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들에게 기존에 사용하던 치료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항체가 발생하면 출혈 시 비항체 환자에 비해 출혈 조절이 잘 되지 않는데, 새로운 치료제로 바꾸면 항체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혈우병 전문가들은 혈우병 치료제를 바꾸는 것과 항체 발생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 발표된 유럽의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는 치료제 전환 시 항체 발생에 대한 이러한 우려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10년 대규모 조사 결과, 치료제 전환이 항체발생률 높이지 않아

항체는 혈우병 환자에게 투여된 혈액응고인자에 대한 인체 내 면역 반응으로 발생한다. 대부분의 항체는 최초 혈액응고인자 투여 시작 후 50일 이내에 발생하며, 150일 이후에는 항체의 자연 발생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따라서, 항체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항체 생성 원인을 10년 이상 연구해온 캐나다 해밀턴종합병원의 알폰소 아이오리오 (Alfonso Iorio) 교수는 항체 발생과 관련해 유럽에서 10년 간 시행된 대규모 연구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는 치료제 전환이 항체발생률을 높인다는 주장은 기존 관련 연구 결과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기인한 오해일 뿐, 치료제 전환은 항체 발생 증가와 연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유전자재조합 제제를 사용하는 1208명의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의 항체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았으며, 치료제 교체 시에도 항체발생 확률이 더 높이지지 않았다. 치료제 전환 시 환자들이 우려하는 항체 발생은 실제로는 임상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유전자재조합 제제가 혈장제제보다 항체발생률 높다는 것은 오해

그간의 연구들은 혈우병 치료제의 전환이 항체발생률을 높이지 않으며, 유전자재조합 제제가 혈장제제 보다 항체발생률이 높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발간된 해외 자료 중 총 800여 명 대상의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한 연구는 혈장제제와 유전자재조합 제제 간 항체 발생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유럽에서 치료 경험이 있는 혈우병 환자 중 유전자재조합 제제를 쓰는 7945명, 혈장 제제를 쓰는 27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도 유전자재조합 제제 사용자의 항체발생률은 0.19%(15/7945명), 혈장제제 사용자의 항체발생률은 0.22%(6/2709명)로, 두 제제간 항체 발생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안전성과 편의성 갖춘 최신 유전자재조합 제제로 최적의 치료 혜택 고려해야

꾸준히 치료제를 투여 받아야 하는 혈우병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제 효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안전성과 투여 편의성이다.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는 인간 혈액에서 유래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는 혈장제제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된 이후 안전성과 편의성을 개선하며 3세대에 걸친 진화를 계속해왔다.

국내 출시된 3세대 유전자재조합 제제에는 '진타', '애드베이트', '그린진F'가 있으며, 이 중 '진타'가 가장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진타는 전 제조공정에서 인간 및 동물성분을 배재함은 물론, 안전성 및 순도를 높이기 위한 혁신적 정제기술을 도입해 진화한 혈우병 A 유전자재조합 제제로 불린다. 바늘 없이 간편하게 주사 용제를 재구성할 수 있는 ‘R2 키트(Rapid Reconstitution Kit)’와 2000IU까지의 4가지 다양한 투여용량 옵션으로 한층 더 개선된 투약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재구성 과정 없이 한 번에 용제와 바이알을 섞을 수 있는 ‘올인원’ 타입도 국내 도입을 준비 중이다.

박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