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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교수, "환자와 의사 친밀한 관계가 중요"인천 거점 인하대병원 김순기 교수의 '유쾌한 인터뷰'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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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0  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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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종합병원은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많지 않다. 전문인력 부족, 환자들의 정기진료 미비, 건강보험급여 삭감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굳건히 혈우병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는 종합병원과 전문의료진 한사람 한사람이 정말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 오늘은 '글로벌 허브도시' 인천에서 유일하게(병의원, 클리닉까지 포함하여) 혈우병을 보고 있는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순기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순기 교수는 평소 자신이 진료하는 혈우환우들과 카톡으로도 일상적 소통을 이어나가고 최근의 국내외 혈우관련 학술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친근하고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병원 지하식당에서 직원들과 시끌벅적 짜장짬뽕을 뚝딱 먹은 뒤, 김 교수의 연구실로 함께 올라갔다.

▲ 인하대 소아청소년과 김순기 교수과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교수님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인천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순기입니다.

인하대병원과 소아청소년과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1989년 성남시의 인하병원에서 소아과학교실이 시작되었고, 1996년 인천으로 이사 와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8명의 교수와 함께 각 연차마다 4명씩 16명의 전공의가 있어서 지역거점 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아과학 각 분야의 환자를 전인적으로 학문적 원칙에 의거해 진료하고 있고, 특히 학생교육에 모든 의국원이 관심을 갖고 PBL(문제중심학습), OSCE(객관구조화진료시험) 등 다양한 교육 방법을 이용해 열성을 다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소아과학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소 즐기시는 취미는 어떤 게 있으신가요?

배드민턴 즐기는 편이에요. 남들이 보면 배드민턴에 미쳤다고 할 정도라는데(웃음) 몸에도 좋고 성취감도 있고 해서 자주 쳐요. 50대에 별로 연습 안 할 때는 승률이 좋지 못했지만, 60살이 넘어서 재미를 붙이고 열심히 하니까 대회 나가서 금메달도 땄어요. 배드민턴에도 ‘급’을 나누는데 지금은 B급으로 올라갔어요. 최근, 출근차가 생긴 덕분에 개인레슨도 받고 있고요.

음악도 좋아하시나봐요. 스피커가 좋은 게 있네요. ‘하만 카돈’이네요.

(웃음) 나는 그냥 작은 거 사려고 했는데, 제자가 이 정도로는 들어야 한다면서 강력히 추천하여 사게 되었지요.(웃음) 종종 이걸 틀어놓는데, 소리에 만족합니다. 다만 옆방에 들릴까봐 소리를 줄여야 하는 것이 신경쓰이지만요.

▲ 2017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혈우연맹 근골격학회(MSK)총회에서 헤모라이프 편집팀과 함께. 레드타이챌린지에도 참여한 김 교수

슬하에 자제분은 어떻게 되시나요?

딸 둘에 막내아들 하나 있어요. 큰 딸은 결혼하고 둘째는 아직 안했지요. 막내는 늦둥인데, 군대 제대하고부터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네요. 군대생활이나 조직이 참 좋은 것 같아요.(웃음)

영화랑 미드 DVD도 많이 있네요.

메디컬 드라마를 좋아해서 많이 봐요. 최근에는 혈우재단 유기영 원장이 ‘굿닥터’라는 미드를 추천해줘서 보고 있어요. 저는 탤런트 주원 나오는 우리나라 굿닥터만 알고 있었는데, 그걸 미국에서 리메이크해서 나온 게 있더라구요. 언젠가는 희귀질환에 관한 메디컬 드라마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치료제도 없어 고생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많은데 일반인들이나 산업계에서도 더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게 작가들이 할 일 아닌가요? 내용도 희망을 주는 것이 가미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의사와도 상의하는 것이 좋겠고요.

