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치료제 생산회사 박스앨타에 따르면, 오는 상반기 중 9인자 치료제 ‘릭수비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약가고시를 받고 혈우재단을 통해 혈우사회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9인자 치료제 시장이 예상하기 힘든 안개 속을 걷게 될 전망이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혈우사회에서 ‘9인자 유전자재조합 치료제’의 기술우위를 통해 지금까지 독점적으로 생산 공급되어 왔던 화이자의 ‘베네픽스’는, 후발주자들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따라, 그 지위를 내려놓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베네픽스’를 생산 공급하고 있는 화이자에서도 무리수를 두지 않고 시장 흐름에 맡겨 놓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베네픽스의 후발주자로는 박스앨타의 ‘릭수비스’가 있으며, CSL베링의 ‘아이델비온’과 바이오젠의 ‘알프롤릭스’가 있다. 이 세 가지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국제 이슈와 국내 이슈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 글로벌 이슈, ‘롱액팅’ 9인자 치료제 ‘아이델비온’과 ‘알프롤릭스’

국제혈우사회에서는 8인자, 9인자치료제의 차대세 제품으로 반감기가 길어진 ‘롱액팅’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9인자 ‘롱액팅’ 치료제 부문에서 CSL베링의 ‘아이델비온’(idelvion)과 바이오젠의 ‘알프롤릭스’(Alprolix)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데이터의 종양학 애널리스트 페닉스 렁(Fenix Leung)은 두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시장진입 시점에 따라 판도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취지의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반감기가 길어진 9인자 ‘롱액팅’ 치료제는 기존의 치료제를 대체할만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방 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1회 투여(75 IU/kg)로 최장 14일까지 5%이상의 응고인자수치를 유지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치라면 이론적으로 한 달에 단 두 번의 투여로 자연출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5%이상의 수치를 체내에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8인자의 ‘롱액팅’은 생각보다는 만족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지만, 그에 비해 ‘9인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국내 이슈, ‘베네픽스’가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뛰어든 ‘릭수비스’

국내 상황은 국제혈우사회와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애드베이트(8인자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킨 박스앨타가 9인자 치료제 ‘릭수비스’도 기존의 유통망을 통해 안착시킨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릭수비스’는 롱액팅 치료제가 아닌 기존의 베네픽스와 유사한 치료제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동종의 유사한 치료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스앨타 입장에서는 회사가 샤이어에 매각된 가운데, 국내 혈우병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놓는 것이 ‘박스앨타 코리아’가 샤이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시점에서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은 지금까지의 국내에서 있었던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 경험과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의료환경을 전망해 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국내 혈우사회에 ‘롱액팅 치료제’ 도입을 서두르는 제약사들

국제사회에서는 개선된 치료제들이 줄이어 출시되고 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9인자 ‘롱액팅’ 치료제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언급된 CSL베링의 ‘아이델비온’과 바이오젠의 ‘알프롤릭스’들이 국내 시장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아이델비온’은 현재 8인자 치료제 ‘모노클레이트P’를 공급하고 있는 ‘한독’에서, ‘알프롤릭스’는 ‘한국유씨비’에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치료제에 대한 국내 도입 시점은 2018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이델비온’의 국내토입에 대해 한독과 CLS은 긍정적 검토 중이다. 남은 이슈는 약품의 가격이다. 혈우병 치료제의 국내 약가는 국제가격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이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남은 것인데, 이것은 회사의 매출과도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해서 ‘혈우재단에서의 처방이 이뤄지겠는가?’라는 점이다.

