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스앨타의 혈우병 9인자 치료제 ‘릭수비스’

박스앨타의 혈우병 제9인자 치료제 ‘릭수비스(Rixubis)’가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아놓고 복지부와 약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혈우재단에서의 처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스앨타측 관계자는 ‘6월초 런칭목표이나 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청신호 전망을 내 놓고 있지만, 환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목표와 실제 처방일정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먼저, 릭수비스가 재단에서 실제 처방되기까지는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다. 해당 제약회사측 목표인 6월에 모든 허가절차를 마친다고 해도 혈우재단 의약심의위원회(이하 약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 ‘릭수비스’, 재단 약심회의 통과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릭수비스’의 약심회의는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복지부에서의 약가책정이다. 박스앨타 글로벌 본사에서는 기존(베네픽스)치료제 보다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릭수비스의 가격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높게 책정이 될 경우 재단약심에서 ‘처방불가’ 입장이 나올수도 있다는 것.

혈우재단의 입장은, ‘동등한 효과효능을 가진 치료제라면 가격이 낮은 치료제이거나 국내치료제’를 우선하는 게 재단의원장의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명분은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따라서 릭수비스가 기존의 치료제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면 ‘기존 치료제 보다 개선된 점이 알려진 게 없는데도 비싼 수입제품’이라는 핸디캡이 발생되면서 ‘재단의 처방원칙’에 따라 ‘처방불가’ 처리를 받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번째는 효과효능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국제 혈우사회에서는 롱액팅(반감기가 긴 치료제)제품이 출시되면서 국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자들 사이에서는 ‘릭수비스가 차세대 치료제도 아닌데 왜 재단에서 처방하느냐?’ 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가 재단 약심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에서이다.

당시 코지네이트FS는 환자들에게 사용하기 편리하여 빠른 치료가 가능했지만, 재단 약심회의는 ‘3세대 제품’이 있는 상황에서 2세대~2.5세대 제품이 필요하겠는가? 라는 이유를 들어 ‘재단에서 처방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치명적인 여파 등으로 바이엘은 ‘코지네이트FS’를 국내에서 철수하게 된 주요원인 중 한가지가 됐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등에서 다수의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었던 치료제였고, 환자들의 재단처방 요청도 강하게 제기됐으나, 혈우재단에서는 ‘세대’를 강조하면 단호하게 ‘처방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세 번째는 ‘환자들에게서 절실한 요구가 없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강하게 요구해온 치료제들은 오히려 ‘처방결정대기’ 또는 ‘처방불가’ 등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릭수비스’가 재단약심회의를 무사통과하게된다면, ‘어째서 일사처리 진행될까?’라는 의문이 나오면서 ‘특혜받는 것이 아니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재단 약심회의에서 ‘릭수비스의 신속처리’는 상당한 부담이 될수 밖에 없다. 명분을 찾기 위해서는 환자들을 설득할만한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써는 마땅한 카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 ‘릭수비스’, 재단에서 환자들에게 처방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

‘릭수비스’가 재단 약심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재단에서 환자들이 이용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도 있다. 이같은 환자들의 주장은 지난 2013년 7월에 있었던 ‘약심’회의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한국혈우재단은, 환자들 사이에서 현존하는 치료제 중에 가장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화이자의 진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환자들과 의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환자의 신속한 치료는 2~3차의 재출혈을 예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총 사용횟수를 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순응도를 높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상당부분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재단은 약심 회의를 통과한지 만 2년 8개월을 넘어선 지금, 재단의원에서는 진타 치료제에 대해 아직까지 단 1회의 처방도 없었다. 따라서 ‘릭수비스’가 재단 약심회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바로 환자들이 사용하게 될수 있을지는 알 수 없고 ‘진타’처럼 최도 2년이상은 걸려야 처방이 되지 않겠느냐 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 혈우재단 관계자는 21일, ‘릭수비수의 약심일정’을 묻는 본지 기자에게 “아직 (박스앨타에서) 신청(약심) 안했다”고 말했다. 신청이 없기 때문에 ‘약심일정도 잡힌 게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같은 날, 박스엘타 관계자는 “재단의 정기 약심회의가 언제 열리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측 반응과는 조금 대치되는 엉뚱한 답변이다.

이에 대해 김승근 혈우사회분석가는 “박스앨타는, 재단측에 릭수비스 약심을 요청하면 ‘쉽게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재단약심’은 중요한 관문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박스앨터는 녹십자와 애드베이트 등에 대한 파트너 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릭수비스의 재단처방도 당연한 수순으로 예상하는게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분석가는 “의사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는 재단약심회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약심에서 어떤 결과를 내 놓을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재 9인자 치료제는 ‘CSL베링’에서 반감기가 긴 이른바 ‘롱액팅’ 9인자재조합제제 ‘아이델비온’을 출시했고, 나아가 네델란드 기업 ‘유니큐어’에서는 ‘유전자치료(GENE THERAPY)’를 통해 ‘혈우병 완치’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9인자 혈우병환자들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김태일 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