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헤모필리아라이프를 통해 박스앨타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글에서는 박스앨타가 국내 혈우병사회에서 큰 역할을 감당해 낸 회사로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려고 기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기사는 [3인3색]코너의 <혈우사회의 선순환 긍정효과 가져온 ‘박스앨타’>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박스터(박스앨타라는 이름이 낯섭니다. 그리고 곧 없어질 회사이기에 이제부터는 박스터라고 부르는겠습니다.)는 우리나라에 무역통상 압력까지 앞세우면서 우리나라 복지부와 큰 마찰까지 빚었습니다. 그것이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정작 박스터의 제품을 국내에 팔기 위한 수단이었겠지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박스터가 우리나라에 약을 가져와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그만이니까요.

▲ 김기홍 전 박스터 이사 ⓒ공개용 카톡 프로필

박스터 직원들이 혈우재단에 자주 방문했었습니다. 혈우재단이 서울 용두동에 있을 때로 기억됩니다. 어느 날 두명의 남자 직원이 찾아왔었어요. 김나경 과장이었던가? 지금 사장이 된 분. 그러나 그때 김 과장님은 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었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결정은 김기홍 이사라는 분이 다 처리했습니다. 지금은 잊혀져간 인물이지만요. 군대로 치자면 김기홍 이사님이 소대장이었다면 김나경 과장님은 일병 쯤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에서 혈우병사회에서 박스터를 높게 평가한다면 김나경 과장님이 아니라 김기홍 이사님에게 감사해야합니다.

김기홍 이사님의 판단과 결정은 매우 주요했습니다. 김기홍 이사님은 할수 있는 일과 할수 없는 일을 분명하게 말해주었습니다. “그건 안되요.” 또는 “그건 해볼 수 있어요”라고 분명하게 말을 했죠. 우리 환우들이 원하는 건 어떤 질문에서도 “그건 해볼 수 있어요”라는 답변을 듣고 싶었는데, 김 이사님은 “그건 안되요”라는 말을 얄밉게도 정확히 말하셨어요. 그 때문일까요? 환우들은 김기홍 이사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뒤늦은 후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판단해주고 말해준 사람이 김기홍 이사님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김 이사님이 환우들에게 큰 도움이 됐었다고 생각합니다.

▲ 박스앨타 김나경 사장 ⓒ공개용 카톡 프로필

김나경 과장님은 가능한 일이나 불가능한 일이나 “그건 안되요”라는 말을 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환우들은 김 과장님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김기홍 이사님를 보면 ‘싫은 티’를 더 많이 냈고 김 과장님을 보면 ‘좋아하는 티’를 더 많이 냈던 거 같습니다. 이제야 생각해보면 조금 속은 거 같습니다. 김 과장님에게 말이에요. 차라리 안되는 걸 안된다고 말해주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희망고문이 더 무서운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희망고문 때문에 박스터와 환자들이 싸우게 됐던지도 몰라요. 내 생각이지만........

박스터의 리콤(리콤비네이트)을 우리 환우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루가 멀다하고 복지부를 찾아갔습니다. 복지부 담당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자주 갔어요. 못가도 일주일에 세 번이상은 복지부에 간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몰래 장관실까지 들어간적도 있습니다. 처음엔 조금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랬죠. 그런데 나중에는 그냥 거침없이 갔습니다. 출석부에 도장 찍으러 가는 것처럼 매일매일 이렇게 몇 개월이 지나니까 담당 사무관이 바뀌었고.... 그래도 또 갔죠. 김상희 김은영 양준호 사무관..... 그냥 지금 떠오르는 담당자만 해도 이렇게 이름이 떠오릅니다. 진짜 자주 갔습니다. 가서 사정도 하고 소리도 쳐보고 미안해서 박카스도 사다가 줬습니다.

▲ 무릎출혈 ⓒ참고사진

언젠가는 복지부에 가는 중에 무릎 출혈이 돼서, 사무관에게 바지를 걷어 올리며 부어있는 무릎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민원인이 아니라 “누나” “형”이 될 정도였죠. 복지부 뿐만 아니라 심평원에서 심사하는 분들을 만나야 한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심평원엘 갔습니다. 식약청을 가야 한다고 얘길 들으면 또 식약청도 갔습니다. 진짜 여러 곳을 많이 다녔죠. 이런 공공기관에 제약회사 직원들도 자주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약회사 직원이 찾아가면 공무원들은 ‘약장수’처럼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환우들이 가는 게 효과 있는 거죠.

우리 환우들 만큼 공공기관을 많이 가 본 사람도 없을 껍니다. 가라면 갔었으니까. 코헴회에서 가자고 결정하면 갔고, 어머니들이 가보라면 갔고, 박스터에서 가달라고 하면 갔습니다. 그런데 꼭 가라고 해서 간 것 만은 아닙니다. 우리 환우들을 위해서 복지부를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간 겁니다. 남이 가라고 해서 무작정 가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국회도 가고 국회의원도 만나고 의사도 만나고 데모도 했습니다.

그렇게 수 개월이 지났고 수 년이 지났습니다. 그 결과 지금 박스터의 약은 이제 자연스럽게 누구나 맞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박스터 직원들은 “내가 어떻게 싸워서 이 결과를 얻어 낸건지 너희들이 알아?”라면서 스스로 영웅담을 쏟고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참 웃깁니다. 하는 걸 보면 자기네들이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거 같아요. 박스터에 인정할 만한 역할자가 있다면 다름아닌 김기홍 이사님을 꼽고 싶습니다. 왜 나가셨는지... 그 분은 오래전에 회사를 그만 두고 나가셨다고 합니다. 옛날에 일병쯤 돼셨던 분은 지금 사장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스터 직원분들과 박스터와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은 게 있습니다. 김기홍 이사님을 꼭 만나보라는 겁니다. 지금의 박스터는 원조 능력자 바로 김기홍 이사님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박스터가 박스앨타로 바뀌었다고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또 샤이어라는 곳에서 박스앨타를 샀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한국샤이어 문희석 대표님께도 김 이사님을 꼭 한번 만나보시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참! 또 김기홍 이사님께도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금 무얼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미워했던 거..... 정말이지 사과드릴게요. 누군가의 이간질 때문이었을 거에요.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이런 걸 꼭 말하고 싶어서 두서없이 글을 썼습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무명인 혈우환우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