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경 한국혈우재단(이사장 황태주, 이하 재단) 의약품심의위원회(이하 약심회)는 혈우병A 유전자치료제 ‘진타’(화이자)를 처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개월이 넘도록 재단의원을 통해 처방받은 환자가 단 한명도 없어서 ‘진타’ 처방을 놓고 외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혈우재단에 따르면 재단약심회의에서 화이자의 ‘진타’를 처방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처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재단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약품이 재단에서 처방되기 위해서는 결제대금 회전기일 등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약품이 재단의원에서 처방되려면 이같은 절차가 진행되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행정절차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처방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필요한 의혹만 불거져 나오는 것.

첫 번째 의혹은 회사측에서 환자들 수요에 충분히 충당할 만큼 공급할 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화이자측 담당자는 ‘물량확보는 충분하다’면서도 행정절차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후문에 의하면 화이자에서 오랫동안 ‘진타’를 담당하는 직원이 보직변경이 생겨 백업할만한 인력이 충당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재단의원에서 ‘진타’를 처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화이자측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다.

두 번째 의혹은 재단에서 무리한 행정적 절차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원금에 대한 강제요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과 ‘재단이 대금결제 일은 늦춰 계약하자는 것’이 아니냐라는 일각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약품의 구매가 일어나면 소진되지 않더라도 일정기간 시간이 흐르면 약품 대금을 결제해주는 시스템을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대금회전 기일이 짧게 되면 회사측에 유리하게 되는 것이고 대금회전 기일이 길게 되면 재단측에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대부분 병의원에서는 이같은 대금결제방법을 놓고 ‘30일결제조건’이니 ‘60일결제조건’이니 제약사, 도매상 등과 조율을 하게 된다. 재단이든 제약사든 절실한 쪽에서 서두르면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양측모두 절실한 쪽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재단에서는 이미 박스터의 ‘애드베이트’와 녹십자의 ‘그린진F’가 런칭 돼 있고 환자들도 불편없이 처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급한 쪽은 그 어디든 없다는 것이다.

이틈을 타고 혈우병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신약틀은 호시탐탐 국내시장을 넘보고 있다. 많은 제약회사에서 신약 치료제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더구나 화이자는 국내 혈우병 B환자들에게 베네픽스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나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다.

이유는 박스터와 같은 초대형 혈우병 치료제 회사에서 B형혈우병 치료제의 개발을 마치고 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A형 혈우병치료제 뿐 아니라 B형 혈우병 치료제도 다수의 제품들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많은 혈우병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재단에서 특정치료제만 처방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의혹이 커지기 마련이다.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이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이다. 이 약품은 2세대니 3세대니 라는 ‘세대논란’ 때문에 재단 약심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는 매우 높다. 이 약품으로 치료받는 환자도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고 국내에 간호사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제품이다.

바이엘 이외에도 박스터 화이자 녹십자 등은 국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혈우병 메이저 제약사이다. 다국적기업에 맞서 국내 녹십자는 국내시장에 버팀목이 되어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것은 전세계에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녹십자의 ‘그린진F’는 3세대 유전자재조합제제로써 고퀄리티로 손꼽히고 있으며 미국FDA의 판매허가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박스터의 ‘애드베이트’ 다음으로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자국기업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롭게 재단 약심회의를 통과한 ‘진타’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진타’는 국내에 런칭되기 전 헤모필리아라이프를 통해서 소개된바 있다. 제품의 질은 모든 약품이 유사하다는 전제하에, 그 다음의 선택은 사용 환자들의 편리성이 높아야 한다. ‘진타’는 이 부분에 있어 분명히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이른바 ‘올인원’ 이라고 불리는 ‘진타’의 차기 출시 제품은 용해 과정(약품과 주사용수를 섞는 과정)이 원터치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혈우병 치료제는 점차 사용자 편리성과 환자 써비스 환자프로그램 등이 약품선택의 필수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적 트렌드에 맞게 여러 제약회사들은 사전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의 여건에 따라 속속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