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환자의 필수적 치료를 줄일 순 없었다”

얼마 전 총상을 입어가며 판문점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 소식이 모든 언론을 통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수차례 반복된 수술... 그리고 의료전문가의 열정적인 치료로 귀순병사를 살려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였다. 주요언론들은 화제인물로 그를 집중 조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관심은 ‘귀순병사’보다는 이 교수의 발언에 주목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건강보험급여삭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고 생명을 구해내야 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소중한 생명을 살려내는 것. 이렇게 혼혈을 다해 구해낸다. 그러나 우리 의료환경은 그 뒤에 찾아오는 서슬 시퍼런 비수가 있다.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행위 심사이다. 적정수준의 의료행위였는지, 과도한 약물 오남용은 없었는지... ‘문제’라고 생각되면 심평원은 병원청구금액을 삭감한다.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을 보며 계산기를 두드리라는 것인가?

심사평가원에서 말하는 ‘심사기준의 원칙’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가 정한 의료행위와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준수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가 치료하다가 누적된 연간 ‘삭감금액’은 10억을 넘는다는 거다.

혈우사회에도 삭감문제가 끊임없는 논란이 되고 있다. 혈우병처럼 희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의료비가 삭감되는 건 일반인들과 차원이 다른,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희귀질환자는 만성질환 때문에 꾸준하게 특정 병의원을 이용해야 하는데, 병원이 심평원으로부터 보험급여청구금액을 삭감당하게 되면 그 손실은 고스라니 해당 병의원에게 발생되고, 차후 후속진료를 선뜻 이어가기 어려워 진다. 다시 말해서 환자들이 갈수 있는 병원이 없어진다는 거다.

두 얼굴의 야누스?

환자들은 말한다. “혈우병 환자들이 자신들의 질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은 한 눈으로도 셀 수 있는 정도인데 점차 그 수가 더 줄어들게 되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나아가 “심사평가원의 보험급여 심사는, 올바른 의료행위인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 라는 것에 원칙을 두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거다.

혈우병 환자들처럼 희귀질환은 갖고 있는 만성질환자들에게 지출되는 의료비용은 적지 않다. 희귀질환과 난치질환의 특수성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인정되었기에 복지부는 이런 환자들의 치료제에 보험급여를 적용했고, 환자본인 부담금도 대폭 줄이는 의료비지원사업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삭감이라니... 마치 모양새가, 한 손에는 채찍과 다른 한 손에는 당근을 쥔 듯 한 야누스의 형상으로 비춰진다.

이국종 교수, “난 무고했으나 죄인이 됐다.”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들의 치료비가 심평원으로부터 지속적인 삭감을 당하자, 이 교수는 큰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며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이 교수의 기자회견은 경종을 울렸다.

전문가의 의료행위조차 그 전문성을 의심받는 우리나라 의료환경.
이것은 무엇인가, 어디인가 분명 잘못된 것이 있다는 거다. 심평원의 ‘삭감 논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이고 폐단이라면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적폐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