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를 교정 해 혈우병을 완치시키는 기술의 움직임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유전자 가위’의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혈우사회에서 잘 알려진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의 연구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 단장의 혈우병 완치 연구이론은 매우 간단하다. “혈우병은 특정부위의 DNA가 뒤집혀 있기 때문에 지혈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뒤집힌 부분을 정교하게 잘라내서 정상위치로 교정하면 완치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기술은 정확하게 자르는 기술인데, 이 기술은 ‘크리스퍼(CRISPR)-Cas9’라고 하는 ‘유전자 가위’를 말한다.

바로 엊그제인 3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학술저널 ‘네이처’에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바로 김 단장의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에 대한 성과였다. 김 단장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OHSU)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와 함께 ‘인간 배아’ 연구에서 희귀질환의 원인이었던 유전자 돌연변이를 성공적으로 교정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희소식은 혈우병 뿐 아니라 같은 맥락의 기술로 완치가 가능해지는 희귀난치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졌다.

“유전자 가위? 또 똑같은 소리 아냐?” ... “천만에!”

물론, 유전자 가위기술에 대한 성과는 벌써 몇 해 전부터 종종 들려왔던 소식이었다. 반신반의 하면서 잊혀질 때 쯤 되면 또 들려오는 뉴스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좀 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좀 더 들려다 보면, 한미 공동 연구라는 점이다. 핵심 기술인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으로 인간 수정란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교하게 잘라냈고, 정상 유전자로 복구됐다. 유전자 가위에서 ‘Cas9’은 효소인데 세포에서 특정 DNA(디오시리보핵산)만 잘라내는 단백질이다.

다시 말해서, 문제가 된 부분만 정확이 잘라내면 그 뒤에 DNA 스스로 정상교정이 된다. ‘네이처‘는 이번 연구에서 정상적으로 교정된 배아 수는 58개 중 72.4%에 이르는 42개가 정상교정 됐다고 했다. 이같은 수치는 앞서 발표된 50%수준에 비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새소식이다.

‘유전자 가위’, 최대의 적은 ‘표적이탈’

목표한 DNA를 정확히 자른다는 것이, 물론 쉬운 기술은 아니다. 우려가 되는 것은 ‘엉뚱한 곳이 잘라지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것인데, 연구팀은 우려가 되는 곳이 최대 23곳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대비했다. 그 결과, 이번 연구발표에서는 이런 위험요소도 뛰어 넘었다. 목표한 곳 외에 다른 DNA는 절단된 곳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한번 유전자 가위의 안정성과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김진수 단장은 “혈우병, 경상 적혈구 빈혈증 같은 희소질환을 앓는 수백만 명의 환자들의 치료 연구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유전자 가위로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 혈우병 등 유전자 질환을 완치시킬 '유전자 가위'의 기술을 보유한 서울대 김진수 교수. 몇해 전 혈우환우들과 직접만나 유전자교정의 원리를 설명했다.

남아 있는 문제는? ‘현행법’...유전자 교정으로 혈우병을 치료하면 ‘불법?’

“연구진은 질병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로 교정된 것으로 확인한 후 수정란을 곧바로 폐기했다. 현재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은 질병의 치료·예방을 목적으로 인간 배아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위반하면 처벌한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팀의 김 단장이 맡은 부분은 ‘유전자 가위기술’이다. DNA를 분석해서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배아 단계에서 진행되는 연구인데, 이같은 연구는 국내에서는 불법 논란으로 인해 관련연구가 불법으로 막혀있다.

불법의 근거는 DNA교정으로 선별적(?) 인간이 만들어지거나, 앞서 언급한 ‘표적이탈’로 인한 유전자 가위의 위험성 등 윤리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 등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정부에서 관리하면서 필요에 따라 승인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의 승인하에 연구가 관리되고 있고 목표한 치료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제한적인 조치 후 연구가 가능하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김 단장도 국내의 연구에 한계를 느끼고 미국과 공동연구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우리가 보유했음에도, 앞 뒤 꽉 막힌 국내법 때문에 국산기술이 될 수없는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유전자 가위로 문제가 되는 DNA를 잘라내는 것보다, 문제가 되는 현행법을 잘라 내야하는 것이 선결과제인 셈.

◆ 혈우병의 완치로 가는 길, 또 다른 성과 ‘툴젠’

‘네이처’에 앞서, ‘툴젠’의 성과가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 지난 달 31일 툴젠은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혈우병 등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천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 ㈜툴젠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석중 이사(Ph.D.). 현재 툴젠에서 혁신적인 유전자가위 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툴젠’은 정부로부터 5년간 5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게 됐다. 정부 지원금과 기업 부담금 16억 7천만원을 합치면 총 연구비는 66억7천만원이 된다. 툴젠은 위에서 말한 김진수 단장이 공동 창업자로 몸을 담았던 회사이고 기술고문까지 맡아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툴젠의 김석중 이사도 지난 2007년 2월부터 서울대 화학부 김진수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유전자가위 연구를 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이유인지 정확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김진수 단장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OHSU)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와 함께 연구를 이끌어가고 있고, 김석중 이사는 툴젠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환자들에겐 ‘투트렉’이 된 셈이다. 누구든 어디서든 ‘혈우병 완치’에 먼저 도달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김 이사는 언론보도를 통해 “유전자가위는 다양한 유전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을 제시하는 기술”이라며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과 연구진의 폭넓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혈우병, 헌팅턴병에 대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툴젠은 “혈우병 9인자 완치치료”라는 목표로 구체화 했다. 정부 지원금을 5년에 거쳐 받기때문에 연구성과도 5년 내에 구체적으로 결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툴젠은 이번 연구에 송지환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이봉희 가천대학교 교수, 염수청 서울대학교 교수, 장재형 연세대학교 교수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혈우병 9인자(B형) 환우들은 화이자의 베네픽스와 샤이어의 릭수비스, 녹십자의 훽나인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같은 약물은 반감기(약물의 효과가 감소되는 기간) 때문에 주당 2-3회씩 정맥주사로 보충요법을 해야 한다.

[해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