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과실과 HIV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된다” - 대법원판결

오랫동안 끌어왔던 녹십자와 혈우병 환자간 AIDS 약해소송 사건이 최근 대법판결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보상과 배상 등 실질적인 마무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관련 한국코헴회(김동관 회장) 회장단 일부는 지난 23일 오후 녹십자측과 면담을 갖고 코헴사무국 명의로 ‘녹십자 대표자면담보고’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게시문에 따르면 녹십자측에서는 녹십자 PD본부 박복수 본부장, 녹십자 정연재 이사, 녹십자 법무팀이 참석했고 코헴회 측에서는 코헴회 회장, 서울경기지회장, 코헴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앞서 코헴회측은 소송인단 7가구와 면담을 통해 입장을 확립해 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녹십자측 대표단을 만난 코헴회측은 다음과 같이 녹십자측에 의견을 전달했다.

20년동안 고통받아 왔고 10년동안 소송해왔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여긴다.
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녹십자가 대법원 판결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녹십자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시에는 대중시위, 언론 활동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 전면에 나서겠다.
이 사안은 모든 혈우환우들이 공감하며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문제이다. 환우의 인권을 존중하는 원칙을 가지고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코헴회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와관련 녹십자측에서는

녹십자 임원들은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대법원 판결이 시효라든가 여러가지 면에서 법리적 공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고등법원 판결까지 받아보고 판단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환자들의 입장과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변호사를 통해 듣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대화의 자리가 회사 임원진의 방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성과적이라고 본다.

라고 답했다며 게시판을 통해 전했다.

혈우병과 관련된 약해(藥害)사건은 국내 혈우사회뿐 아니라 전세계 혈우사회에서도 커다란 이슈 중에 한가지이다. 대부분 선례에 따르면 환자들에게 보상 또는 배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환자 당사자에게는 사망 등 치명적인 사태가 뒤따랐다.

국내에서도 벌써 10년 가깝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HIV(AIDS)뿐 아니라 HCV(C형간염) 등 여러 약해논란이 남아 있다.

이 중에 AIDS 약해소송은 대법판결이 끝났기 때문에 환자들과 녹십자측의 소송 마무리는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녹십자측 변호사가 “한 번쯤 만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결론이 나지 않겠냐”고 말했고 이에 대해 환자측 변호사 역시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어떻게 결론이 날 지 모르지만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입장에 따라 녹십자측과 코헴회측이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극적인 화해는 없었다. 또한 소송 환자들도 녹십자측과의 만남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시간이 되었는지 알려진바 없다.

그러나 혈우병 약해사건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있은 후 ‘다소 원만해 진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모든 소송이 마무리되어 혈우사회가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날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