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혈우사회의 전문의료인들은 “개별적 맞춤치료가 가능해져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별적 맞춤 치료라는 건, 말 그대로 환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처럼 몸무게 1kg당 25~30iu라는 일률적인 잣대로 약품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별로 치료목표에 맞는 약품 처방을 하자라는 뜻이다.

어떤 이들은 ‘환자별로 치료목표에 맞는 약품’이라는 말을 놓고 지레 놀라면서 “예산을 더 늘려야 하는 치료법 아닌가?”라는 ‘좀비발싸개’같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제대로나 알고들 떠드시게! 그건 아니올시다.

환자 맞춤치료라는게 전문 의료인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추구하는 방법론이 조금 다르다는 것일 뿐 결론적으로는 환자 개별 몸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를 한다는 취지는 같다.

필자가 설명하는 ‘환자 맞춤치료’는 환자마다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회복률(recovery rate)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신이 혈우병 환자라면, 어떤 치료제를 사용하던 간에 지금 당장 자신의 치료제를 꺼내놓고 약품사용설명서를 한번 보기 바란다. 내용을 살펴보면 ‘용법/용량’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출혈 시 요구되는 투여응고 인자라는 항목이 있다. 이것은 모든 치료제의 공통 설명사항이다(8인자 9인자 경우 다소 차이있음).

8인자 (진타 그린진F 모노클레이트P 등) 혈우병 환자의 용량 계산법
제 8인자 투여량(IU) = 체중(kg) × 원하는 제 8인자의 상승 정도(%) × 0.5

이같은 계산식에 따라서 ▲‘초기출혈’시 20-40% ▲‘보다 심한출혈’시 ▲위장 머리 복강 내 또는 흉곽 출혈. 골절 또는 ‘생명을 위협’ 정도의 출혈시 60~100% 등으로 주사를 맞는다. 또한 “필요에 따라 회복이 될 때까지 매 12-24시간 마다 반복” 투여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20%, 40%, 60%, 100%... 이런 말은 응고인자의 ‘목표’ 혈중농도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60킬로그램인 환자가 체내에 50% 응고인자 농도를 유지시키려면 위의 계산식에 따라서 1,500 iu를 주사하면 ‘목표’ 혈중농도가 된다.

모든 환자가 이렇게 정확하게 ‘목표’ 혈중농도에 도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환자마다 다르다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처방량 계산법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것이 환자별 맞춤치료의 시작이다.

한 혈우병 전문의사의 전언에 따르면, 주사 전 혈액검사와 주사 후 15분, 30분, 1시간 혈액검사를 하게 되면 환자의 개별 회복률(recovery rate)을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단지 3~4차례의 혈액검사만 해 놓으면 자신에게 최적화된 ‘투여량 계산법’이 나오게 된다는 건데, 이같은 방법을 아직까지 시행 못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한 혈우병 전문의는 10명의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회복률(recovery rate)을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회복률이 3명은 목표치보다 더 높게 나타났고, 3명은 목표 근사치, 그리고 4명은 목표치에 80%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목표치에 미달한 4명 중 1명은 30%정도밖에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았다. 물론 항체반응이 없었음에도 이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여기서 우리 환자들은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 ‘환자 맞춤치료’ 도입을 먼 미래의 과제라고 미뤄놔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발 벗고 나서야한다.

만약 어떤 환자가 심각한 뇌출혈이 발생 돼서 100%를 유지해야 할 때, 이론적인 평균치로 주사투여를 하고 지혈을 기다릴 텐데, 만약 그 환자의 회복률(recovery rate)이 절반도 오르지 못하는 상태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겠는가? 상상하기도 싫은 암담한 결과가 나올 것이 불 보듯 하다. 사망하거나 반신불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혈우병 전문의들이 설전을 펴며 환자를 위해 심사평가원과 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냥 넋 놓고, “심사평가원에서 삭감이 됐다는데 약을 많이 썼데”, “그래서 삭감됐구나?”, “왜 그렇게 약을 많이 썼데?” 마냥 이런식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재 심평원에서는 회복률(recovery rate)에 대한 보험급여 인정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평범한 논리로 혈우병 환자의 용량 계산법 {제 8인자 투여량(IU) = 체중(kg) × 원하는 제 8인자의 상승 정도(%) × 0.5}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전문의들에 따르면, 최근 심평원의 변화가 조금씩 있다고 하지만 확정된 것이 없기에 매번 싸워야 한다고 토로한다.

