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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 원칙시공, 안전한 사회 제 손으로 만들어요"[혈우인의 직업탐방] 소방설비 감리 편
혈우환우 이해성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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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2  22: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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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치료수준이 일정 높은 단계에 올라서면서 환우들의 삶의 질도 상당히 개선되고 이제 사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혈우환우가 진출하지 못하는 곳이 없어 보인다. 여러 환우들이 어디서 어떤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환우가족에겐 어깨너머로 간접체험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깃털만큼 가벼운 ‘혈우인의 직업탐방기’ [우직방] 연재를 함께하자. 본 연재는 한국코헴회 소식지 '우리코헴'의 컨텐츠를 공유해 싣는다.
▲ "소방시설 감리 일에 큰 자긍심을 느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노원구에 사는 마흔아홉 살 이해성입니다. 혈우병A이구요, 아내와 딸 둘이 있는데 큰아이가 22세, 작은아이가 16세입니다. 으리으리한 직장은 아니어도 제가 몸 담고 있고 보람으로 여기고 있는 제 일에 대해 이야기 드려볼까 합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소방설비 감리'입니다. 요새 대부분의 건물에 화재감지기 같은 소방설비가 설치되어 있는 걸 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시공이라고 한다면, 감리는 도면대로 시공이 잘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를 검사하는 작업입니다. 인증 받은 자재를 썼는지, 도면대로 잘 시공이 되고 있는지, 시공 상의 하자나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점검하죠.

경력에 따라 초반에는 작은 면적부터, 높이 갈수록 큰 규모의 건물을 감리할 수 있습니다. 연면적 20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건물을 보려면 기술사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저는 그 바로 아래 단계의 ‘특급’ 기사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좀 어린 편에 속합니다. 시공 쪽에 비해서는 체력적으로 편해서 우리 환우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은데, 신축 건물은 거의 막바지에 엘리베이터가 들어가니까 그 전까지 감리를 위해 계단으로 올라다녀야 합니다. 골조 올라갈 단계에서는 콘크리트를 붓기 전 철근으로만 돼있는 바닥을 걸어야 할 때도 있어서 위험하고 긴장되죠. 플레이트라도 돼있으면 좀 나은데, 어떨 땐 철골만으로 된 외부계단을 타기도 해서 후덜덜합니다.^^ 현장에서 일 할 때는 갑작스런 사고에 대비해 응고인자 약을 현장에 두기도 합니다. 냉장보관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관리를 잘 하려고 노력하죠.

이 분야의 매력은 준공이 끝나고 나서 소방서에서 필증 나올 때 기분이 최고입니다. 감리라고 해서 점잖게 둘러볼 수만은 없고, 때로는 현장 사람들과 섞여 자재도 나르고 부대껴야 현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장도 잘 하고 설계, 서류작업 같은 걸 다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두루 갖춘 사람은 진짜 인재로 쳐 주죠.

일 하다보면 특이한 현장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플랜트나 공장시설 같은 경우 책에서만 보던 희한한 고가의 장비들을 실제로 다루어 볼 수 있어서 놀랍습니다.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현장에 있었는데 현장 안에서만 20분 걸어야 점검할 곳이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미분무설비’ 같은 경우 국내 감리기준도 없어 현장을 정말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우였습니다.

▲ 지난 겨울 감리를 거쳐 준공한 세종파이낸스센터

그럼 이쪽으로 진로를 잡기 위해서는 뭘 준비해야 하냐~ 하면! 기계설비, 건축설비, 건축학과, 소방학과 같은 관련학과 나오는 게 일단 중요합니다. 대학 졸업하면서 기사 따서 크고 작은 업체 들어가서 경력 쌓고 자격증을 차츰 업그레이드 해나가야죠. 올라갈수록 중요한 건 현장을 끌고 갈 만한 실력이 있는냐 인 것 같습니다. 도면과 시공, 현장을 잘 알아야하고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리드할 수 있는 관계형성. 저는 두 번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리 일을 하다가 기술사 따서 심의위원 같은 공무원쪽으로 비전을 옮기는 것이나 사설 감리업체를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첫 직장은 도시가스에서 일했는데 아버지 권유에 따라 이 일을 시작했고 현재 소장설비 쪽 경력은 5년 넘었습니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곳이니 젊은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일이기도 해요, 몸이 아프던 안 아프던 내가 젊다면 현장에서 일을 많이 배우면서 비전을 만들어가야죠. 그리고 현장에서는 시공을 해 나가면서 설계도를 수정해 나가는 게 대부분인데요,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을 ‘샾 드로잉 기사’라고 합니다. 신체적으로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 일이라 딸한테도 소방시설관리사나 샾 드로잉 기사 쪽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저희 딸한테도 추천할 정도니까요. 단가도 세고요.^^

몇 년 전, 영국 아파트 화재로 고층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것 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방설비 분야가 다른 나라보다 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 혼자 자격증 따고 성공하는 것보다 건축하고 소방하는 사람들이 순리대로, 원칙대로 일하게 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저희가 일하는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서도 그런 일 하며 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혹시 소방설비 감리쪽에 관심 있는 환우들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환절기인데 건강 유의하시고 늘 안전한 하루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혈우환우 이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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