얼마 전에 기사를 봤는데, 한 아이가 대구에서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대요. 가족들은 절망에 빠져서 물리치료만 받고 있었는데 물리치료사가 보기에 ‘혹시 뇌성마비가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거에요. 그래서 서울에 대학병원을 찾아갔더니 희귀질환을 진단할 수 있어서 치료를 받고 이틀만에 걸을 수도 있었다고. 포레스트 검프 영화 내용에도 그런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희귀질환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정보를 나누면 훨씬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인천지역에는 혈우환우가 몇 명이나 살고 있나요?

혈우재단 최근 백서에 의하면 인천이 111명, 경기가 584명인데 이곳 인천에 가까운 부천, 김포쪽까지도 경기로 포함돼있으니까 실제로 우리 병원이 커버해야 하는 환자 수를 지역적으로만 보면 100명이 훨씬 넘는다고 봐야죠.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과도 비슷한 규모로 보여지네요. 그런데 실제 우리 병원에 등록된 숫자는 거기에 크게 못미치니까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는 환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겠죠.

최근 이국종 교수가 주목받으면서 권역별 응급치료시스템의 문제가 많이 지적되고 있잖아요. 별거 아닌 외상으로 응급실을 찾아가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케이스가 부지기수인데 혈우병처럼 희귀질환의 경우는 어떻겠어요? 너무나 안타깝죠. 얼마 전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서 화제가 됐는데, 안보셨으면 파일 드릴까요? (감사하게도 기자에게 다시보기 파일을 담아주셨다. 교수님 본인은 1,000원 주고 구입하신 거라고 아까워하시면서 주셨다^^)

▲ 지역 혈우환우 진료현황에 대해 설명중인 김순기 교수

혈우병 지역 거점병원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반인들과 똑같이 혈우인들에게도 충수염이나 탈장 같은 응급상황이 올 수 있고, 특히 우리 환자들은 급성 출혈을 겪을 수 있는데 그럴 때 가까운 병원에서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데에 큰 장점일 겁니다. 모든 상황에서 멀리까지 헬기타고 가거나 할 수가 없잖아요. 전국적으로 응급 혈우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우리 병원이 인천지역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전공의들, 응급실 담당선생들이 그런 것에 대비해서 항상 준비하고 대처해야겠습니다. 환자분들도 지금의 편하고 일상적인 치료만으로 만족하지 마시고 종합적인 건강관리나 응급상황에 대비해서 거점 종합병원과 친밀하게 관계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사실 의사들도 중환자를 자주 보지 않다가 갑자기 맞닥뜨리면 당황할 수밖에 없어요. 매번은 아니어도 꾸준하게 진료보고 관계(라뽀)가 형성돼야 하죠.

인하대병원은 응급실에 와서 혈우병임을 밝히면 교수님께 연결될 수 있나요?

네 그렇게 트레이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응급실 인력도 예정과 다르게 로테이션 될 수 있으니까 응급실 와서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담당의사에게 김순기 교수에게 연락 취해달라고 얘기하시는 게 좋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이나 카톡 등이 있으니까 연락이 어렵지 않잖아요.

인근 혈우환우분들과 ‘집담회’도 세차례 가지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환자들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의료진도 도움을 많이 얻어요. 모든 걸 알아서 소통하기보다도 준비하고 대화하면서 ‘아 이런 부분이 부족하구나’하고 생각도 들더라구요. 다행히 환자 가족분들도 도움이 되셨다고 하니 보람도 느껴져요. 다음 모임은 2월 정도에 가지려고 합니다.

환우분들과 단톡방도 운영하고 계시던데 번거롭진 않으세요?

워낙 일 때문에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게 습관돼서 그 정도는 별로 번거롭지 않아요.(웃음) 환자들도 도움이 된다니까 즐겁고요.

▲ 2017년 5월 혈우가족과의 '집담회' 후 테마여행길에 오른 참가자들. 김순기 교수, 은찬어머니, 권세진 실장, 김은기 부회장, 은찬아버지(좌측부터)

정기적으로 진료 보는 소아환우들은 주로 어떤 문제를 상의하나요?

