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혈우병환우들이 1인가구로 혼자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또는 못하거나 해서이다. 물론 직장이나 학업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사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혈우사회의 문제에서 조금 빗겨 나갈 수는 있겠다. 정작 문제는 나이가 든 독거환우를 의료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장치를 마련해야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혈우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아봤지만 정작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심은 치료제의 용량을 늘리거나 새로운 치료법의 도입 등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정부의 ‘고시개선’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제도와 환경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보다 나은 장치를 마련해야 함에도 아직 우리들은 그러하지 못하다.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것에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너리즘 때문일수도 있다. 자기반성과 함께 다시금 우리주변을 환기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한다.

※ 편집주 -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통계자료, 화면구성 등 미래를 전망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미래채널 MyF>를 운영하고 있는 미래캐스터 황준원 전문가의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임을 밝혀 둔다. 황준원 전문가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드론, 고령화 등 놀라운 미래소식을 전달하는 전문가이다.

◇ 1인가구의 문제는 우리 혈우사회만의 문제인가?

사실 그렇지 않다. 1인 가구는 사회복지가 개선되면 될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유럽의 1인 가구 비율은 2017년 통계에서 평균 34%를 차지하고 있다. 즉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라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는 35%, 독일 41%이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스웨덴은 51%가 넘는다. 두 가구중 한 가구는 혼자살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유럽의 1인 가구 통계, 스웨덴은 51%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왜 복지국가일수록 1인 가구가 많을까? 이유는 가족의 역할을 사회와 국가가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우리는 쉽게 생각하기에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고령자의 1인가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40대 이하가 1인 가구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7.9%가 1인 가구라는 통계청발표(2016년 집계)가 있었다. 예상외로 높은 숫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거 4인 가구가 일반적인 형태였으나 1인 가구가 2000년부터 급속히 늘어나면서 2010년 이후부터 줄곧 1인 가구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원 수 통계

▲연도별 가구원수 증감 그래프

놀랍게도 최근에는 1인 가구 비율이 4인 가구나 3인 가구 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가구원수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혼자살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KB금융’에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겠다”고 답한 이들이 무려 49.7%나 차지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의식조사를 해본 결과,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라고 답한 경우가 51.4%라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부모세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32.9%를 나타낸 것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독거생활은 혈우사회뿐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고 복지국가가 되면서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17년 뒤인 2035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35%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의 연령층은 2015년 34%에서 2035년 53.7%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2035년 1인 가구 비율은 35%에 달하게 된다.

▲현재 1인 가구의 연령층은 40대 이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2035년 이후는 60대 이후의 비율이 높아지게된다.

◇ 영국의 발 빠른 움직임, ‘외로움’ 담당하는 장관 임명

올해 초, 영국 정부는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을 임명했다. “고독은 흡연이나 음주보다 위험하다”는 인식 하에 국민들을 위협하는 ‘고독’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했다.

영국은 지난해 고독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900만 명에 달한다면서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고 발표했다. 특히 “고독은 개인적 불행에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확산됐다”며 고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관련 복지시스템의 강화에 나섰다. ‘고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고독사의 증가, 그리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급증 때문이다. 따라서 질병으로 규정하고 예방적 접근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 2018년 1월, 영국은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을 임명했다. 이보다 앞서 영국은 ‘고독 위원회’가 설치·운영되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도 ‘고독사’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꽤 오래전 이야기지만 2013년 서울시 고독사 발생건수는 무려 2,343건(의심사례 포함)이라고 알려졌다.

◇ 사회적 지출 비용 높아지면서 소외계층 자구책 마련 필요

이런 통계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인 1인 가구가 증가될 것이라고 예측해 준다. 이같은 시기를 맞게 될 날이 까마득하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혈우사회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1인 가구 형태로 바뀌고 있고, 국가의 사회복지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독거 관리 시스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즉, 국가가 앞으로 소외계층까지 폭넓게 제도를 만드는 것은 차순위로 밀려나고 한계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혈우사회도 발 빠르게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자체 운영동력’을 가진 <혈우사회의 미래비전 ‘혈우병 평생교육센터’ 운영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함께 거주하며 생활하는 일종의 쉐어하우스 개념으로 스페인의 실사례를 소개했다.

▲ 혈우사회의 미래비전 ‘혈우병 평생교육센터’ 운영안 : 지속가능한 ‘자체 운영동력’ 가능…환우지원 사업제시 (본지 기사참고)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되고 있는데, 최근 외국에서는 ‘코-하우스’라는 1인 다세대 집단 거주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생활공간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동체 활동을 하는 빌리지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공간이 보장되고 독립활동이 가능하면서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집단생활도 가능하다. 여기서 집단생활은 식당이나 문화공간 등을 공유하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강제적인 제도가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따라 독립 또는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다.

앞서, 필자는 혈우사회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입주한 환우들에게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고, 운동이나 물리치료, 여가활동 등은 다른 환우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빠른 도입이 되어야 차츰 개선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고 안착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상만하고 움직임이 없으면 앞으로 미래의 혈우사회는 현재의 수준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늘어나는 독거 환우를 그대로 방치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성황을 누리고 있는 사업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고독사를 수습하는 ‘특수 청소업’이라고 한다. 우리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방치한다면 이같은 ‘특수 청소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 일본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특수 청소업’. 이들은 고독사를 수습하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