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 양천갑당협위원장)과 혈우병환우회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의 주최로 ‘혈우병 환자의 맞춤식 치료 도입’ 토론회가 1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렸다. 토론자는 환우 A씨 세브란스병원 한정우 교수 혈우재단 유기영 원장 경북대 이건수 교수 한국코헴회 박정서 회장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 복지부 곽명섭 과장, 질병관리본부 안윤진 과장, 심평원 이규덕 심사위원장(좌측부터 )이 참석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선 혈우병 환자의 이슈를 담아, 일선에서 혈우병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전문가와 정부기관 그리고 환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견해 차이를 줄이고 혈우병 환자치료환경과 진료환경을 개선해보자라는 취지에서이다.

이번 자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 양천갑당협위원장)과 혈우병환우회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의 주최로 ‘혈우병 환자의 맞춤식 치료 도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를 연 것이다.

이 자리에서 경북의대 이건수 명예교수는 삭감 부분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 교수의 지적은 환자마다 ‘개인별 맞춤치료가 절실하다’라는 근본적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 사례를 되짚어 본거다. 그러나 기관 관계자는 이 교수의 ‘과거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반박했다. “모두 과거 이야기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는 거다.

이 교수는 삭감의 이유가, 획일적으로 개인당 25~30/IU 처방되고 있기 때문이고 궁극적으로는 응고인자 활성도인 환자의 ‘혈중 응고인자 수치가 중요한 것’이라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사례를 예시로 언급한 것인데, 기관 관계자는 ‘옛 이야기 일뿐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며 이 교수가 말하고자 한 근본적 이유를 피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세브란스병원 한정우 교수는 혈우병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포괄적 관리’라는 중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다학제 진료를 위해 혈우병 전문치료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학제 진료’에 대해 한 교수는 “혈액학 전문의, 진단검사의학 및 병리학자, 정형외과의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사회사업사, 정신과, 심리치료사, 영양사, 치과, 유전학자, 외과 등으로 구성 진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혈우사회가 “용량, 횟수, 가격에만 머물러있다”며 “환자의 삶의질을 위한 다학제 관리를 위해 충분한 진료, 진찰체계 필요하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러면서 “혈우병 지정 병원 있지만 지원이 없어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심사평가원 이규덕 심사평가위원장도 “지정병원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수긍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유기영 혈우재단원장은 B형 항체환자의 ITI(면역관용요법)에 대해 절실히 필요한 이유를 언급했고 이날 환자대표로 참석한 A씨는 치료제를 처방받기위해 월 수차례 년 수 십 차례를 병원에 가야 한다며 치료받기 어려운 환경을 토로했다. 이날 참관중이였던 강안의원 이강한 선생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출혈 때문에 아파서 치료제를 맞아야 하는데, 만성 혈우병 환자가 한 달에도 수 차례 병원을 가서 처방을 받아와야 하는 실정이라며 병원 내원횟수를 줄이면 진료비 예산도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관계자는 “고려해볼 만한 사안”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에 많은 관심을 반영하듯 다수의 언론에서 열띤 취재열기를 나타냈다.

남용우 한국코헴회 사무국장은 처방횟수제한에 따른 부당성을 지적했다. 남 국장은 “연령에 따라 처방횟수가 다르다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코헴회에서 공문으로 시정요청을 넣은지 1년이나 됐는데 회신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환자의 연령별로 치료제의 선택권(처방)이 나눠져 있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 사례이다. 이 부분을 환기하면서 “연령별로 처방량까지 나눠놔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관계자는 자체적으로는 연령별 기준을 없애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며 협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협상대상자가 있으므로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확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정부입장도 환자들이 충분히 이해해야 할 대목이다. 약가를 다소 인하하면서 폭넓게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정부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이날 정부관계자는 어떤 업체인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환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업체가 어디인지 소문이 무성하다. 왜 해당업체는 결정을 유보하고 있을까? 환자들 대상을 넓히면 매출이 올라가겠지만 그만큼 약가 인하를 해야 하므로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제약회사 측 입장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업체에 이유를 물어봤다. 업체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면서 “글로벌 본사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제약사가 아니기 때문에 본사로부터 약가인하와 공급수요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고 본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환자들의 요구와 우리 정부의 방침이 확고한 만큼, 해당제약사에서도 빠른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환자들도 고려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처방이나 약가에 너무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한정우 교수의 지적을 고려해야 한다. 약가가 계속 낮아지면 차후에 새롭게 공급되어질 신약도입이 점차 멀어 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품 가격만 낮추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혈우사회에 내년부터 당장 새로운 치료제가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현재 치료제의 가격이 낮아지면 신약도입의 허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유전자 치료나 완치제의 도입이 묘연해 질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어쨌든 이번 토론회에서 공통적인 의견으로 합의를 이끌만한 점이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등에서는 지정병원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고 포괄적 진료와 환자의 내원횟수를 줄이는 방법 그리고 약가인하와 처방량 증가라는 부분이 견해 차이를 많이 줄인 듯해 보인다.

이날 행사를 주최했던 김승희 의원도 혈우병과 출혈질환에 대해 뛰어난 전문가이다. 인사말을 통해 그는 박식한 지식을 충분히 피력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그는 서울대 약학 학사와 석사를 모두 이수하고 노트르담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 박사를 취득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유효성연구부 생명공학지원과 과장을 거쳐 식약처 생물의약품국 국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에 이어 식약처를 총괄하는 처장까지 역임하면서 그의 실무능력은 이미 베테랑급으로 검증된 전문가이다.

이미 그도 혈우사회의 구성원이었고,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 행사 주최자였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이번 토론회만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곧 실무자 간담회와 임시국회 때 질의 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회 이후, 환자들도 김 의원에 대한 감사의 목소리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누군가는 진작 마련해야했던 자리였다.” “김승희 의원님, 혈우사회에 가족 되심을 환영합니다” “의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정체됐던 혈우병사회에 희망의 불꽃을 봤습니다.”라는 등 수 많은 목소리와 눈동자가 김 의원에게 향했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행사를 주최하며 인사말을 전달하고 있는 김승희 의원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