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근 주필

“미련한 자의 귀에 말하지 말지니 이는 그가 네 지혜로운 말을 업신여길 것임이니라.” - 잠언 23장9절

성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소 귀에 경 읽기’처럼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못 알아듣거나 효과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잘 설명하려고 해도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대상자에게 무의미하게 들리거나 심지어 불쾌함을 줄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미련한 자’에게 지혜롭게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잘라 말하면 대화의 한계가 있다. 그러니 한두 번쯤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자. 그 이유는 ‘미련한 자’라 해도 그 사람 역시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늘 우리의 지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얼마나 지혜롭게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련한 자’에게 내 뜻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방법이 없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지혜가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지혜로운 말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그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지혜이다.

또한, ‘미련한 자’라는 레이블링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레이블링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한정시키고, 외부의 다양성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미련한 자’라고 레이블링한 사람도,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일 것이다.

그래서, ‘미련한 자’에게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이해력과 인내력, 그리고 지혜를 시험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혜롭게 말하되, 그 말이 ‘미련한 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그 말의 방식과 내용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미련한 자의 귀에 말하지 말지니 이는 그가 네 지혜로운 말을 업신여길 것임이니라.”

결국 이 말은, 우리에게 ‘지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일 것이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