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세계 혈액학회로 알려진 에쉬(ASH-미국혈액학회, Annual Meeting) 연례회의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됐다. 전문가 집단 2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이다. 에쉬 연례회의에서는 혈우병 치료에 대해 최근 의료동향을 접할 수 있다.

물론 혈우병 뿐 아니라 혈액관련 희귀질환 대부분을 포함한다. 또한 상업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편견 없는 질적, 객관적, 균형 적, 과학적으로 엄격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구두 발표나 포스터 발표도 사전에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관심 가져 볼만한 우리나라의 혈우병 치료제가 발표됐다. 녹십자의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 ‘MG1121(비임상명)’라는 물질이다. 이 치료제는 목암연구소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혈우병 치료제 중 한가지이다.

8번 응고인자의 B-Domain에 PEGylation 연결하고 본빌레브란트를 접목해서 제8 응고인자의 분해시점을 최대한 늦췄다. 이 결과로 현재 혈우병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애드베이트’에 비해 반감기가 3.3배 증가됐다는 게 이번 발표의 핵심 설명이다.

반감기가 길어지게 되면 당연히 환자의 주사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 즉, 예방요법을 하고 있는 혈우병 환자들이 1년에 100~150회 전후로 정맥주사를 해야 하는 횟수를 단 50여 회 정도로 줄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가정요법을 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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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녹십자에서 발표한 ‘MG1121’ 치료제는 비임상 데이터이지만 국제 혈우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진일보한 성과물이 공식발표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녹십자는 그린에이트를 사용하던 국내 8인자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 개선된 그린모노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린모노에서 그린진F로 전환 할 때는 샤이어의 애드베이트에 밀려 시장점유를 목표 수준까지는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유는 샤이어의 발빠른 대응이 국내 8인자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크게 점유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번에 발표한 녹십자의 롱액팅 치료제 ‘MG1121’는 ‘주1회 주사로 예방적 요법이 가능하다’고 발표되었는데, 이는 현재 세계에서 유통되는 8인자 응고인자 치료제 중 가장 긴 반감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국제활동을 넓혀가는 국내 환우들에게도 세계혈우사회에서 국내기업의 치료제가 언급되는 건 상당히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이같은 국제적 관심은 녹십자의 차세대 치료제를 더욱 안전하고 효과 높은 치료제로의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잣대이자 가드포스트(guard post)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는 높은 수준의 생산시설과 엄격한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Good Manufacturing Practice)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세계 의약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내 기업이 혈우병 관련 R&D 연구 분야를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부문의 시장 확대와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되어야 가능하다. 국내기업이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환자들의 역할도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 2018년,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환자들을 위한 환자들의 선택은 과연 어떻게 이뤄질지. 그리고 ‘MG1121’의 개발은 어디까지 진척될지 혈우사회에서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한편, 다음 에쉬 연례회의는 2018년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캐나다 샌디에고에서 개최된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