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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여, 그 갑질 그만둬라혈우재단에 '치료비 지원자료' 요구...배상의무 피하려면 전체 혈우사회 밟고 가야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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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7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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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5월 16일자 한국혈우재단의 'C형 간염 치료 안내' 공지. 당시 재단이 HCV의 감염원인을 '혈우병 치료과정에서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치료제로 인한 감염'이라는 인과관계는 학계에서 흔들리지 않는 정설이지만 녹십자의 지원을 받는 혈우재단이 이 사실을 무루뭉술하게라도 표현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한국혈우재단을 향한 녹십자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과의 HCV(C형간염 유발 바이러스) 집단감염 소송에 있어, 자사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혈우재단에 감염환자들의 치료비 지원내역을 법원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일부 환자들이 C형간염 치료를 하면서 혈우재단의 지원을 받은 것을 빌미로, 이 환자들에 대한 녹십자의 치료비 배상의무가 소멸되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수순이다.

관련기사 : 녹십자 "C형간염 혈우환자들 무료로 치료받지 않았냐"

한국혈우재단은 녹십자 초대회장인 故허영섭 회장이 1990년 출자해 세워진 사회복지법인이다. 그 이후로도 녹십자는 매년 30억 원 가량을 재단에 후원하면서 '조건 없이' 혈우병 환자들을 지원하라는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혈우재단이 혈우 환자들을 지원하는 것에는 어떠한 조건이나 대가가 포함되지 않아야 그들이 말하는 '사회공헌'이 허언이 아니게 된다.

그런데, 혈우재단을 통해 치료비를 받았으니 녹십자에게 청구할 권한이 없다? 이 주장은 네 가지 모순을 불러올 수 있다.

첫째, C형간염 치료에 있어 감염환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사회적 공공부조 등을 통해 획득한 경제적 보전부분을 모두 녹십자의 배상의무에서 제해야 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예를 들어 의료보호 환자들은 보건복지 재정에서, 임상시험 약품으로 간염을 치료한 환자들은 개발사에서 비용을 댔으니 감염시킨 녹십자에서는 배상을 안해도 되는 걸까? 혈우재단의 지원도 이러한 공적부조의 개념과 다르게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배상책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치 산불피해 주민들이 국민 성금으로 구호품을 받았다고 해서 발화 책임이 있는 변전소가 사법처리를 피해갈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둘째, 녹십자의 이러한 주장이 성립되기 위해선 혈우재단에 지원하고 있는 연 30억 원의 돈이 철저히 자사의 조건부적인 '대외업무비'이며, 혈우재단은 기업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계열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녹십자는 재판과정에서도 줄곧 혈우재단의원을 독립된 의료기관이라고 진술하며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해왔고, 재단도 모든 면에서(특히 세계혈우연맹과의 관계 속에서) 녹십자와 별개의 사회복지법인임을 강조하면서 중립적인 치료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혈우재단 실무 최고책임자인 상무 자리에 매 임기마다 녹십자의 퇴직 임원이 내려와 앉아도 '낙하산'이 아니라 '적임자'라고 말해온 그들이다.

그럼에도 '이미 무료로 치료받았으니 보상해 줄 필요 없다'는 녹십자의 주장은 이제야 가면을 벗고 "그 돈이 곧 내 돈이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보여질 뿐만 아니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핑계로 일본군성노예피해자 문제를 모르쇠하는 어떤 나라를 떠오르게까지 한다. 아, 소송이 제기된 2000년대 초반 혈우재단의원이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했던 이유에 이런 꿍꿍이가 있었나? 하는 망상까지 이르는 데에 그리 오랜 추리가 필요치 않은 게 슬프다.

셋째, 혈우재단의 치료비 지원으로 녹십자의 배상의무가 일부 소멸된다면, 반대로 녹십자와의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게 되는 환자가 있다면 재단은 그 환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인가? 하는 모순도 생긴다.

재단이 법적 보상을 '중복지원'으로 보고 혈우환자를 지원 배제하는 최초의 사례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일 수 있는 네번째 모순은, 환자들의 치료비 지원은 일부 혈우재단의 비용이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 건강보험급여가 쓰여졌다는 데에 있다.

사고나 제3자에 의한 상해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피해를 가한 측에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혈우재단의원이 치료비의 대부분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고 일부 본인부담 부분에 대해 지원을 시행한 조치는 재판 결과에 따라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감염 환우들 사이에서 "나랏돈으로 치료하고 생색은 녹십자가 낸다", "녹십자가 건강보험측에 치료비를 환급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말, 녹십자가 요구한 해당 '치료비 지원내역' 자료를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의견제출요청서'를 한국혈우재단에 송달했다. 혈우재단은 앞서 작년 녹십자의 의무기록제출 요구와 환자들의 격렬한 반대, 결과적으로 환자 본인 동의 없이 박스떼기로 제출하는 과정에서 겪은 도덕적 아노미를 또 한 번 되풀이 해야 하는가를 놓고 갈등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공식 답변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금이라도 한국혈우재단과 전체 혈우사회에 대한 갑질을 중단하고 15년 넘게 끌어진 이 재판과정에 진실성있게 복귀하는 것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이어온 사회공헌과 '아무도 만들지 않는 약을 만든다'는 건강사회를 향한 가치를 지금이라도 지키는 길일 것이다. 평생을 혈우병 치료에 매진해 온, 환자들에게는 마치 어버이와도 같은 시니어 의료진들 숨결이 담긴 혈우재단이기에 이들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는 더욱 두고보기 어려운 갑질 중의 갑질이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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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녹십자 혈우재단 세무조사등 철저한 감사가 우선
자금운용및 사용출처등 세밀한 조사가 필요함.
모양만 사회복지 실상은 영리추구
국민과 사회를 기만하는 기업,단체의 본보기

(2019-07-08 17: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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