환자별 특성에 맞는 회복률을 인정받아야 한다. 환자별 맞춤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의료인들의 도움을 받아 민원활동을 전개해야 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삭감’된 현상만 놓고 접근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삭감이 안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회복률’을 인정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환자별 맞춤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을 설득해야 한다.

‘회복률(recovery rate)’ 도입은, 과다 지출을 예방하고 점진적 치료비 축소로 이어진다.

얼핏 보기에 ‘회복률(recovery rate) 연구조사’를 볼 때, 마치 ‘예산청구서’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점진적 치료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유는 혈우병 환자의 수술사례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모 대학병원에서 혈우병 환자만 20년동안 치료해 왔던 한 전문의는 “오히려 회복률을 고려할 수 없었던 환자군의 수술 시, 회복률을 감안한 환자군보다 더 많은 약물이 소비 되었으며 재수술과 입원기간이 길어졌고 합병증 빈도가 높았다.”고 증언했다.

예를 들자면, 50%이상 응고인자를 유지해야 할 출혈상황에서 고작 10%~20%유지될 만큼의 치료제를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출혈은 지속될 것이고, 통증도 계속될 것이며, 응고인자는 계속 추가투여를 해야 할 것이다. 즉 회복률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라면 치료제는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고, 환자의 고통은 ‘끊임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느낌일 것이다.

따라서 회복률이 인정되지 않으면, 의료인과 심평원의 끊임없는 분쟁과 다툼이 이어질 것이고, 그 사이에서 환자의 고통을 멈추지 않게 될 것이다. 병원관계자에 따르면, 심평원과 병원과의 관계는 소위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삭감을 맞으면 병원에서 몇 차례 심평원을 설득해보고 일부를 보전 받거나 아니면 그대로 삭감을 맞는 처지라고 했다. 그 이유는, 두 눈 부릅뜨고 싸워서 삭감된 ‘A치료제’ 비용을 돌려받아봐야 결국에는 ‘B치료제’를 또 삭감한단다.

따라서 마침내 병원에서는 “혈우병 안보겠다”라고 선을 긋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했다. 최종 피해자는 두 말할 나위 없이 혈우병 환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과 끝장 볼 심산(?)으로 행정소송을 펼친 병원이 있다. 과거 2010년 전후 쯤, 모 대학의 정형외과 수술에서 ‘회복률’을 기준으로 환자를 치료했다가 심평원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삭감 맞은 적이 있는데, 이 병원에서는 심평원 삭감을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의료적 행정소송은 판사가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 전문의료인에게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때 그 한 전문 의료인은 “사용액의 80%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서 답변을 했다.

그럼에도 해당병원은 ‘갑의 후환(?)’을 염두해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심평원과 조정을 갖고는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게 됐다. 삭감 당했던 그 병원은 일부의료비를 돌려받게 되었지만,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 행정소송 이후에도 ‘회복률’에 대한 인정 여부가 명시되지 않아, 지금까지도 ‘회복률’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고, 삭감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못 박아 둬야 할 시점 … 자신의 회복률을 확인하자

우선 서너차례의 혈액검사로 환자별 회복률을 명확하게 파악해 놓자. 앞서 말 한 논란거리를 배제하더라도 환자가 자신의 회복률은 당연히 알아 놓는 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회복률에 따라서 예방요법에 대한 사이클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약이 절감될 수도 있고 어쩌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회복률을 놓고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갖자. 치료의 방법, 약품의 투여량과 투여 시기, 자신의 반감기 등 자신에게 알맞은 치료법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자신의 ‘회복률(recovery rate)’을 알고 있냐? 라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다면, 이제 당신의 생명은 조금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헤모필리아 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