치료제 ‘알프롤릭스’는 ‘한국유씨비’ 회사에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알프롤릭스’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바이오젠’ 회사는 국내법인이 없으나, 기존에 ‘한국유씨비’를 통해 약품을 국내에 공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유씨비’에서 ‘알프롤릭스’를 국내환자들에게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한국유씨비’는 ‘바이엘코리아’에서 혈우병 치료제를 국내에 론칭시킨 서명석 팀장을 전격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알프롤릭스’의 국내 론칭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혈우병 치료제 생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알프롤릭스’도 국내 론칭 시점을 201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국내에 론칭되기 위해서는 약가문제와 함께 매출문제가 뒤를 이어 과제로 남아 있는데, 이 두가지 문제는 혈우재단에서의 ‘수용하느냐’ ‘아니냐’가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혈우재단에서 처방하게 된다면 일정부분 매출이 확보되기 때문에 회사들로써는 약가에 대한 부담을 다소 해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혈우재단에서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부분 개선된 치료제라고 해도 ‘진타(8인자 올인원 치료제)’나 ‘코지네이트FS(8인자 프리필드 치료제)'처럼 고전을 겪거나 철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개선된 치료제’의 국내 론칭, 어떻게 성공했나?

국내혈우사회는 오랫동안 많은 경험을 축척해 왔다. 환자들은 의료환경 개선의 성공사례와 실패의 원인 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 도입에 대해서도 그 방법과 과정을 두 눈 뜨고 보아왔고 많은 희생과 정신적 댓가를 지불했다.

8인자 수입치료제의 국내론칭 사례를 보면, 대표적인 치료제로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와 한독의 ‘모노클레이트P’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는 도입방법이 조금 다르다.

먼저,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는 당초, 회사의 전신인 박스터에서 리콤비네이트를 갖고 국내 론칭을 시작했다. 처음 도입과정은 녹십자와의 파트너 쉽이 아닌 환자단체와의 파트너 쉽이었다. 환자들이 대정부 민원을 통해 국내 론칭을 시킨 것이다.

환자들의 ‘파이팅 이슈’는 기존 ‘치료제의 감염 위험성’ 그리고 국제사회의 흐름 등이었다. 이러한 환자들의 헌신적 민원활동 속에 결국 박스터의 리콤비네이트가 론칭됐다. 혈우사회에서 리콤비네이트의 런칭은 단순하게 ‘새로운 치료제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혈액제제의 혈우병 치료환경을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치료환경으로 바꾼 결정적 역할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발생된 문제는 ‘처방과 유통’에 대한 담보였다. 즉 재단의원에서의 처방이 쉽지 않다는 것. 여기서 박스터는 파트너 쉽의 대변화를 갖게 되는데 즉,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환자들과의 파트너 쉽을 버리고, 국내제약회사의 유통망을 선택한 것이다. 환자들은 박스터에게 크게 실망 했다. 환자들 입장에서 보면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이고 배신을 당한 것이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버리고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청첩장을 보내며 “축하해 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로서 박스터와 녹십자간 파트너 쉽이 체결되면서 한국혈우재단에서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졌다. 박스터는 10년 넘게 녹십자와 파트너쉽을 맺어 오면서 혈우재단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8인자 유전자재조합제제 1위 회사로 등극한 것이다. 혈우재단에서 매출 1위가 됐다는 것은 국내 혈우병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우재단-녹십자-박스터의 강력한 삼각관계가 이뤄지면서 다른 8인자 유전자 재조합제제의 혈우재단 런칭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한독의 ‘모노클레이트P’가 혈우재단에 론칭된 것은 박스터 리콤비네이트의 도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독은 녹십자와 파트너십을 갖지 않았지만 재단에 론칭시켰는데, 그 이유는 혈우사회에 거대한 이슈파이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염된 혈액의 유통, 간염 집단발생, 정부와 제약사간의 치열한 소송전, 환자들의 갈등 등... 이로 말할 수 없는 온갖 이슈가 한꺼번에 터졌다. 무엇보다도 주요했던 건 ‘재단과 녹십자’의 강력한 갈등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얻는 건 ‘모노클레이트P’였다지만, 잃은 건 수없이 많다. 환자들 간 오해와 갈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혈우재단 내부에 전격적인 물갈이도 있었다. 환자들이 ‘모노클레이트P’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시점에서 전체 8인자 시장을 놓고 볼 때 불과 2-3% 채 되지 않는다. 더구나 빈번하게 공급중단이 되면서 이제 ‘모노클레이트P’를 사용하는 환자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박스터의 리콤비네이트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한독의 모노클레이트P는 거의 바닥 수준이 됐다. 두 약품의 공통점은 ‘재단에서 처방되고 있다’는 것인데, 왜? 이런 결과를 얻게 됐을까? 두 회사 다른 점은 바로 ‘녹십자의 파트너 쉽’이었다.

