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중 혈우병 환자들은 국내에 약 2300명 정도가 등록되어 치료받고 있다. 혈우병은 피가 멎지 않는 난치 질환으로 자연출혈과 관절 내 혈우병성 관절증을 동반하고 있다. 치료부제가 발생하면 곧 지체 장애가 발생되면서 현저하게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절대 관심 필요’질환이다. 현재 약물요법에 의해 치료관리가 이뤄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는 묘연하다.

현재 혈우병환자들의 치료는 약물치료요법으로 환자의 몸무게에 따라 치료약물의 처방량이 획일적이다. 이같은 획일적 처방은 혈우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환자에 따라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무분별한 건강보험 삭감까지 종종 발생되면서, 획일적인 처방에 대한 임시 방편식 건보삭감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적절한 비용으로 적절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혈우병 환자의 개별 맞춤치료가 필수적이라는 거다.

▲ 정밀의료의 개념 - 개인의 유전체 정보, 임상정보, 생활습관정보(life-log) 등을 활용, 최적의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개인맞춤의료 실현과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밀의료 사업단’을 구성하고 고려대학교 의학연구원(KU-MAGIC)에 사무국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지난 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금년부터 향후 5년간(‘17~’21) 국비 631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사업단은 먼저 난치암 환자 유전변이에 맞춘 표적치료제 개발(국비 430억)과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국비 201억)을 추진한다.

▲ 정밀의료 기반 진행성 암 진단·치료기술 개발 흐름도

‘암 정밀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은 난치암 환자 1만명의 유전정보를 분석하여, 그중 표적치료제 적용이 가능한 약 2,000명에게 개인맞춤 치료를 적용하고, 3건의 표적 치료제를 개발할 방침이다.

이처럼 개별 맞춤치료가 가시화되고 있다. 혈우병의 경우 오랜기간 개별 치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왔고, 필요에 따라 PK(약동학 검사)를 통해 환자별 맞춤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혈우병 전문가들의 목소리이다. 따라서 혈우병환자에게 정밀치료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외국의 경우 ‘정밀의료’ 시스템 구축을 살펴보면 상당부분 진일보 되어 있다. 먼저 미국의 경우, 유전체 정보 분석 등을 통한 <국민 건강증진 및 질병치료 개선>을 위해 지난 2015년 정밀의료 발전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이 발표된바 있다. 이에 따라 1백만명 코호트 구축(NIH)이 이뤄졌고, 개인 맞춤형 암 치료법 개발(NCI)됐다. 아울러 연구자료 공유를 위한 플랫폼 구축(FDA)과 상호운용성 표준개발(ONC-HIT)이 추진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21세기 치유법안'이 제정되면서 정밀의료 의무예산 14.55억불(’17-’26년)이 편성됐다.

영국의 경우도 발 빠르게 추진됐다. 먼저 영국인 10만 지놈 프로젝트(The 100,000 Genomes Project)에 3억 파운드가 투자(’14～’17)됐고, 앞서 2014년 국가 주도의 의료데이터 수집·분석·제공이 마련되면서 국민보건서비스에 등록된 환자 10만명의 유전체를 시퀀싱하여 유전체와 임상데이터를 연계했고 암과 희귀질환에 관한 맞춤치료가 개발 추진되어 왔다.

아울러, 영국 보건부(NHS)는 고품질 의료데이터의 안전한 축적‧공유‧활용을 위한 ‘케어 닷 데이터(Care.data)'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지난 2015년부터 정밀의료 기술사업화 지원(Precision Medicine Catapult) 프로젝트가 운영됐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에서 질병극복을 위한 게놈의료 실현화 프로젝트로 93억엔이 투자되면서 ‘개인중심 의료정보체계’가 구축됐다. 또한 같은 해 7월 원인불명 질병 소아의 유전체를 분석해 치료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수행됐으며 산재한 의료데이터를 개인에게 제공해 의료 효율화와 국민의 자발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

정밀의료에 대해서는 중국도 뒤 처지지 않았다. 지난 2016년 3월 <정밀의료 5개년 발전계획>을 발표하편서 향후 15년간 600억위안(약 10.7조원, 연간 7,1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이 사업을 통해 유전체와 임상자료 수집을 위해 수 백개의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세계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경각심을 갖고 이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사업의 추진배경은 ‘현재의 보편적·표준적 치료법’의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보편적 치료는 일부 환자에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치료효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했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정밀의료’는 암 정밀 진단과 치료법 개발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대 전이암(폐암, 위암, 대장암)환자 1만 명에 대한 유전체 자료를 확보하고 정밀의료 항암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등 암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의 개발, 그리고 진행성 난치암 환자 1만 명을 선별해 300여개 유전자 검사로 타겟 유전자 변이 확인하는 등 정밀의료 임상시험 참여자 선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상시험 대상환자에 대한 확정체계 구축과 대상자 확정, 정밀의료 임상시험 수행, 그리고 결과보고와 추적관찰 등이 사업에 포함됐다.

▲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사업 구성

비록, 이번 사업이 ‘난치암 질환 극복’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보건당국의 관심이 ‘정밀의료’ 즉 개별맞춤 치료에 대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사업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혈우사회도 전문가들과 환자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즉, 현재 혈우병의 보편적인 ‘획일적 치료’를 벗어나 ‘개별맞춤 치료’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며 환자들도 개별 맞춤치료에 대한 명료한 입장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