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는 당뇨병 치료 분야에서 90년 이상 독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제약사이다.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노보세븐’이라는 항체 치료제 생산회사로 익히 알려져 있다. 전세계 혈우사회에 큰 이정표를 남긴 노보노디스크. 물론 지금도 그 아성은 진행형이다.

국제혈우사회에서 노보노디스크의 활동은 매우 크다. 혈우병 중에서도 기존치료제에 저항성 항체를 가지고 있는 희귀질환 환우들에게 혈우병 항체 치료제를 사실상 독점 생산·공급해왔다. 특이 물질인 7인자를 추출해서 우회활성법으로 혈우병 항체 환자들의 치료에 앞장서 온 거다. 이같은 치료법은 약물의 특허권뿐만 아니라 상당한 첨단 기술이기에 최근까지 약20년 간 마땅히 대체할만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

노보노디스크의 ‘노보세븐’이라는 치료제는 생산방법도 매우 까다롭지만 항체 환자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치료제 가격은 이른바 ‘황제가격’이라는 비난도 있다. 반면 글로벌 노보노디스크 재단은 사회환원 사업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전세계 77개국에 약 4만2천 명 정도의 직원이 있고 165개국 이상에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국제혈우사회에서 노보노디스크의 평판은 매우 긍정적이다. 앞서 언급한 ‘고가’라는 이유 때문에 눈총을 받고는 있지만 환자들 자활활동에 대한 폭넓은 기부 등 혈우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면서 환우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칭송받고 있다.

◇ 국내 노보노디스크는 글로벌과는 다른 회사인가?

높은 약가 때문에 건강보험 삭감에 대한 논란과 갈등에서는 자주 언급된다. 항체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편적인 치료이며 통증 없는 삶을 영위하는 것. 즉 건강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환자로써 당연한 요구이며 국가에서는 당연히 국민의 행복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 회사의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는 건, 국제혈우사회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으나 국내혈우사회에서는 그 활동이 매우 미진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혈우사회에서 일반적인 혈우병 환우들을 대상으로 한 공헌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혈우병 환자들의 대표적인 행사에서도 조차 그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봄. 내부적으로 매우 큰 이슈가 발생했다. 내부 감사를 진행한 결과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위반한 것이다. 책임자들이 큰 규모로 징계를 받거나 퇴사 조치됐다.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은 불법 리베이트 등 윤리에 어긋나는 경영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법규 준수를 유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노보노디스크는 한동안 한국법인 대표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다.

▲라나 아즈파 자파(Rana Azfar Zafar) 한국 노보노디스크 사장

이후 같은 해 12월 1일. 파키스탄 노보노디스크에서 근무하던 라나 아즈파 자파(Rana Azfar Zafar)사장을 한국 노보노디스크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임명된 한국법인 사장이기 때문에 ‘도덕성 윤리성이 무엇보다 강조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지 노보노디스크의 대외 활동이 현저히 떨어져 보인다. 유명 의학회는 물론이거니와 전통적으로 수십 년 간 참석해 왔던 혈우병 환우들의 캠프조차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마치 ‘자라 보고 놀란 가슴’처럼 말이다.

혈우병 환우들의 여름 캠프인 ‘코헴 캠프’는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혈우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참석해서 건강한 환우들의 삶을 응원하며 2박3일간 함께 호흡하는 한국 혈우사회의 오랜 전통적인 자리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엔 보이지 않고, 없어야 할 자리에 가 있는 게 아니냐’라는 비판도 나오고, 일각에서는 라나 아즈파 자파 사장이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직 한국혈우사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라나 아즈파 자파 사장은 90년대 초 파키스탄 일라이 릴리제약사에 입사해 2009년 파키스탄 노보노디스크에서 사장을 역임한 후 국내법인 사장으로 취임했다. 라나 아즈파 자파 사장이 국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노보노디스크의 활동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혈우사회의 참여활동은 크게 저하된 반면 인슐린과 비만치료제 관련 등 다른 품목 부문의 활동이 대폭 넓어졌다.

특히 공개적인 이벤트 활동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노보노디스크가, 라나 아즈파 자파 사장 취임이후 거의 매달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몇 가지 살펴보면 △최초 인슐린 복합제 출시 △당뇨병의 날, ‘푸른빛 점등식’ 진행 △당뇨병의 날, 롯데월드타워 광장 ‘블루써클’ 만들기 진행 △비만 캠페인 △유럽당뇨병학회 신약 임상 연구발표 △DEVOTE 심포지엄 전국 개최 △당뇨병 환자 프로 사이클팀 응원 행사 진행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노보노디스크의 대외적 활동은 희귀질환에 대한 직접적인 마케팅보다는 대중성 있는 당뇨, 비만 치료 등의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혈우사회 20년간의 전성기가 무너질까?

혈우사회 관점에서, 마케팅 전략을 바꾸게 된 이유 중 한 가지로는 ‘노보세븐’의 대체 치료제가 큰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FDA에서 시판허가 된 ‘헴리브라’는 혈우병 항체환자에게 피하주사, 프로필락시스(예방요법), 롱액팅(반감기가 길어진) 등 노보세븐을 뛰어 넘는 편의성과 효과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보세븐’의 고가 때문에 서둘러 도입할만한 이유가 충분하고, 국내 판권도 jw중외제약으로 결정되면서 신약 도입의 탄력이 붙었다.

‘헴리브라’의 등장은 국내외 혈우사회에서 높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에 따라 노보노디스크는 장기적으로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안개속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 몰렸다. 20년간 기술 우위적 독점력을 자랑해왔던, 노보노디스크가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혈우병 환자들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라나 아즈파 자파 사장의 신의 한 수는 무엇일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