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혈우병 환자들에게 ‘완치’라는 최대의 목표는, 환자로써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 바람’이다. 그 소망은 혈우병을 갖고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희망’이다. 환우가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또래의 아이들처럼 뛰어 놀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많은 규제를 받으면서 “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라는 고민을 겪게 된다. 어려서부터 예방요법을 하고 뾰족한 주사바늘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혈우병과의 타협’이라는 단계에 이르면, 배가 고파서 밥을 먹듯, 혈관을 찾아 바늘을 넣는 것이 익숙해지게 된다.

일반인이라면 결코 익숙해지기 싫은 그 모습. 그러나 혈우병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혈우환우들에게는 선택의 여지없이 당연하게 받아야 할 운명이다. 일주일에 두 세 번씩이나 말이다. 횟수로 보면 1년에 100번 200번... 이렇게 혈관을 찌르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완치가 될까...?”
“완치가 된다면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 놀고, 하고 싶은 것 모두 다 할 수 있을 텐데...”

혈우병 환우들이라면 적어도 유년기 시절에 이런 고민쯤 한두 번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수년이 흐르고 수 십 년이 흐르면서 ‘완치’의 목표는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완치가 된들 뭐가 달라질까?” 이 쯤 되면, 이미 혹독한 삶속에서 변화를 싫어하는 현재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갈망’이나 ‘열망’은 사라지고 ‘완치’의 필요이유조차 잊게 된다.

지금 우리 혈우사회를 돌아보면 과연 우리의 방향키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막 혈우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혈우병을 갖고 태어날 아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유산을 남길 것인가? 그저 매너리즘에 빠진 한낱 선배 환우로만 남을 것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혈우인으로써, 현재 발등의 불만 끄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미래 혈우사회를 위한 대비는 어떤 것을 마련해 놓았는가를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 롱액팅 8인자 치료제 좌측부터 CLS 앱스틸라, 샤이어 아디노베이트, 바이오버라티브(한국유씨비) 엘록테이트

‘혈우병 완치’를 향한 도입단계, ‘롱액팅’의 행방은?

혈우병 환자가 예방요법을 착실하게 진행해 왔다면, 일반인과 큰 차이 없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다. 예방요법의 년간 주사 횟수를 환산해 본다면 150회를 상회한다. 8인자 롱액팅 치료제는 이같은 주사 횟수를 절반가량으로 줄인다. 주사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혈우병이 아닌 상태의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혈우병의 ‘완치’로 가는 도약대가 아니겠는가?

반감기가 늘어난 ‘롱액팅 치료제’가 국내 식약처에서 허가 완료됐다. 빠르면 내년부터 혈우환우들에게 ‘롱액팅’ 치료가 본격화 될 조짐이다. 그러나 관건은 환자들의 ‘의지’이다.

도전과제! 지금 우리 한국 혈우사회는 ‘롱액팅’으로 치료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 혈우병 롱액팅 치료제는 8인자 ▲샤이어 ‘아디노베이트(한국임상)’ ▲한국유씨비(바이오버라티브 제품) ‘엘록테이트(한국허가)’ ▲SK케미칼 ‘앱스틸라(유럽시판)’ ▲녹십자 ‘LAFATE(전임상)’ 등이 있고, 9인자로는 ▲CSL ‘아이델비온(유럽시판)’ ▲한국유씨비(바이오버라티브 제품) ‘알프로릭스(한국허가)’ 등 이외에도 다양한 치료제들이 전세계혈우사회에서 시판되고 있거나 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