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오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정신적, 육체적 경험을 겪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올랐다는 것을 지금도 믿기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입니다. 이젠 한동안 큰 부츠를 신지 않아도 되겠어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 혈우환우 ‘봄바르디어’가 에베레스트 정상등반에 성공한 뒤 베이스캠프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메시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첫 번째 혈우병 환자는 '크리스 봄바르디어(Chris Bombardier)'가 됐다. 그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면서 ‘혈우병 환자는 적극적이고 대담한 삶을 살수 없다’는 고정 관념을 확실히 깨뜨렸다.
미국인 혈우환우 봄바르디어는 올해 31살로 9인자 중증 혈우병 환자이다. 그는 태어날 때 혈우병으로 진단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산에 오를 때 응고인자 주사를 맞으며 출혈을 예방하기도 했고, 출혈이 발생하게 되면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다. 일반인들보다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혈우병이기 때문에 못할 것은 없었다.
△봄바르디어가 혈우병치료제를 투여하고 있는 모습.
△건강관리는 필수! 봄바르디어가 베이스캠프에서 쉬고 있는 모습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후, 봄바르디어는 환우들에게 “우리 환우들이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 모두가 산 정상에 오를 수는 없겠지만, 우리 모두는 정상에 오르는 꿈을 꾸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봄바르디어가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전세계 혈우병 환우들의 치료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혈우병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무엇이든 못하는 게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앞서 그는, 에베레스트 외에도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남아메리카의 아콘카구아, 유럽의 엘브루스, 북아메리카의 데날리, 호주의 카스텐즈 피라미드(푼칵자야) 등 ‘7대륙 최고봉(Seven Summits)’ 정상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봄바르디어, 그가 산을 선택한 이유는?
그는 어려서부터 삼촌에게 높은 산을 오르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러면서 언젠가 높은 산에 오르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봄바르디어가 성인이 되자. ‘콜로라도 혈우병 연구소의 연구실’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마침 혈우병 환자를 돕는 인도주의 사업 때문에 ‘케냐’를 가게 됐다. 바로 그곳에서 봄바르디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킬리만자로(Kilimanjaro)의 첫 등반지로 결정하게 됐다.
“첫 도전은 흥미 있지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오르기로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그 결정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습니다. 그동안 나는 혈우병이 불치의 병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무엇인지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첫 등반은 나와의 투쟁이었고 그 투쟁은 나의 내면을 끌어내는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봄바르디어는 “혈우병환자가 치료만 잘 받으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봄바르디어의 목표는 ‘7대륙 최고봉’의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정상은 남극의 마운트 빈슨(Mount Vinson)이다.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한 사람은 전 세계에서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혈우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 산악인들도 큰 관심을 갖고 ‘봄바르디어’의 용기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그는 미국혈우재단(NHF, National Hemophilia Foundation) 콜로라도 지회와 함께, ‘백 패커&블리더’라는 환우를 위한 혈우사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환우들의 외부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계획된 프로그램이다. 또한, 봄바르디어의 등반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봄바르디어의 블러드(Bombardier’s Blood)’도 높은 관심속에 제작되고 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인도 북동쪽, 네팔과 중국(티베트) 국경에 솟아 있는 높이 약 8,848m의 세계 최고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