최근에는 대부분의 소아환자들이 유지요법을 하고 있어서 출혈로 인한 문제보다도 유지요법의 처방을 조절한다거나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문제점들, 학교생활과 운동에 대한 문제를 주로 상의해요. 간혹 출혈 있는 친구들은 무릎, 팔꿈치, 장요근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유지요법 하면서 많이 줄었죠.

의료현장에서 혈우환우를 처음 보신 건 언제이신가요?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하면서 처음 봤던 것 같아요. 워낙 혈우병 보는 병원이 한정적이다보니 그 뒤로 한참 못보다가 2000년대 들어 여기 인하대 오면서 다시 보게 된 거죠. 울산대병원 박상규 교수님 권유로 혈우병을 깊게 공부하게 됐고요. 박상규 교수님과는 나이가 같은데 박교수님이 서울대 1년 선배여서 상당히 가깝게 지내죠. 만날때마다 후배라고 놀리시기도 하구요.(웃음) WFH총회에도 같이 참석하고 어려울 때 함께 상의도 하고 논문도 서로 검토해주면서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 김 교수와 울산대 박상규 교수(우)

2018년 WFH 총회에도 초록 제출하셨나요?

네. 치료제 변화에 따른 항체발생 연구를 제출했고 구두발표 여부는 좀 연기돼서 2월 초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기간이 닥쳐서 준비하기보다 미리미리 준비해 놔야해요. 그러다보면 더 좋은 연구과제가 떠오르기도 하고, 가능하다면 환자들과 의료진이 함께 연구하는 활동도 해보면 좋겠어요. 의료진의 입장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환자들의 삶의 질 부분을 생생하게 담아서 자료화하면 더 의미있을 것 같네요. 같이 해봅시다.

2017년 동아시아혈우병포럼에 참석하셨었다고 들었는데 어떠셨어요?

학구적인 것 뿐만 아니라 매일 일정이 끝나고 나서 독특한 문화행사를 겸하니까 참석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좋았습니다. 로마시대 시저(Caesar)도 정복지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비극’ 공연 같은 풍성한 문화행사를 향유할 수 있게 했다고 하잖아요. 김구선생도 문화대국이 돼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셨고요. 지금 시대에는 무얼 하든지 문화의 힘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2017년 10월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혈전지혈학회(ISTH) 학술대회에서 혈우병 관련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는 김순기 교수

최근 치료제 개발의 방향과 속도가 다이내믹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롱액팅치료제가 나오면 많이들 선호하게 될 것 같고, 유전자치료도 개발중이니까 가까운 시일 안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유전자치료는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상반응이라든지 응고인자 유지 수준이 관건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현재 수준의 치료제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겠나 보고 있어요.

국내 혈우사회에서 개선되길 바라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사회 어느 분야나 그렇듯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었으면 해요. 인간이란 존재가 완전한 게 아니잖아요. 서로 대화 나누고 차이점을 극복해나가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의사사회도 대화와 학습을 게을리 하면 안될 것 같구요. 그러다 보면 답은 찾아지는 거니까요.

혈우환우들에게 2018년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각자 몇 가지 목표를 세워서 이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고요, 그래서 하시는 일마다 풍성한 열매가 맺기를 바랍니다. 저희 의료진들도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치료하면서 환자분들 곁에 늘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갖고 있는 김순기 교수 덕에 더없이 유쾌한 인터뷰였으며 앞으로 의료진과 환우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구활동에도 기대가 된다. 인하대병원이 경기 서부권과 인천의 혈우병 거점병원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 해줄 것을 바라면서, 소중한 시간 쪼개어 인터뷰에 응해준 김순기 교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나이스 인터뷰!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인하대병원 진료 이모저모>

▲ 인하대병원, 밖에서 보면 요렇게 생겼습니다
▲ 인하대병원 로비
▲ 김순기 교수 진료실
▲ 약 받는 곳. 진료 후 접수증을 제출하면 곧 혈우치료제를 받을 수 있다
▲ 소중한 보름치 약^^

▲ 김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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