환자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혈우재단에서 처방조차 안되고 있는 치료제를 점검해 보면, 화이자의 ‘진타’와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가 있다. 이 두 가지 치료제는 도입당시 상당부분 ‘개선된 치료제’ 또는 ‘환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이라고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혈우재단에서 ‘처방불가’ 방침이 내려진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는 국내철수를 선언했고, 화이자의 ‘진타’는 혈우재단에서 ‘처방하겠다’는 뜻으로 약심을 통과했지만 3년 가깝게 단 한 번도 처방전이 나온 적이 없다.

이 두 가지 약품의 공통점은 ‘녹십자와의 파트너 쉽이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만약 이 두 가지 치료제가 녹십자와 파트너 쉽을 맺었다면 지금과는 매우 달랐을 것이라는 게 혈우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면 왜 녹십자와 파트너 쉽을 맺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이미 녹십자가 박스터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 될 수 있다.

◆ ‘고민’에 빠진 녹십자, 환자의견 수용하는데 무리 없지만 ‘박스앨타도 고려해줘야’?

사실상, 녹십자는 자사의 치료제가 아닌 타사의 치료제 판매에 대해 매출과 수익구조가 비슷하다면, 그 어떤 회사와 함께 ‘파트너 쉽’을 가져도 손해 볼 것은 없다. 더구나 환자들에게도 비판받지 않을 것이고, 혈우재단도 녹십자와 환자들이 요구하는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녹십자가 여러 회사와 파트너 쉽을 갖고 여러 제품을 혈우재단에 런칭한다면 환자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고, 이로써 지금까지의 갈등과 앞으로의 갈등 요소는 일시에 ‘클리어’될 수도 있다. 이른바 환자들과 녹십자와 혈우재단이 상생하는 결과를 이끌게 된다는 것.

그러나 녹십자가 그렇게 하지 못할 만 한 ‘비즈니스 원리’가 있다.
어떤 두 회사가 ‘파트너 쉽’을 맺게 되면 연간 매출 규모 판매 규모를 비롯해서 서로 영업이익에 대한 수익과 배분을 체결하게 되는데, 녹십자가 만일 박스터 이외에 다른 회사와 파트너 쉽을 맺게 되면 계약된 박스터의 매출 조건을 들어주기 어렵게 된다. 이 한 가지가 선임자들에 의해 ‘족쇄’가 되어 묶여 있기 때문에 녹십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고, 녹십자는 예상됐지만 어쩔 수 없이 환자들과의 갈등을 정면 돌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녹십자로써는 다른 회사와도 파트너 쉽을 맺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 혈우사회에 혼란 없이 신약이 안착되려면, 관건은 ‘녹십자와의 파트너 쉽’

이 시점에서 환자들과 의료인들이 잘 살펴봐야 할 것은 9인자 치료제 ‘릭수비스’의 도입이다. ‘릭수비스’가 환자들에게 사용되어 지려면 일단 혈우재단에서 처방이 되어야 한다. 혈우재단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라고 일반인들은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혈우사회의 실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나오는 답변이다.

각설하고 여하간 혈우재단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혈우사회의 사례들에 의해 ‘녹십자와의 파트너 쉽’이 중요하다. ‘파트너 쉽’은 회사 대 회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약품 대 약품’으로 이뤄진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즉, 녹십자와 박스앨타 간 파트너 쉽이 이미 맺어졌는데 ‘릭수비스’의 판매는 자연스럽게 녹십자에서 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복지부에서 약가조차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릭수비스의 ‘공급계약’은 아직 체결 전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헤모필리아 라이프의 기자가 박스앨터 관계자에게 ‘녹십자와 릭수비스 판매공급 계약이 이뤄졌는가?’를 묻자, 그 담당자는 답변 하지 못했다. 아직 공급계약이 이뤄질 수 없는 시기이고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환자단체의 역할, ‘릭수비스’의 재단처방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의 골자는, 9인자 치료제 ‘릭수비스’가 재단에서 처방이 된다면 향후 2018년 국내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감기가 긴 ‘롱액팅’ 치료제들의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온 주장들이다.

