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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옥토버 스카이”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쉰 일곱번째
정강훈 평론가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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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8  19: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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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버 스카이" 영화 포스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탄광 마을,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호머 히컴은 여느 마을의 다른 청년들과 같이,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을에서 나갈 수 있는 이들은 스포츠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스카우트된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호머 또한 마을을 벗어나고자 럭비를 했지만, 그의 재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지구 궤도를 돌며 유영하는 ‘스푸트니크 1호’는 미국의 시골 마을의 밤하늘 또한 지나갔다. 별자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인공위성을 두 눈으로 목격한 호머는 그날부터 우주를 향한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 옥토버 스카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호머의 목표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로켓을 만드는 것. 비록 작은 로켓을 만드는 것일지라도 제대로 된 이론과 부품이 없다면 쏘아 올릴 수 없었다. 평소 책과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던 호머로선 막연하게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열정만으론 부족했다.

쿠엔틴은 흔히 하는 말로 책벌레 혹은 너드(Nerd)로 분류될만한 소년이다. 책만 읽는 괴짜라며 누구도 쿠엔틴과 어울리지 않았고 그와 어울리는 사람은 쿠엔틴과 똑같은 취급을 받았기에 누구도 쿠엔틴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나 호머는 개의치 않았다. 로켓을 쏘기 위한 지식이 호머에겐 필요했고, 쿠엔틴에겐 지식이 있었다. 쿠엔틴과 어울림으로서 일어날 주위의 비웃음은 호머에게 있어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뜻 맞는 친구들을 모아 로켓을 제작해 나갔다. 로켓으로 과학박람회에 나가 대학을 진학할 장학금을 마련해 보겠단 구체적인 목표도 생겼다. 

   
▲ 호머 히컴이라는 NASA 로켓 엔지니어의 자전적 소설인  "Rocket Boys"  원작으로 영화화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은 한꺼번에 닥친다 했던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전을 보이던 로켓이 산불을 일으킨 원인이란 혐의로 인해 사실상 더 이상의 로켓을 개발하지 못하게 됐을 뿐 아니라, 아버지가 탄광에서 동료를 구하려다 크게 다치기까지 한다. 가족을 위해, 학교를 자퇴하고 아버지를 대신해 탄광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아버지는 회복되고 아버지는 호머가 계속해서 탄광 일을 배워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길 바랐다.

그러나 호머의 멘토인 렐리 선생님은 ‘때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게 아니라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며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기 위해 꿈을 포기해선 안 된다 말한다. 그것을 계기로 호머는 탄광에서 일하면서도 짬을 내어 공부를 하고 공부한 수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쏘아 올린 로켓이 산불을 낼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하지 못함을 증명하고 나아가 박람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여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구구절절 줄거리를 적은 이유는 주위에서 보았던 혈우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 그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종종 '이런저런 꿈이 있지만 혈우병을 앓고 있으니 힘들지 않을까요...'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나 가볍게 보시길 권장합니다. ㅎ

물론 신체적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한계를 인정하고 냉정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임엔 틀림없다. 그러한 태도를 힐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혈우병사회 선배들이 하고 있거나, 경험해 본 것들 조차 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다. 신체를 한계까지 단련하고 격투기와 같은 종목의 프로가 되는 것은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격투기를 배우거나 몸을 단련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주위를 돌아보면, 무리라 생각했던 일들도 멋지게 해냈던 혈우병 환우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광부가 되길 강요받는 사회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꿈 하나만 바라보며 나아가 종래엔 나사에 근무한 호머처럼. 타인이 재단하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 아닌, 자신이 꿈꾸는 모습에 가깝게 자신을 재단하길 바란다.

[정강훈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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