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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청년 둘, 제주 라이딩으로 응원 전했다이틀간 226km 무사히 완주 "함께 운동하는 날 기대"
김태일 기자  |  saltdoll@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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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0.25  16: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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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혈우 청년이 10월의 주말 제주도 자전거 일주에 나섰다. 협재해수욕장에서 기자와 만나 건강한 라이딩을 다짐하고 있는 이관재(좌) 씨와 김중기 씨

중증 혈우병을 가진 두 청년이 지난 주말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일주를 완주했다.

김중기(39세 대구) 씨와 이관재(33세 제주) 씨는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제주시 아라일동에서 출발해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따라 약 226km에 달하는 코스를 달렸다. 섬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서귀포 시내에서 1박을 한 뒤 다시 아라일동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평소에도 사이클을 취미로 즐기며 각자의 지역에서 라이딩을 해 온 두 사람은 혈우병 청년 모임에서 우연히 '서로가 자전거 덕후임을 알게되어' 함께 제주 일주를 계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이클링은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즐기면 걷기, 수영 등과 마찬가지로 혈우병 환자에게 적합한 운동으로 권장되고 있어 최근 많은 환우들이 취미로 자전거를 타고 있으나, 이렇게 환우 둘이 제주 일주에 나선 것은 흔치 않은 사례였다.

대구에 사는 김중기 씨는 이번 라이딩을 위해 하루 전날인 금요일 저녁 항공편에 자전거를 싣고 제주로 내려왔다. 그런데 분해해 포장했던 자전거를 다시 조립하던 중 앞바퀴를 고정하는 부품 하나를 깜빡하고 챙기지 못한 사실을 안 그는 토요일 아침에 부랴부랴 제주 시내 자전거 전문점을 수소문해 부품을 구해 라이딩을 시작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 구엄리 돌염전을 지나 곽지해수욕장을 향해 나아가는 이관재 씨

첫날에는 구엄리 돌염전, 협재해수욕장, 수월봉, 송악산 인증센터, 법환포구 등 제주 서쪽 해안의 주요 포인트들을 달려 천지연 폭포 옆 호텔에 저녁 6시 30분쯤 도착했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렀으며 먼 바다부터 한라산의 넉넉한 자태까지 또렷하게 보이는 날씨였다.

해안선 끝자락을 따라 난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코스도 있었지만 자동차와 구분 없이, 또는 낮은 경계석만으로 구분되어 달리는 도로도 있어 라이딩이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있어 차로 따라가는 기자까지 숨이 차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두 청년은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조절해 가볍게 페달을 밟았고 자동차들도 익숙한 듯 거리를 두고 천천히 앞지르기를 하면서 113km의 첫날 코스를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 아름다운 신창풍차해안도로를 지나고 있는 두 사람

혈우병 건강관리에 있어서는 두 사람 모두 철저하게 유지요법을 시행하고 있어 이번 라이딩에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 명은 한 달에 한 번, 다른 한 명은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피하주사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어 최근 몇 달간 출혈은 겪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이나 운동을 위해 적지 않은 양의 혈우병 응고인자 주사제를 휴대하고 다니던 과거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날은 호텔에서 출발해 쇠소깍, 표선해변, 성산일출봉, 김녕항, 함덕해수욕장을 거쳐 처음 출발했던 아라일동 이관재 씨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전날에 비해 약간 구름이 꼈지만 가을볕을 막아주는 고마운 그늘이 되었다.

▲ 김중기 씨가 둘째날 성산을 벗어나 시원한 바닷길을 달리고 있다.

이날은 표선면에 살며 귤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덕 환우의 가족이 두 청년의 라이딩을 응원하기 위해 점심으로 제주 흑돼지 구이를 쐈다. 김수섭 씨는 이들의 도전에 대해 "우리 환우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주도 일주한다는 소식 듣고 와봤다"면서 "질환에 굴하지 않고 쉽지 않은 자전거 타기에 나선 것을 보고 감개무량하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제주의 자연환경은 세계 많은 곳의 관광지들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고요히 사색하게 만들고 자연과 사람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일출봉과, 돌고래가 자주 나타난다는 김녕, 티없이 눈부신 함덕 바다를 인간 본연의 힘으로 바퀴를 굴려 달려간 두 청년의 모습에서 혈우인들이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양으로 하나의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 제주지역 환우가족이 표선에서 라이딩팀을 만나 점심식사와 함께 응원을 전했다. 좌측 본 기자와 세번째 김수섭 씨

이날도 마찬가지로 사고 없이 건강하게 113km의 코스를 완주했고, 제주의 석양을 배경으로 둘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라이딩을 마친 후 김중기 씨는 "힘들었지만 제주도의 대박 경치를 보며 잘 달릴 수 있었다"면서 "일상 속에서 열심히 운동한다는 게 사실 힘든 일이지만 우리 환우들도 꾸준히 운동하면 이렇게 섬을 일주할 수 있는 체력도 가능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관재 씨는 "뜻깊은 라이딩을 무사히 마쳐서 너무 기쁘고 환우들이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아서 함께 운동하는 앞날을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두 혈우 청년의 지난 시절과 투병 이야기도 틈틈이 들을 수 있었는데, 이들이 어려서부터 출혈도 없고 건강하기만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의 수술도 겪었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유지요법과 운동을 찾아 계속 본인을 담금질 해 온 여정이 이날 이들을 제주 라이딩에까지 이끈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두 청년의 이야기가, 긴 호흡으로 인생의 페달을 밟아 나가고 있는 모든 질환자들에게 응원으로 닿기를 바란다.

▲ 함덕을 지나 제주 시내로 들어가기 전, 노을을 배경으로 이번 라이딩을 마무리하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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