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혈우사회에 유전자재조합제제가 출시될 때, 유전자재조합 치료제의 세대를 구분해 가면서, 1세대 리콤비네이트, 2세대 코지네이트FS, 3세대 애드베이트, 진타 등으로 나눴다.

세대구분의 기준점은 단순하게도 ‘알부민의 포함’여부였다. 되돌아보면 사실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세대 구분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롱액팅 치료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세대를 구분한 것이 아니라 회사마다 롱액팅 제조기술이 다른 것이다. 제품마다 롱액팅 적용기술에 차이가 있고, 실제 임상에서도 반감기가 차이 난다. 환자들도 이같은 점을 면밀하게 집어봐야 한다.

세계 혈우사회에는 9인자 부분에서 CSL의 아이델비온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에는 아직 시판 되지 않고 있으나, 한독을 통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알프로릭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 제품은 지난 5월 국내 식약처를 통해 시판허가를 받았다. 공급사는 한국유씨비제약인데, 아직 가격결정이 안된 상태라 환자들에게 처방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로써는 알프로릭스가 국내시장에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한독과 CSL의 결정에 따라 아이델비온의 국내 런칭이 가속화 된다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게다가, 알프로릭스는 만약 국내에서 ‘실효적 선점’을 얻지 못하면 지속적인 공급도 보장하기 어렵다. 그 이유로는 한국유씨비제약의 마케팅 성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최근 TNF-알파 억제 계열 약제인 '퍼스티맙'을 국내 출시 3년 반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왜냐하면 타사에게 선점을 뺏기면서 시장성이 떨어지자, 국내시장 철수를 선언한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회사의 마케팅 성향도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 언제쯤 ‘롱액팅’ 치료가 시작될까?

예상보다 국내 환자의 롱액팅 치료는 늦춰질 수 있다는 셈법도 있다.

현재 9인자 치료제는 화이자의 베네픽스와 샤이어의 릭수비스 그리고 녹십자의 훽나인이 있는데, 이 치료제들은 혈우재단에 등록돼 처방되고 있으며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제의 런칭이 만만치 않다는 것.

알프로릭스는 재단 런칭도 불투명하고 환자단체를 통한 방법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최근 이수앱지스의 9인자 임상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9인자 롱액팅의 급박한 요구 목소리가 나올만한 곳이 없다. 말하자면, 현재 9인자 환자들의 이슈는 여러 형태로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9인자 환우들은 8인자 환자들보다는 월등히 수가 적은데다가 조직화도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최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9인자 자조모임을 조금씩 돕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할만한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인다. 다만 공급사에서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이슈를 스스로 만든다면야 또 모를 이야기지만 말이다.

만일 알프로릭스가 빠른 시일 내에 출시를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독의 아이델비온이 유력한 주자로 떠오르게 된다. 이미 한독은 혈우재단에 모노클레이트-피를 공급해 왔고, 재단이나 환자단체와의 소통도 끊임없이 이어왔기 때문이다. 정부입장에서는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아이델비온의 식약처 허가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알프로릭스나 아이델비온 마저도 출시가 늦어진다면? 아마 그 때는 녹십자도 서서히 물망에 오를 수 있다. 연구실 임상결과 녹십자의 롱액팅 치료제는 기존에 알려진 타사의 반감기보다 월등히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상에 돌입한다면 환자들의 참여율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2020년까지 변수는 매우 많은 상황이다. 여하간 한국유씨비제약 입장엔 1차 목표로 연내 가격고시를 마무리 짓는 게 최상일 듯.

◇ 환자들의 8인자 롱액팅 욕구는?

8인자 롱액팅 치료제의 관심이 9인자 보다 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반감기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9인자 롱액팅 치료제는 1주일에 1회 또는 2주일에 1회 정도로 주사횟수를 크게 줄였으나, 8인자는 기존의 치료제와 큰 차이가 없다. 하루정도 반감기가 더 늘었다는 건데 주 2~3회 투여가 2회 정도로 바뀌는 수준이다.

SK케미칼의 ‘앱스틸라’, 유씨비의 ‘엘록테이트’를 비롯해서 샤이어의 ‘아디노베이트’ 등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으나, 현재 국내의 8인자 시장은 ‘애드베이트-그린진F-진타’라는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삼각편대와 ‘그린모노-모노클레이트 피’라는 혈액제제의 양대산맥이 벼티고 있기 때문에 다른 치료제의 관심이 비교적 적다.

물론 9인자 보다 8인자의 환자 수가 월등히 많으나, 치료약물도 월등이 많이 있기 때문에 생소한 치료제의 국내 런칭은 레드오션 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다.

◇ 롱액팅 전환의 고민요소는 ‘유전자 치료’

최근 국제사회에서 유전자 치료소식이 급 물살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샤이어 화이자 등 국제사회의 혈우병 메이저 제약사들이 ‘유전자 치료’에 대한 임상결과를 속속히 내 놓고 있다. 유전자 치료라는 것은 혈우병 완치를 말하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가 국제사회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혈우환우들의 궁극적인 완치 시대를 열겠다는 단호한 의지이다. 매우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두 번째 이유는, 환자들의 ‘치료제 교체의지’를 제어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완치 치료제가 나올텐데 굳이 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를 왜 바꾸나?”라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사실, 환자들에게 ‘완치’라는 메시지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다. 따라서 롱액팅 전환에 대한 빅 허들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 질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이 올바른 선택일지, 그 어느 때 보다 리더십이 필요할 때이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