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중증 산악인 크리스 봄바르디어(31세. 혈우병 9인자, Chris Bombardier)가 ‘에베레스트’ 등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7대륙 최고봉’ 중 그의 마지막 단계인 ‘마운트 빈슨(Mount Vinson)’을 정복하기 위해 도전에 나선다.

그는 지난 5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첫 번째 혈우병 환자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 모은바 있다. 이어 전세계 산악인들의 꿈인 ‘세계 7대륙 최고봉’ 등반의 마지막 관문인 ‘마운트 빈슨’의 등정을 오는 12월에 오르게 된다.

봄바르디어는 ‘7대륙 최고봉’을 오르려는 목적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 번째는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가 각 나라마다 불균형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과 “혈우병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 지난 5월, 혈우병 환우 봄바르디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이번 등반은 봄바르디어가 칠레에서 함께 등반할 그의 팀과 만난 뒤 4,892미터의 마운트 빈슨을 오르게 된다.

이와관련 봄바르디어는 “일곱 개의 각 대륙에서 가장 높은 모든 산을 오르는 마지막 등반길이 될 것”이라며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한 첫 번째 혈우병 환자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산악인중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사람은 45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를 비롯해서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남아메리카의 아콘카구아, 유럽의 엘브루스, 북아메리카의 데날리, 호주의 카스텐즈 피라미드(푼칵자야) 등 ‘7대륙 최고봉(Seven Summits)’ 정상에 오른바 있다.

아울러, 이번 등반에 ‘봄바르디어 블러드’라는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함께 등반하게 된다. 이 다큐 제작팀의 감독은 패트릭 제임스 린치(Patrick James Lynch)가 맡았다. 린치 감독은 중증 혈우병을 앓고 있던 동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환우가족이다. 그는 “봄바르디어의 다큐는 내년 초에 있을 ‘2018년 영화제’에 출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등정은 혈우병 치료제 제조 회사인 ‘미국 옥타파마’사는 봄바르디어와 다큐멘터리 ‘봄바르디어 블러드’팀의 최종 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옥타파마사는 유전자재조합 8인자 혈우병치료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이다. 국내에서는 녹십자사와의 기술제휴로 ‘옥타비(Octa-vi’)를 공급하기도 했다.

옥타파마의 플레밀링 닐슨(Flemming Nielsen) 사장은 “우리는 환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출혈장애를 잘 극복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혈우병 환우 봄바르디어가 등정 길에 주사하고 있는 모습

◇ 혈우병치료제를 생산·공급하는 제약회사들의 혈우사회 환원 프로그램

이번 봄바르디어의 세계7대륙 최고봉 등정 프로그램의 지원은 옥타파마사가 맡았다. 이처럼 각국의 혈우병 치료제 생산·공급 회사들은 혈우사회의 환원·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혈우사회 환원프로그램이다.

국내 혈우사회도 환자지원 프로그램의 도입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고 있다.

먼저, 유씨비코리아는 혈우병 환우들의 사회적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혈우환우들을 위한 맞춤형 싸이클링 프로그램인 ‘브라더스 익스페디션’의 지원자 모집에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를 희망하는 혈우병 환자들을 모집해 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국가대표 출신 전문 싸이클 트레이너에게 코치를 받은 후 연습라이딩을 거쳐, 내년 4월에 예정된 국내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어 내년 6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까지 참가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참여 환우의 건강상태에 맞춰 진행되며, 지원자들이 싸이클을 일상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연습용 싸이클과 안전장비, 유니폼 등 필요용품을 지원하고 해외 일정을 포함한 참가비 등을 지원하게 된다.

▲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 ‘브라더스 익스페디션’을 검색한 뒤 친구를 맺고 참가신청 할 수 있다.

◇ 혈우사회 스포츠 붐, 환자 단체에서도 준비 착착~

혈우병 단체인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도 혈우환우들이 스포츠를 접할 수 있도록 스포츠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년 ‘제1회 전국당구대회’ 개최를 비롯해서 내년도에는 탁구 등 구기 종목 대회의 개최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헴회 서울경기지회(지회장 김영기)는 지난 9월, 한발 더 나아가 ‘족구(발배구)’ 경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진행된 경기는 4인조 2개 팀으로 나눠 8명이 3라운드에 걸쳐 게임을 치렀다. ‘발’을 이용한 경기라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려와는 달리, 경기를 마친 뒤 환자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이 매우 높았다.

경기에 참가했던 40대 한 환우는 “생전 처음 해보는 족구경기”라며 “해보지 않고 걱정만 했는데 막상해보고 나니까 별개 아니네?”라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혈우병 등 ‘만성질환’의 장벽은 ‘병’이 아니라 병 때문에 꺼려지는 심리적 장벽이 오히려 삶의 질을 저해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자신 있는 삶을 살기위해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됐다.

[헤모라이프 하석찬 기자]

▲ 코헴회 서울경기 주최로 진행된 지회 단합대회에서 운동 프로그램 중 한가지로 족구경기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