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사회에서 화이자는 혈우병 9인자 치료제 베네픽스와 8인자 치료제 진타-솔로퓨즈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중 베네픽스는 9인자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으며 8인자 치료제 진타는 현존하는 치료제중 편의성면에서 최강의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혈우사회에서의 화이자는, 2000년 초 국내 혈우병 환우들에게 ‘와이어스의 베네픽스’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9인자 유전자재조합 제제’였던 베네픽스는 국내 혈우사회에서 2003년 무렵부터 처방되기 시작했다. 기존치료제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베네픽스’로의 교체처방은 삽시간에 이뤄졌다.

화이자가 혈우사회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2009년 말경, 와이어스를 680억 달러에 인수합병하면서이다. 당시 와이어스의 시가총액은 520억 달러로 알려졌으나, 화이자가 와이어스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했다. 당시 이 규모는 제약업계 인수합병 중 손꼽히는 대규모 합병이었다. 이에 따라 혈우사회에서 화이자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10년경 8인자 치료제 진타의 출시가 준비되면서 서서히 혈우사회에 화이자가 안착되었다.

글로벌 대기업 화이자가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고 공급한다는 건, 환우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일반인들에게도 익히 잘 알려진 제약회사에서 혈우병 치료제가 생산되고 있다는 점은 이유 없이도 기분 좋은 느낌이다. 환우들이 간혹 지인들에게 혈우병을 설명하면서 치료제를 꺼내어 보일 때가 있는데, 이때 브랜드 파워는 무시 못 한다. “화이자 알지? 거기서 혈우병 치료제가 나오거든...” 이 한마디로 이미 많은 설명이 대체된다.

▲ 화이자의 혈우병 8인자 치료제 진타-솔로퓨즈 3000IU

◇ 화이자, 기다릴 줄 아는 회사 그러면서도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

화이자의 진타가 국내에 런칭된 것은 2011년 첫 처방이 되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혈우재단에서의 처방이 쉽지 않았다. 혈우재단에서는 지난 2013년 7월 ‘의약심의위원회’에서 ‘심사통과’가 되었으나, 장기간 답보상태를 보이다가 뒤늦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화이자도 기다렸고 환우들도 기다렸다. 무리하게 충돌하지 않고 기다렸던 까닭에 화이자의 진타는 한국혈우재단을 비롯해서 신촌세브란스병원 김효철내과 연세재활의학과의원 등 주요 혈우병 치료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중요한 건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라는 점이다. 혈우사회에 소속된 많은 제약사들은 차세대 치료제의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앞다퉈가며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화이자는 혈우병 완치에 주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유전자치료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망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로, 향후 판권을 확보하는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이다.

실제로 화이자는 ‘스파크 세라퓨틱스’와의 공동개발로 유전자 치료물질 ‘SPK-9001’의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약물은 중증 혈우병 B환자에게 필요한 9번 응고인자의 유전자 치료를 위해 개발된 물질이다. 아울러, 8인자 유전자 치료는 ‘상가모 세라퓨틱스’와 공동개발로 진행되고 있는 ‘SB-525’ 물질이 있다. 특히, 이 약물에 대해 화이자의 글로벌 연구개발 담당 사장인 미카엘 돌첸 박사는 “SB-525는 혈우병 환자들에게 ‘단 한 번의 투여’로 8번 응고인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동급 최강의 치료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혈우사회의 일각에서는 ‘여러 곳에서 혈우병 롱액팅(반감기가 긴) 치료제가 나온다는데 화이자는 롱액팅 치료제는 없나?’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면밀히 살펴보면 화이자는 롱액팅의 선점 경쟁이 아닌 ‘완치’의 선점에 이미 초점을 맞춰 놓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이사 사장

◇ 혈우사회 내의 화이자 역할과 활동

혈우사회 내에 소속된 많은 제약사들이 혈우병 환우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환자입장에서는 이같은 프로그램들이 무척 반갑고 매우 절실하기도 하다.

이와관련 화이자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운영되는 전문 간호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혈우사회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몸으로 돕는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노동협조는 물질적인 후원보다도 몇 배나 더욱 값진 것이다.

◇ 재고되어야할 ‘DTC(소비자 직접홍보)’ 규정들.

환우사회의 프로그램제공은 제약사 입장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마케팅과 연계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이 제한되었고 환우들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90년도 무렵만 해도 환우들을 대상으로 약품정보 토론회 또는 설명회 자리가 많았으나, 환자에게 직접 치료제를 설명하는 것은 ‘DTC(소비자 직접홍보)’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대부분 문제를 삼는 곳은 경쟁사에서 시작된다. “우리 회사는 안하는데 저 회사는 한다고?”라는 시기어린 불평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환우들에게 진정 필요한 프로그램인가를 고려하기도 전에 마케팅 잣대로만 가져다놓고 비판만 쏟아내는 전형적인 안티-소사이어티들이다. 타사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더 나은 프로그램을 런칭할 계획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못하게 하는 몹쓸 짓을 말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혈우사회 환우들이 국제 혈우사회 환우들보다 환우 프로그램에서 매우 뒤처지고 있다.

환우들, 본인들이 사용하는 치료제를 충분하게 설명조차 받지 못하는 이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치료제를 놓고 “이 치료제 정말 좋더라”라고 이야기 조차 편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정말 올바른 사회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하겠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