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스앨타의 9인자 유전자재조합제제 '릭수비스'

보건복지부는 내달 1일부터 <박스앨타>의 혈우병 9인자 치료제인 ‘릭수비스’를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시킨다고 20일 밝혔다. 국내 9인자 환자들이 <화이자제약>의 ‘베네픽스’를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릭수비스’를 놓고 ‘개선된 치료제인가 아닌가라’는 논란과 함께 보험급여 적용이 되면서 <혈우사회>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릭수비스’는 이미 지난 해 4월 식약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으나, 조용히 1년이 넘도록 혈우사회의 분위기를 살피며 보험급여 적용을 진행해 왔다. <박스앨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급여가 되지 않으면 시장성이 없기 때문에 1년 전 허가를 받았지만 시판하지 않고 급여가 되기를 기다렸다”고 밝혔다. 1년이 넘도록 보험급여 적용을 조심스럽게 진행해 온 것이다.

▲ '릭수비스'의 허가변경 이력 ⓒ식약처

‘릭수비스’ 기존 치료제와 무엇이 다른가?

박스앨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이자의 베네픽스를 염두해 놓고 “아무리 좋은 약제도 모든 환자에게 다 좋을 수는 없다.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즉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아니겠느냐?’ 라는 점에 무게 중심을 둔 말이다.

과거, 환자들이 ‘대체’ 치료제를 요구하며 정부와 큰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그러나 박스앨타 관계자가 주장하는 ‘대체 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것과는 뉘앙스가 크게 다르다. 환자들이 말하는 ‘대체 치료제 촉구’는 혈우병치료제를 통해 감염사건이 발생했던 90년대 사건이었다. 과거 사건이 그 후로부터 10년이 지난 2002년 <동아일보>를 통해 알려진 ‘울산대 미생물학과 조영걸 교수의 논문’으로 혈우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대기업과 소송전이 펼쳐졌고 항고 상고를 통해 결국 일부 원고승소가 이뤄진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혈우사회는 전현희 변호사(4.13총선 당선자)의 활약이 매우 컸다.

▲ '릭수비스'의 약품개요 ⓒ식약처

즉, 이 당시 환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문제의 치료제를 ‘대체할 약품’을 말한 것이다. 논란이 되고 문제가 됐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정부를 향해 피나는 투쟁을 펼쳤다. 이렇게 환자들이 힘겨운 싸움을 펼쳤던 ‘대체 치료제’인데, 제약회사에서 ‘릭수비스’를 놓고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설명한 것은 환자들의 과거 투쟁사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릭수비스’의 약값, ‘베네픽스’보다 높은 이유는?

베네픽스는 IU당 807원인 반면 릭수비스는 후발주자이면서도 895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복지부로부터 받아냈다. 두 치료제의 성분명을 살펴보면 ‘릭수비스’는 ‘노나코그감마(유전자재조합)’, ‘베네픽스’는 ‘노나코그-알파(유전자재조합)’이다.

단지 성분명만 다른 것은 아니다. 박스앨타 관계자는 효과효능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릭수비스’의 복지부업무를 담당한 박스앨타 관계자는 <헤모필리아 라이프>와의 통화에서 “가격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IU당 가격은 높은데 트리트먼트 코스트를 비교하면 낮은 수준에서 평가가 됐다”며 “용량을 적게 사용해도 베네픽스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용량이면 더 나은 것이라고 그렇게 이해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약가 차이만큼, 같은 용량이라면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라는 기자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기대를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라고 말하려면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말해야 하는데 그러한 데이터는 없다”고 다소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베네픽스와) 1:1로 동등한 약제는 아니다. 동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복지부 관계자도 <헤모필리아 라이프>와의 통화에서 ‘용법용량’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베네픽스와 투약비교를 했을 때 용법 용량상에서 ‘릭스비스’가 조금 더 적게 써도 되는 부분이 있어서, 단위당 약가는 릭수비스가 조금 더 높게 책정이 됐다. (두 약품에 대해) 비교한 방식을 평가할 때, 투약비용에 대해서 평가를 한 것이기 때문에 약가를 더 주거나 덜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릭수비스’의 가격책정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내부 규정인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결정됐다. 비교대상 약품은 ‘베네픽스’였고, 연간 총 치료비용을 계산해 본 결과 용법용량에 따라 ‘릭수비스’의 사용량이 다소 적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출혈발생시 투약하는 계산식이 달라지 게 됐다. ‘베네픽스’는 ‘요구인자 x 1.3’을 하게 되는데 ‘릭수비스’는 ‘요구인자 x 1.1’로 계산해야 한다. 즉 20%정도 덜 투약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베네픽스’ 투여량에 익숙한 환자와 의료진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예를들자면, 기존에 ‘베네픽스’를 2,000 IU 맞았던 환자라면서 ‘릭수비스’는 1,600IU를 투여하게 된다는 것. 병으로 환산하면 일부 환자는 자칫 한 병(바이알)정도 적게 처방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적게 사용해도 된다’는 것을, 약품의 ‘퀄리티’차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함량의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좀 더 빠르게 와 닿을 수 있다. 복지부의 적정성 평가는 ‘연간 총 비용’을 산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베네픽스(807원)와 릭수비스(895원)’의 약가 차이는 ‘사용량 차이’로 계산한 것이다.

