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생동안 어느 정도의 인연을 쌓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인 수준은 될까?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미국 하버드대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6단계 분리 법칙’에 의하면 “6명만 건너면 세상 어느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론에 의하면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나의 인연이 될 수 있고 인맥이 될 수 있다.

누구의 가족, 가족의 친구, 가족의 친구의 친구의 아는 동창생의 누구. 이런 식으로 하나씩 선을 이어가다 보면 전혀 만나본 적도 없고, 나와 전혀 상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내 인맥 안에 들어오게 된다는 이론이다. 믿기 어려우면서도 실제 사례를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과 넓은 세상이 한없이 넓다고만 생각했던 사람으로서는 “세상이 이렇게나 좁나?”며 놀라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좁은 세상이 더 좁아진 느낌이 드는데 ‘6단계 인맥’ 에 대한 이론이 나왔던 시대에는 없었던 새롭고 혁신적인 인맥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SNS와 인터넷이라는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SNS와 인터넷이 연 새로운 인연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성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언어가 통해야만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선입견도 건너뛰어 번역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기술, 기계의 발달이 더욱 전 세계를 좁은 세계 안에 넣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는 건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동양권에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사회에서 살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그 좁은 세계 안에서 인맥 관리를 잘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깨닫게 된다.

더군다나 요즘은 그 인맥관리 능력이 조직이나 단체에서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약간의 이익을 보는 수준을 넘어 직접적인 경제적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고 때로는 원래 물건이나 사람이 가진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 ‘셀 마켓’을 운영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결국 자신이 아는 사람, 자신이 알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잘 유지해내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만들고, 자신이 마치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유용한 존재인 것처럼 잘 홍보해 이를 사업적으로까지 활용해내는 이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일부 유명 일반인 정도로 취급되던 그들이 이제는 새로운 판매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점점 넓어지는 세상에서 오히려 스몰 월드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생겨나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트렌드와 인터넷까지 동원된 인맥 관리 중시 사회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넓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성향에 그런 관계가 맞는 것도 아닌데, 인맥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많은 이득을 보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각인될수록 반대로 소극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보다 자신과 아주 좁은 관계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마치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사람은 다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넓은 관계를, 어떤 사람은 좁은 관계를 좋아하지만 그것 역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일 뿐이니 새로운 편견과 선입견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스몰 월드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관계를 맺어가며 진정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중요한 것을 잘 챙기고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은 한번쯤 던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나요?’ 그 사람이 설사 인플루언서가 아닐지라도, 특별히 누군가에게 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적 지위와 위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모든 관계는 소중하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헤모라이프 칼럼니스트 행복한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