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에게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로 건강보험 급여의 삭감을 자주 언급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요양급여비용 적정성 평가’를 통해 요양급여의 지출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적정성 평가에서 문제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요양기관에서 청구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유예하고 정밀심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혈우병 환자처럼 고액 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표면적으로는 환자에게는 문제가 될게 없고, 문제가 된다면 청구비용을 받지 못하는 병원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병원도 문제고 환자에게도 문제가 발생된다. 1차적으로 청구된 비용을 받지 못하는 병원이 문제이고 2차적으로는 묵시적으로 더 이상 그 병원에 갈수 없는 환자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심평원의 순 기능을 무조건 제제할 수는 없다. ‘적정성 평가’라는 본연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기능을 하지 않는다면 약물의 오남용 또는 불필요한 치료까지 무분별하게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혈우병처럼 오랫동안 치료시스템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는 경우 분쟁의 소지가 많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최근의 의학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개선된 치료(저비용 고효율)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혈우병 치료에 일반적인 방법은 치료제 보충요법과 물리치료 그리고 정형외과적 수술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치료제 보충요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비용 또한 매우 큰 규모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봐야 할 것이 있다. 혈우병 환자에게 치료제를 통한 보충요법은 기본 필수사항이기는 하나, 비용대비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려이다. 지금과 같은 패턴으로 혈우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게 되면 치료비용은 계속 상승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혈우병 환자들도 투약의 용량이 늘어나는 것 이외에 획기적인 치료변화는 크게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계혈우사회에서도 많은 고민을 해왔고 개선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혈우병 치료의 개선 목표는 저렴한 비용으로보다 더 나은 치료의 질을 마련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혈우병 환자들의 수명이 늘고 장애 발생율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말하지만 장년층 환자들의 경우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과거보다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형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미 장애를 갖고 제한된 생활을 하고 있다. 과거는 10~20대에 장애가 발생했는데 이제는 30~40대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으로 치료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평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혈우병 치료관리 프로그램의 표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능하면 치료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 누구보다 전문 의료인들과 환자 본인들, 그리고 보건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투명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현재 혈우병 치료 시스템은 ‘월 몇 회’ 등으로 획일적인 치료제처방 기준만 마련된 상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프로토콜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혈우사회의 흐름이다.

‘마젤란 Rx 매니지먼트’와 ‘뉴 잉글랜드 건강보험’에서 새로운 혈우병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치료방법을 표준화하고 비용을 최적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목표는 무조건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치료의 질’이라는 전제하에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들의 ‘혈우병 관리 프로그램’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은 <환자의 출혈 이력 및 치료 패턴 평가>항목이다. 이 방법으로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제 사용 스케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치료의 투명성을 높이고 치료의 신뢰를 확보하게 된다.

▲ 이건수 경북의대 명예교수가 박정서 한국코헴회 회장에게 연구포스터를 설명해주고 있다. ⓒ헤모라이프 자료사진

혈우병 환자의 개인 프로토콜 정립이 불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쉽다. 전문가에 따르면, 주사 전 혈액검사와 주사 후 15분, 30분, 1시간 혈액검사를 하게 되면 환자의 개별 회복률(recovery rate)을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다. 단지 3~4차례의 혈액검사만 해 놓으면 자신에게 최적화된 ‘투여량 계산법’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환자 개인별 치료패턴이 정립되면 월사용량 횟수라는 의미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잦은 내원(병원방문)이 사라지고 의료비 지출도 크게 줄어 들수 있다. 단지 5회분 처방으로도 한 달 동안 출혈 관리할 수 있는 환자도 있게 된다. 사실 현재 혈우병 환자들 중에서, 다수의 환자들은 보험급여에서 보장되는 최고 월 처방량으로 치료받지 않고 있다. 환자 개인별 프로토콜이 나오면 분기별 처방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1년에 1~2회 혈액검사하고 X-ray 촬영하면서 병력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별 개별 회복률 검사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게 되면 서두에서 언급했던 건강보험급여 삭감에 대한 논란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와관련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은 ‘환자의 개인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경북의대 이건수 명예교수도 적지 않은 목소리로 강조해 왔다. 이렇듯 혈우병 석학들이 주장하고 있는 ‘맞춤치료’에 대해 보건당국은 언제까지 귀를 막고 있을지 지켜볼 노릇이다.

보건당국은 부재중?

외국에서는 보험회사와 국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극적인 목표는 재정낭비를 막아보자는 뜻이 분명히 있다. 이런 것에 더 관심 가져야 할 보건당국은 뒷짐이다. 오히려 의사와 환자들 사이에서 필요성이 주장되고 있으니 매우 아이러니하다.

‘혈우병 치료관리 프로그램의 표준화’를 주장해 온 ‘뉴 잉글랜드 건강보험’의 약품 책임자 앤드류 콜비(Andrew J. Colby)는 “혈우병 환자 관리에 있어 다양성과 투명성의 부족은 오랫동안 널리 퍼져 있었다”면서 “치료 기대치를 표준화함으로써 환자에게는 치료의 질을 높이고 치료비용을 낮추는 재무적인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목표는 과잉 투여와 부적절한 투약으로 인한 잠재적 인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혈우병 환자가 최상의 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어간어미를 잘 생각해 봐야 할, 혈우사회의 도전과제이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