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질환연협회 신현민 회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혈우병 치료’와 관련해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무분별한 삭감’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신 회장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결국 신 회장의 주장이 ‘맞다’는 사례가 나왔다.

먼저, 신 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요즘 심사평가원을 보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은데, 보건복지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며 “심사평가원이 ‘횡포’ 수준을 넘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신 회장은 “혈우병 환자들이 지혈이 안돼서 약제를 여러 번 맞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혈우병치료제에 대해) 심평원이 마구잡이로 삭감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은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 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본지가 확인한 결과…조정액률이 0.03~0.76% 수준을 오갔다”고 덧붙였다. 즉,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심평원의 삭감은 ‘미미하다’는 취지이다.

반면, 혈우병 환자들은 심평원의 삭감에 대해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현실적인 문제는 삭감을 우려한 소극적 치료이다. 예컨대 혈우병 7인자 환자의 경우 보험급여기준상 식약처 허가사항 내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즉 혈우병 8인자 또는 9인자 환자들처럼 ‘10회 내지 12회’라는 기준이 없다. 그럼에도 일선에 있는 의사들은 7인자 환자에게, 8인자 또는 9인자 환자 치료제 처방기준의 잣대로 소급적용해서 처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요양기관 혈우병 환자진료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심사평가원의 삭감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7인자 환자가 사용하는 치료제는 ‘노보세븐’인데, 해당 치료제가 고가이기 때문에 심평원으로부터 ‘삭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7인자 환자의 경우는 항체환자들이 사용하는 ‘노보세븐’으로 치료한다. 질환은 다르나 치료제는 같다. 이에 따라 7인자 환자들에게 ‘노보세븐’ 처방은 현재의 보험급여 처방에 따라, 식약처 처방기준을 적용하면 횟수와 관계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취재결과 최근 절실한 사례가 있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 혈우병 7인자 여성 환자는 생리가 시작되면 생리 기간동안 출혈양이 많아 외부활동을 못하게 된다고 했다. 학업에도 큰 장애가 따른다. 그러나 이 여성환자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의 삭감을 우려해 병원에서는 이 환자에게 치료에 충분한 처방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생리를 시작한 여성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부재는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여성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 장벽은 험난한 수준이 아니라 막막한 사각지대의 맹점이다.

이뿐만 아니다. 일반적으로 혈우병 환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8인자, 9인자 환자의 경우, 처방횟수 제한과 함께 추가 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해 본인이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에게 출혈이 발생했을 때, 본인이 치료제를 직접 수급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해야 추가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합리적인 제도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심평원의 삭감을 우려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환자들은 오랫동안 ‘삭감’문제를 제기해 왔으나, 이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자, 일부환자들은 ‘치료를 안 받는 것’. 즉 ‘치료거부’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삭감 때문에 치료를 못하고, 치료를 못하게 되니 보험 청구조차 할 수 없는 것이고, 보험청구가 없으니, 결국 ‘삭감이 없는 것’인 셈이다. 이같은 악순환을 놓고 ‘심평원 조정액률이 미미하다’거나 ‘혈우병에 대한 삭감은 문제없다’는 취지로 알려지게 되는 것은 심각한 오해를 낳게 될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치료제 삭감이 낮아졌다는 것은, 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된 것이 아니라 혈우병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높아졌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