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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혈우병 아들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기까지[일본 혈우환자 인터뷰] 두 환우 아이의 엄마 이야기
조은주 기자  |  cap38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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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09  1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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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시의 원폭 돔이 있는 평화공원. 이른 아침 가족과 함께 평화공원을 달린다고 합니다.

『 간호사로 12년간 근무 후, 결혼과 출산. 현재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인 남자아이 엄마. 남편의 전근으로 2017년 가족과 함께 히로시마현으로 이주 』

발랄한 목소리로 밝게 말하는 다나카 미츠호씨. 그녀에게도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의 외모를 보면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다나카씨의 두 아들은 혈우병 환자입니다. 지금까지 어떠한 고뇌가 있었는지, 그간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환우회를 알게 된 계기 등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 아들이 뜻밖의 혈우병...의료진이었기에 더욱 크게 느꼈던 자책감.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 중 혈우병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설마 우리 아이가 혈우병에 걸릴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12년간 간호사로 일했지만, 혈우병 환자를 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혈우병이 “희귀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큰아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손발에 멍이 많이 드는 것이 신경이 쓰여 진찰을 받아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남편과 상의하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생후 8개월 반이 된 어느 날, 테이블을 붙잡고 서 있다가 넘어져 입안을 깨무는 바람에 출혈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는 바로 피가 멈췄는데, 다음날 다른 자극으로 같은 곳에서 다시 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찰을 받았는데 혈우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평생 안고가야 하는 병이고, 정맥주사를 맞아야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완치는 바랄 수도 없고,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집 근처 지역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을 뿐 전문의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방법 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제가 의료인이었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치료 도중에 항체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바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았더라면……”

깊은 자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 히로시마로 이사한 후 아이들은 원폭 돔이 보이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현재 주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일주일에 3회 정도 맞고 있다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우리 아이, 그 당시엔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항체라는 것을 알게 된 그 날, 링겔 줄을 꽂은 채 14개월 된 장남을 데리고 도쿄행 신칸센에 급하게 몸을 실었습니다. 전문의에게 설명을 들은 후, 포트 삽입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다음날, 면회를 가보니 링거가 뽑히지 않게 손발이 묶인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던 장남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울컥합니다.

퇴원 직후에도 장남의 손을 잡고 동네 슈퍼에 데리고 갔다가 관절 내출혈이 발생해서 바로 걸을 수 없게 되었고, 다시 한 달 이상 입원해야 했습니다. 그땐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내심 아들이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혈우병에 대해 남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로인한 고독감도 있었습니다.

당시는 환우회라고 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에도 상당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입원해 있던 병원의 임상심리사로부터 어머니들의 모임이 있으니 참석해보시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 제안을 계기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석을 했습니다. 같은 질병을 가지고 있는 다른 자녀들의 모습을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 육아에는 여러 가지 트러블이 있기 마련이죠. 혈우병이 더해져서 일반적인 육아보다 조금 더 힘든 느낌이라며 살짝 웃는 다나카씨.

“육아에는 여러 가지 트러블이 있기 마련이죠.”

그 환우회를 통해 큰 충격을 받았어요.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었고, 엄마들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진심으로 웃을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아, 이렇게도 건강하게 아이들이 성장을 하고 있구나.....”라고 안심 할 수 있었고, 그분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환우회에서 친구가 생겼고, 어머니들과 환우회 모임 이외에서도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위로가 되었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지혜와 아이디어를 많이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출혈이 생기면 제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만약 아이가 입 안을 베이면 바로 얼음이나 아이스캔디를 먹게 해서 차갑게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친숙한 것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혈우병일 가능성이 있고, 성별을 몰라서 출산을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병원의 유전 외래로 통원하던 중, 의사선생님께서 지금은 혈우병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고, 혈우병은 자유롭게 사는 것이 가능한 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파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낳아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훌륭한 상담을 해주신 선생님께 지금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은 태어난 지 1시간 만에 혈우병이라는 선고를 받았지만, 큰아들 덕분에 고생한 경험이 있으니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는 환우회 모습. 같은 처지의 분들을 만나 정말 다행이고, 환우회는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다나카씨. (타나카씨 제공)

◆ 아들들에게는 주사는 안경과 같은 것이고, 병은 평생 가지고 다녀야하는 체질이라고....

첫째, 둘째 아이와의 만남은 인생 최고의 기쁨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아주 건강한 그 녀석들을 보며 “그 존재 자체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에게는, 병에 대해서는 ‘평생 안고 살아갈 체질’이라고 설명했고, ‘안경이 필요한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처럼 주사는 안경과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세상에는 중병을 앓고, 분쟁지역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아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상생활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가족, 환우회, 의료 관계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최근에는 혈우병 세미나 등에 혈우병 아들을 둔 어머니로 등단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저의 그런 활동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지금 자녀분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전국적으로 환우회와 스터디 모임이 있으니 꼭 참가해 보십시오. 혈우병 치료는 계속 진화되고 있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약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약이기 때문에 정말 신중해야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격려를 받는 일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형제끼리 싸움이 나서 출혈이 발생하는 바람에 황급히 주사를 맞은 적도 있었다고... 지금은 사전에 능숙하게 대처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연박 야외 활동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다나카씨.


※ 취재 후기

아드님들과 걸어 온 약 10년간의 발자취를 때론 눈물 짓기도 하고, 때론 웃는 얼굴을 보이기도 하면서 이야기해 주신 타나카씨. 현실을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어머니"가 되어가는 모습이나, 혈우병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시는 자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혈우병 환우 어머니의 이야기는....

혈우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 사이트 ‘헤모필리아 스테이션’에 게재된 이야기이다. 이 사이트는 다케다 약품 공업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일본 혈우사회 공헌프로그램 중 한 가지이다.

[번역 헤모라이프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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