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는 건 나쁜 아이야.’

아이들에게 이같은 교훈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낸 동화 ‘피노키오’. 이 명작은 각색되어질 때마다 감독과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왔다. 어떤 식으로 각색되든 결국 개구쟁이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어 할아버지와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달랐다. 그는 전작 <셰이프 오 브 워터>에서 말했던 ‘외모와 다른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피노키오라는 명작 동화 안에 녹여내고자 했으며 <판의 미로>에서와 같은 기괴하고 어두운 동화 같은 분위기를 모두 이 영화 안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히 아는 내용인데도 어딘가 다른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이 이야기가 우리가 아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돼요.’ 교훈을 주기 위한 동화가 맞는지, 아니면 어른인 우리에게 ‘아이를 그렇게 키우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기 위한 것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 장면은, 마지막에 바다 괴물의 뱃속에서 제페토 할아버지와 탈출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자라나는 코’를 이용해 일행을 구해내는 가치의 전환 부문이다. 꼭 거짓말이 나쁜 것일까? 때에 따라 거짓말이 필요하다며 사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이분법적인 가르침에 대해 ‘그건 때에 따라 달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지금까지의 피노키오 동화가 가진 가장 큰 주제이자 결말이었던 ‘착한 아이가 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는 큰 변화를 주었다.

그것은 고전 명작동화를 다룬 작품이 바꿀 수 없었던 결말을 바꾸는 큰 도전이었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원작의 가장 큰 교훈을 훼손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변화였다.

그 장면은 바로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피노키오가 인간 아이가 되지 못하고 그저 피노키오로 남는다. 이 장면은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피노키오는 인간 아이가 되어 제페토의 진짜 아들처럼 살아가려고 착한 아이가 되려 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걸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제페토 할아버지의 진짜 아들, 사람이 되는 것이 해피엔딩이며 피노키오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꿈이라고 믿었지만 그런 생각을 비판하듯 죽음의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절대 인간 아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장면은 이게 과연 동화가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줄 때,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단어, 지극히 현실적인 일들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착한 아이가 되고, 사람 아이가 되는 것만이 좋은 결말이라고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의 동화가 어쩌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착한 아이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착하지도 않은 나무 목각인형 피노키오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피노키오가 피노키오로 살겠다고 한 것처럼 결국 자신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오롯이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주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자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이처럼 상식을 바꾸어 바라보는 건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런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연출을 보면서 혈우사회가 떠 올랐다. 상식을 뒤엎는 생각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혈우사회의 보편성(?) 등이 가슴 아프게 한다. 집착하는 하나를 얻기위해 중요한 열 가지를 포기하는 행동들. 이런 비상식이 존재하는 한, 정상인들로 하여금 '역시 환자답다'라는 말을 듣게 되지않을까?

[hemolife bravomylife]

※ 필자소개
브라보마이라이프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헤모라이프 필진으로 활동합니다. 주로 다룰 분야는 영화, 공연, 음악, 책 등이며 영화는 섹션 헤모필무비필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혈우사회 구성원이며 건강한 혈우사회를 지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