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코헴회는 8일 오후 혈우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첫번째 당구대회를 열었다.

8일 서초동에서 열린 <제1회 한국코헴회장배 전국 당구대회>에서 이변이 속출하는 한편, 우승자를 가리는 데 있어서는 전체 참가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과가 나왔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당구대회에는 전국에서 50여 명의 참가자와 참관인들이 모여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오전부터 대회장에 모여 연습게임을 치루는 등 혈우환우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멀리 부산에서 온 김태규 대의원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서 새벽 6시에 열차를 탔다. 이런 적 처음이다"고 말하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본격적인 경연에 앞서 대회를 주최한 한국코헴회 박정서 회장은 "코헴회가 생긴 이래 스포츠대회는 처음이어서 뜻깊고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다양하게 열겠다"고 하면서 "전국 각 지회를 대표해 오신 분들의 멋진 경기를 부탁하고 승부를 떠나 즐겁게 이 대회를 즐겨달라"고 개회사를 전했다.

▲ 개회사를 하고 있는 코헴회 박정서 회장

대회는 상급부 단식, 초급부 단식, 지회대항 복식 이렇게 세 부문으로 나눠 진행되었고 혈우환우 뿐만 아니라 환우의 아버지, 한국혈우재단 직원, 혈우병치료제 생산회사 직원까지 총 38팀(중복출전 포함)의 참가자 출전해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이변은 상급부 단식 1차전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초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전북지회 양진석 대의원과 서경지회 전신욱 회원이 첫 경기에서 광속탈락 해버린 것. 예상 밖의 초반탈락을 맞은 전신욱 회원의 외마디 "멘붕"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스포츠가 정신력을 바탕으로 당일의 컨디션이 승패를 크게 좌우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두번째 이변은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의 '상급부 결승 진출'이었다. 며칠 전부터 팔꿈치 통증때문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1차전만 통과해보겠다"던 애초의 약한 모습과 달리 쳤다하면 장타를 이어가며 결승까지 치고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김승근 주필과 결승에서 만난 건 다름아닌 1차전에서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정감과 자로 잰듯한 정확성을 보여준 경북지회 김재일 회원이었다. 김재일 회원은 결승에서 연속 3타 파울을 범하며 김승근 주필에게 먼저 쓰리쿠션 진입기회를 내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들린듯한 연속타로 두게임을 내리 이겨 상급부 단식 우승을 거머쥐었다.

▲ 우승자 김재일 회원의 안정적인 자세

초급부 단식경기에서는 코헴회 행사에 처음 참여하는 '뉴페이스' 전북지회 배동환 회원이 숨겨진 실력을 뽐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다크호스'였다. 12명의 출전으로 2차전을 부전승으로 올라온 배동환 회원과 김영교 회원이 각각 4강 상대를 꺽고 결승에서 만났는데, 역시 당구 구력 100과 50의 차이는 적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비혈우인들과 다르지 않은 건강한 피지컬의 배동환 회원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함께 앞으로도 혈우사회 행사에 자주 참석해 어린 회원들에게 건강한 모습을 많이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에 치러진 지회대항 복식전 결승에서는 공교롭게도 단식전에서 상급부 우승을 차지한 김재일 회원이 포함된 경북지회와 초급부 우승자 배동환 회원의 전북지회가 맞붙었다. 긴장감 넘치는 '알다마'의 향연 끝에 김재일 회원이 멋진 뱅크샷(쿠션먼저 맞추고 쓰리쿠션)을 성공시키며 이번 대회의 길고 긴 대장정을 마쳤다. 뱅크샷 도전 15이닝만에 극적으로 나온 성공이어서 저녁식사를 기다리던 전체 참가자들은 더욱 큰 환호를 터뜨렸다.

이때 시각이 저녁 7시 반, 무려 6시간이 넘도록 대회가 이어진 것이었다.

한편, 이날 코헴회의 첫 당구대회에는 코헴가족 뿐만 아니라 한국혈우재단 직원과 현재 혈우병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는 녹십자, 샤이어, 한독, 화이자 관계자, 그리고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이수앱지스 관계자까지 함께 참석해 당구실력을 겨루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한국 혈우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벤트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을 마치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참가자들은 근처 식당으로 이동해 뒤풀이를 하며 이날 대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삶을 격려했다. 코헴회 박정서 회장은 "대회준비에 부족한 점도 많았을텐데 즐겁게 호응해준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낚시대회, 탁구대회 등 다양한 회원들의 레포츠 활동을 장려하도록 하겠다"고 예고했고, 끝으로 "8월에 있을 여름캠프에서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고 회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 제1회 코헴회장배 당구대회 #성공적

한 참가환우는 인터뷰에서 "혈우병은 쓰리쿠션이다"라고 비유했다. 이 환우는 "우리 인생도 직선으로만 길을 찾으려고 하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혈우라는 질환과 함께 가기 위해 인생을 넓게 보고 이쪽저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다보면 새로운 길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이같이 비유했다. 코헴회의 새로운 시도와 환우들의 건강한 교류활동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 상급자 단식부 우승을 차지한 김재일 회원

▲ 초급자 단식부 우승, 배동환 회원. 다크호스다운 검정색 의상이 인상적.

▲ 지회대항 복식 3위를 차지한 경남지회 김태규 대의원과 표재근 지회장

▲ "헉...잃어버린 형제인가..."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와 김영교 기자

▲ 경북지회 장원 지회장(좌)과 최진섭 회원

▲ 서울경기지회에서 유일하게 입상해 지회 체면을 살린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 당구장에서 레드타이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제약사 이수앱지스 직원들

▲ 제약사 한독의 홍태웅 차장(우측)

▲ 환우 아버지로서 참가한 충남지회 김용현 회원

▲ "졌지만 괜찮아" 밝은 표정으로 대회를 즐기는 경남지회 김태규 대의원

▲ 대회 후 뒤풀이, "고기에 누가 꿀을 발라놨어?"

▲ "혈우병은 쓰리쿠션이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유성연 하석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