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혈우병 환자들에게도 '반감기 연장 치료제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한국UCB제약(대표이사 이영주)은 4일, 자사의 반감기 연장 혈우병 A 치료제 '엘록테이트(Eloctate: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 제 8인자 Fc 융합 단백질)'가 지난 8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우병 A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를 득했다고 밝혔다.

허가받은 적응증은 '8인자 환자의 출혈 억제 및 예방, 수술 전후 관리, 일상적 예방요법'이다.

엘록테이트는 미국 바이오버라티브(Bioverativ, 바이오젠으로부터 분사)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일본,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이며 한국에서는 한국UCB가 판권을 확보해 시판을 준비하고 있다.

▲ 엘록테이트의 반감기 연장 기전을 설명하는 그래픽

엘록테이트는 Fc 단백 융합기술을 적용하여 체내 약효 지속시간을 늘린 최초의 장기 지속형 혈우병 A 치료제로, 투여 빈도를 3~5일에 1회(기존 치료제는 2~3일에 1회)로 줄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엘록테이트는 임상연구를 통해 일상적 예방요법과 급성 출혈 치료에 효과적이고, 안전성·내약성이 양호함을 입증했다. 엘록테이트 일상적 예방요법의 투여 방법은 매 3~5일 50 IU/kg로, 임상 반응에 근거하여 용량을 25-65IU/kg 범위 내에서 조절이 가능하다.

엘록테이트의 이번 허가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12세 이상의 중증 혈우병 A 환자 대상의 3상 임상시험 ‘A-LONG 연구’ 및 2세-11세 환아 대상의 3상 임상 시험 ‘Kids A-LONG 연구’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및 약동학적 분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A-LONG 연구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12세 이상의 중증 혈우병 A 환자 165명를 대상으로 엘록테이트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및 약동학적 분석을 위해 진행한 개방표지 다기관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출혈 횟수를 감소시키거나 예방하기 위한 개인 맞춤화된 예방요법 및 주 단위 예방요법과 출혈을 억제하기 위한 응고인자 보충요법에서의 엘록테이트의 용량을 평가했다.

임상 시험 결과, 엘록테이트는 응고인자 보충요법군(출혈시 주사)과 비교하여 예방 요법군(개인 맞춤화 치료군 및 주 단위 예방요법)에서 모두 연간출혈빈도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엘록테이트의 반감기는 19.0 시간이었으며, 개인 맞춤화된 예방요법군에서 사용한 용량의 중앙값은 77.9 IU/kg/week이었고 주 단위 예방요법군에서는 65.6IU/kg를 일주일에 한번 투여했다. 연구에서 보고된 전체 연간 출혈빈도(Annualized Bleeding Rates, ABR)의 중앙값은, 개인 맞춤화군에서 1.6회, 주 단위 예방요법군에서 3.6회, 응고인자 보충요법군에서 33.6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1회 또는 2회의 엘록테이트 투여를 통해 출혈의 98%가 조절됐다.

엘록테이트는 이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예방요법에 있어서는 주 2회 투여(약 75IU/kg/week)하는 방식으로 식약처 허가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A-LONG 연구에서 엘록테이트에 대한 억제인자(항체반응)가 생긴 환자는 없었으며, 심각한 혈전 또는 심각한 알러지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관절통, 병감(전반적인 불편함) 등의 이상반응은 5.5%로 보고됐다.

Kids A-LONG 연구는 2-11세 환아 71명를 대상으로 엘록테이트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및 약동학적 분석을 위해 진행한 개방표지 다기관 연구이다. 이 임상에서는 예방 요법을 위해 엘록테이트를 주단위로 1일차 25 IU/kg와 4일차 50iu/kg 주 2회 투여했고 필요에 따라 투여량을 조절했다.

▲ 현재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권장되고 있는 엘록테이트의 예방요법 주기

임상 결과 소아 환자에서도 억제인자(항체반응)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혈우병 환아에서 일반적인 부작용을 보였다. 치료 반감기는 A-LONG 임상 결과의 수치와 일관되게, 6세 미만에서 12.67시간, 6-11세에서 14.88 시간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보고된 전체 연간 출혈빈도(Annualized Bleeding Rates, ABR)의 중앙값은 1.9회였으며, 주당 투여 용량의 중앙값은 88.11 iu/kg였다.

한편, UCB제약의 혈우병 B 치료제 신약, 알프로릭스(최초의 반감기 연장 유전자재조합 제제)도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알프로릭스는 최초의 반감기가 연장된 유전자재조합 9인자 제품이다. 알프로릭스의 적응증은 출혈의 억제 및 예방, 수술 전후 관리와 일상적 예방 요법이다. 알프로릭스는 lgG1(Immunoglobulin G1)의 Fc부분에 9인자를 융합하여 만들어진다.

국내에서 혈우병 관련 가장 많은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포괄적 치료를 이끌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 유철주교수는 “기존 혈우병 치료에서 환자들이 빈번한 정맥 투여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던 점을 고려할 때, 반감기가 긴 지속형 치료제의 승인은 투여 빈도를 줄여줌으로써, 국내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 및 보다 나은 치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UCB제약 이영주 대표이사는 “이번 엘록테이트와 알프로릭스의 국내 허가를 통해 혈우병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UCB제약은 혈우병 등 희귀질환 분야에서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한국UCB제약 서명석 팀장은 구체적인 시판시기를 묻는 질문에 "약가책정과 건강보험 등재 등의 절차가 남아 정확한 시점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한국 혈우환우들이 최대한 빨리 롱액팅 치료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통상 식약처 허가(9인자 알프로릭스 5월, 8인자 엘록테이트 8월)를 얻는 희귀질환치료제는 1년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인자에 이어 8인자 롱액팅치료제까지 국내 허가를 완료했다는 소식에 혈우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며, 국내 도입을 준비중이고 현재 임상시험중인 혁신적 치료제에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 예방요법 후, 자연출혈이 우려되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 1%까지 떨어지는데 약 5일이 걸린다는 시험결과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