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준비되고 있다.

2017년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내달 12일 예정된 가운데, 이번 국정감사는 최근 ‘문재인 케어’와 관련,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비롯해, 건강보험 보장성강화가 여야간 찬반논란이되면서 주요 이슈로 예상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장애인 복지와 노인복지의 개선도 공약해 왔다.

또한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보장성 강화 대책마련도 중요한 이슈로 꼽히고 있다. 특히 혈우병 환자들은 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해 요양기관을 연간 수십 회 재방문해야하는 비합리적인 제도가 있다. 주요국가들은 ‘혈우병 치료제의 장기처방’을 통해 환자들의 내원횟수를 줄여가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오히려 내원 재진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혈우병 환자들이 단순히 치료제 처방을 위한 원내 재진을 줄이고 ‘홈딜리버리’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혈우병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제를 연간 쿼터(분기별)나 하프(반기별)로 자택 배송하는 의료서비스가 정착되어 왔다. 반면 국내는 환자의 연령에 따라 1회 내원 시 5회분 처방 내지 6회분 처방만 되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 처방’을 위한 단순내원이 빈번한 실정이다.

혈우병 환자들의 이슈 … ‘치료제 홈딜리버리’와 ‘치료제 처방횟수제한 폐지’ 등

혈우병 환자들은 적량의 치료제 투여만으로도 정상적인 생계활동이 가능한 특수 질환이다. 반면 치료제가 없으면 현저하게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다. 따라서 환자들은 현행 보험급여 기준에 따라, 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해 월 2~4회 이상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직장이나 학교를 결석하더라도 치료제 처방을 받기 위해는 내원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못받게 되면, 수 일 또는 수 주간 심각한 통증과 함께 침상에 누워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환경 개선은 먼저 ‘처방횟수제한의 폐지’가 되어야 하며, ‘치료제의 홈딜리버리’가 가능해져야 한다. ‘처방횟수제한’이 폐지됐을 때 환자에게 돌아올 치료패턴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잦은 재진이 사라지면서 전문의료인과 상담을 통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치료제를 처방받게 되기 때문이다.

‘치료제의 홈딜리버리’가 실시되면 환자들은 한층 더 정상적인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특히 ‘홈딜리버리’의 경우는 법의 재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으며 복지부 내에서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보완만으로도 충분히 시행될 수 있다는 게 환자들의 목소리 이다. 잦은 내원과 부피가 작지 않은 치료제를 처방받아 들고 다녀야 하는 환자들, 그들에게 작은 관심만 기울이면 혈우병 환자들의 삶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치료제의 ‘홈딜리버리’가 시행된 적도 있다.

과거, 바이엘코리아에서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 ‘코지네이트FS’를 ‘홈딜리버리’한 경우가 있다. 혈우병 치료제의 무상공급 프로그램이었다. 2010년경, 20여명의 혈우병 8인자 환자들은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희귀약품센터에 치료제 배송 신청을 했다.

이후 환자들은 자택에서 안전 포장된 혈우병 치료제를 받아 치료했다. 이같은 치료제 배송시스템은 환자들에게 매우 큰 반향을 가져왔다. 이후 ‘코지네이트FS’의 무상공급이 중단되면서 ‘치료제 배송시스템’도 종료됐다.

냉매제와 안전박스를 이용해 온도를 유지시키는 안전배송으로 환자들이 내원하지 않고도 치료제를 공급 받을 수 있다는 건, 혈우병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제도이다. 불필요한 건보재정 지출도 막고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홈딜리버리’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다.

‘치료제 처방횟수제한 폐지’와 ‘연령별 치료제 처방기준 상이’

환자들이 누차 강조해 왔듯, 처방횟수를 제한하면 환자들의 심리적 압박 때문에 불필요하더라도 “일단 치료제를 타 놔야겠다”는 심리가 발생된다. 이에 ‘처방횟수제한’은 그 무엇보도 빨리 폐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이러니한 게 또 하나 있다. 환자 연령별로 처방량이 다른 보험급여기준이다. 환자의 나이가 18세미만일 경우 최대 1회 처방시 최대 6회분, 월 총 12회분이 처방된다. 만 18 세 이상은 5회씩 두 번 총 10회분이 처방된다. 그리고 이후 출혈발생시 마다 2회분씩 의사소견서를 첨부하고 정밀 심사를 하는 조건으로 추가처방을 받게 된다.

이처럼 환자 나이에 따라 ‘처방량’을 달리 적용하는 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성’ 위헌 논란이 있다. 잠시 과거를 짚어 보면, 보건복지는 혈우병환자에게 연령별로 처방가능한 치료제를 달리 적용한 과거 사례가 있다. 이에 환자들은 헌법재판소를 찾아가 문제를 지적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6월 27일, 혈우병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83년 이후 출생자”라는 ‘한정고시’로 혈우병 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 여부를 나눴다가, 혈우병환자들이 소원을 제기하자, 헌재는 ”평등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거다. 헌재는 "보험재정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요양급여의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출생의 시기라는 우연한 사정을 가지고 동일한 환자를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헌재는 "연령에 따른 제한을 폐지하더라도 보험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이같은 헌재 결정으로 복지부는 연령제한이라는 ‘한정고시’를 없앴다. 그러나 몇년 뒤 이번에는 ‘처방량’으로 ‘연령제한’을 또 강행했다. 혈우병 환자들에게 처방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일환이라고 이해될수 있지만 그 기준이 ‘연령제한’이라는 것은 이미 헌재에서도 위헌결정을 내린바 있다.

따라서 복지부는 혈우병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치료제 처방횟수 제한’과 ‘연령별 치료제 처방량 상이’ 기준은 지체없이 폐지되어야 할 규정이라 하겠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