 주사 투여횟수를 줄일 수 있는 치료제이다. 아울러, 샤이어 역시 롱액팅 치료제 애디노베이트와 후속 치료제들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SK케미칼의 ‘앱스틸라’, 바이엘의 롱액팅 치료제도 국내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8인자 치료제의 시장이 이렇듯 매우 다양한 치료제들이 즐비하게 줄서 있다. 레드오션 중에서도 매우 치열한 전장이다. 이같은 전장의 한 가운데에 ‘에미시주맙’이 8인자 시장에 성공적인 런칭을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허들 #3 국내 혈우사회의 특징

국내 혈우사회의 특징은 글로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환자단체인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로 환자들이 단단한 결속력을 갖고 있으며 정기적인 지회모임과 행사를 통해 정보를 나누고 있다.

‘에미시주맙’도 오래전부터 혈우사회에서 회자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는 치료옵션 중 한가지이다. 대체적으로 환우모임은 새로운 치료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새로운 치료제는 더 나은 치료환경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현재 사용하는 치료제와 분명한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한 자체적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은 매우 불안정하다. 환자들의 정보 수집력은 꽤 높은 편이나 정확성에 대해서는 매우 혼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에미시주맙’의 임상 중 환자의 사망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임상약물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일각에서는 ‘혈우병 환자의 사망’이라는 부분이 크게 확대 해석 되기도 했다.

아울러, 환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 확보가 중요하다. 국내혈우사회뿐 아니라 국제혈우사회도 새로운 치료제와 함께 제공되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는 ‘환자들 니즈를 갖춘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치료제의 무상공급 프로그램이나, 환자교육 프로그램 등 혈우사회 기여 프로젝트가 동반되어야 한다.

아울러, 환우회인 한국코헴회 뿐 아니라 한국혈우재단(이사장 황태주)도 국내 혈우사회에서 매우 큰 역할을 감당하고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혈우재단 의원에서 특정 치료제가 처방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시장판도가 뒤 바뀌기도 하는 등 밀접한 관계가 갖고 있다. 이같은 국내 혈우사회의 특징을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에미시주맙’의 국내 런칭이 순항될 것으로 보인다.

허들 #4 ‘완치에 도전하는 국제혈우사회’

‘에미시주맙’을 비롯해 현존하는 혈우병 치료약물은 환자에게 근본적으로 ‘완치’ 효과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일정기간 동안 약물이 체내에 머무르면서 지혈작용을 돕는 수준이다. 이에 혈우병 A형 환자들은 기존 약물의 반감기를 계산해 2~3일에 한 번씩 정맥투여하거나 출혈이 발생했을 때 주사하고 있다.

‘에미시주맙’은 이를 개선해 1주일에 1회 피하주사로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게 장점으로 회자되고는 있지만, 한발 더 나아가 혈우병 글로벌 전문제약사들은 혈우병의 근본적인 원인치료가 가능하도록 ‘완치’에 목표를 두고 활발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 유전자치료에 대한 임상은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더구나 이같은 임상은 다양한 곳에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중간 단계에서 발표되는 임상결과는 완성단계를 내딛고 있다.

이처럼 ‘혈우병 완치시대’를 앞둔 가운데, 기존 치료제들의 라이프 사이클은 과연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의 입성은 쉽지 않다.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의 파이만 보며 연간 얼마에 달한다는 등 단순히 숫자만 언급하는 건 국내혈우사회의 생태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새로운 치료제는 높은 약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도 적절치 못하다. 오히려 지금까지 국내 혈우사회의 신약 도입과정을 짚어보면,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 일수록 파격적인 약가인하와 함께 런칭 되어왔기 때문이다.

혈우병 환자들도 약가에 매우 민감하다. 높은 가격 때문에 치료의 제한조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습득했기 때문이다. 즉 연령제한 사례나, 처방횟수제한 등이 그러했다.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 ‘에미시주맙’. 환자들도 기대가 높고 전문의료인들도 관심이 높다. 성공적인 런칭을 통해 국내환자들의 새로운 치료옵션이 추가되고, 항체환자의 치료에도 재정적인 부담을 덜면서 혈우병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록 기대를 가져본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