아울러 ‘릭수비스’의 가격책정에 대해 조금 더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허가 진행시 환자 몸무게 당 투여 iu량과 임상 연구할 때의 환자몸무게 당 투여 iu량이 다소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계산법이 틀리다는 게 아니라 iu 투약 수치가 다르다는 것인데, 이같은 결과가 향후 환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다.

릭수비스, 한국혈우재단의 삽입은 일단 ‘청신호’?

‘릭수비스’의 높은 가격책정은 일단 박스앨타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으로 풀이된다. 다음관문을 혈우재단의 약심회의를 통한 재단 실제처방이 남았다. 지금까지 혈우재단의 입장은 ‘동종의 치료제’라면 우선적으로 ‘국내치료제’를, 그 다음으로는 ‘값싼 치료제를 처방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릭수비스가 ‘덜컥’ 높은 가격에 책정되자, 일각에서는 “재단에서 릭수비스를 처방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복지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처방량이 낮다’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론적으로 릭수비스가 비싼 치료제는 아니라는 것. 따라서 재단 론칭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단을 바라보는 혈우사회의 비판적 시각은 무뎌지지 않았다. 환자들이 수년간 요구해 온 8인자 치료제 ‘진타’의 처방은 아직 굳게 문을 걸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진타를 처방해 달라고 할 때마다, 혈우재단은 “모든 병원이 모든 약품을 처방하지는 안 는다”라며 “항생제도 종류가 많은데 모든 항생제를 다 처방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밝혀왔기 때문이다.

환자단체인 한국코헴회 전 임원은 “환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재단에서 박스앨타의 ‘릭수비스’만 바로 처방하고, 진타는 처방하지 않는다면 도덕적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순차적인 시기로 봤을 땐 오히려 릭수비스보다 진타가 재단에서 먼저 처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우사회에서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치료제 유통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진타’의 재단처방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릭수비스’의 재단 진입을 막아야한다는 말도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는 혈우재단과 녹십자 그리고 박스앨타 간의 관계 때문인데, 다수의 언론을 통해 이들의 관계는 누차 지적되어 왔다. 이같은 오해(?)와 비난의 화살을 이번에 해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릭수비스’의 리뷰, ‘사용상 주의사항’

대부분의 치료제는 식약처로부터 검사를 받아 <사용상 주의사항>을 명시하게 돼 있다. ‘릭수비스’도 환자들 입장에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보고됐다. ‘릭수비스’의 주의 사항 표기에 보면 “IX인자를 함유한 제품에서 아나필락시스를 포함한 과민반응이 보고되었다.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 특히 고위험 유전변이를 가진 환자에게서 IX인자 제제에 처음 노출시 초기 단계에서 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아나필락시스로 진행될 수 있는 알러지 반응의 초기 증상으로 혈관부종, 가슴긴장감, 저혈압, 기면, 오심, 구토, 감각이상, 불안, 쌕쌕거림, 호흡곤란이 있다. 만약 알러지 또는 아나필락시스성 반응이 발생하면 이 약의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중중의 알러지 반응이 있을 경우, 다른 대체 지혈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부분의 치료제에는 이 같은 안내가 되어 있다.

주의 깊게 살펴볼 점은 <이상사례>이다. ‘릭수비스’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발생한 약물이상반응은 미각이상, 사지통증, 퓨린 항체 양성반응이었다.”고 표기되어 있다. “임상 진행 과정에서 치료경험(IX인자 제제에 150일 이상 노출)이 있는 남성 환자 99명”에 대해 언급하면서 “99명 중 80명(80.8%)에서 총 337건의 이상사례가 보고되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 '릭수비수'의 사용상 이상반응 ⓒ식약처

그러나 이같은 이상반응은 우려할만한 점은 아니다. 모든 혈우병치료제에서 이상사례를 설명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런 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임상진행 중 항체 발생이 어떤한 가에 대한 높은 관심은 가지고 있다.

‘릭수비스’는 소아에 대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치료제는 치료경험이 있는 소아환자(PTP) 23명에 대해 안전성, 유효성, 약동학을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2명(52.2%)이 만 6세-12세 미만, 11명(47.8%)이 만 6세 미만이었다. 만 6세-12세 미만의 이전 치료경험이 있는 소아환자들은 혈장유래 및 재조합 IX인자 농축제제를 최소 150 노출일 동안 투여 받은 바 있다(피험자의 의료기록에 근거함). 만 6세 미만 피험자는 이전에 혈장유래 및 재조합 IX인자 농축제제를 50 노출일을 초과하여 투여 받았었다(피험자의 의료기록에 근거함).

‘릭수비스’의 임상에 따르면, 만 12 세 미만의 소아환자에서 회복증가분이 22%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투여량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안내되어 있다. 이에따라 ‘용법용량’에서도 “평균적으로, 소아환자(만 12세 미만, n=23)의 회복률이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안내하면서 출혈시, 성인 환자보다 다소 높은 용량을 투여하도록 설명되어 있다. 또한 일상적 예방용법에서도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한 투여량은 만 12세 미만 환자에게는 주 2회 60-80IU/kg, 만 12세 이상 환자는 주 2회 40-60IU/kg이다. 개별 환자의 나이, 출혈 패턴, 신체 활동에 따라 투여량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우병 환자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투여량을 알고 있다. 그러나 릭수비스는 기존의 베네픽스와 계산방법이 다소 차이가 있다. 처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계산법과 사용횟수를 잘 따져봐야 한다. 무턱대고 베네픽스와 같은 방법으로 투여를 했다가는 약품이 모자라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자세한 내용은 의료진에게 안내받아야 한다.

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