혈우사회의 경험사례에 따르면, 개선된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국내도입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현실을 즉시해 볼 때, 런칭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애드베이트’ 처럼 환자들의 자유롭게 치료제를 선택하거나, 의사들도 다른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아이델비온’과 ‘알프롤릭스’를 처방하려면 후발주자들이 ‘녹십자와 파트너 쉽’을 맺게 해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만약 ‘릭수비수’가 녹십자의 파트너 쉽을 맺게 되면, 향후에 ‘아이델비온’과 ‘알프롤릭스’의 처방은 묘연해 질수 있다. 어떻게 될지 설명하지 않아도 결과는 자명하다.

물론 ‘릭수비스’가 기존의 치료제를 대체할 만큼 커다란 메리트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주장은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 환자들과 의사들이 발 벗고 나서서 ‘릭수비스’의 도입을 추진해야 하는 게 정당하다. 그러나 ‘릭수비스’ 치료제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헤모필리아 라이프 기자가 박스앨타측 관계자에게 ‘릭수비스’의 장점을 묻자, 임상에 대한 연령범위만 언급할 뿐 내놓라 하는 장점은 없었다.

혹자는 ‘릭수비스’가 먼저 도입된 뒤에, 향후 ‘아이델비온’과 ‘알프롤릭스’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왔던 혈우사회의 역사를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면 또 심각한 격량이 눈앞에 펼쳐진다. 환자들이 혈우재단에서 집단행동을 하거나 의사들을 찾아다니면 설득하고 정부와 국회를 오고가며 대 민원 활동을 펴게 되고, 그런 가운데 녹십자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환자들이 조금만 참으면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아이델비온’과 ‘알프롤릭스’. 어떤 것이 혈우사회의 의료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일까? 녹십자도 앞선 경험을 토대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도마 위에 오른 ‘릭수비스’가 아닐까?

◆ 녹십자가 쥔 달콤한 ‘사탕’ … 그냥 놓아 버릴 수 있을까?

녹십자 입장에서 보면, 이제 몇 개월 후면 ‘릭수비스’를 박스앨타로부터 공급받아 손쉬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녹십자는 9인자 치료제 부분에서 매출이 사실상 전무하다. 자사의 치료제 ‘훽나인’도 극히 소량의 매출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당장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녹십자가 ‘릭수비스’를 잡게 될 수밖에 없다.

박스앨타의 ‘릭수비스’가 ‘아이델비온’이나 ‘알프롤릭스’급의 치료제 였다면, 녹십자로써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존의 박스앨타와의 파트너 쉽을 이어갈 수 있다. 반면에 ‘아이델비온’이나 ‘알프롤릭스’의 런칭 시점이 ‘릭수비스’와 유사했다면 녹십자는 파트너쉽의 대변화를 신중하게 고민해봤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닌 상황이다. 기업의 경제학적 입장으로 보면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이윤 창출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녹십자의 현 시점에서는 ‘아이델비온’이나 ‘알프롤릭스’가 판단의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혈우사회에 ‘릭수비스’ 이슈로 화두를 던진 것은 작은 비용 또는 작은 희생으로 녹십자와 환자단체간의 파트너 쉽을 맺을 수 있다는 타이밍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궁극적으로 혈우사회의 냉전은 종식되고 서로간의 신뢰를 통해 의료환경 개선을 이끈다는 대 명분이 있다.

금년 3월에 취임한 한국코헴회 박정서 회장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누구에 의해 떠밀리는 식으로 회장직에 오른 것도 아니고, 경제관념도 뚜렷해서 기업의 관점이나 환자의 관점을 충분하게 고려할 수 있는 것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즉 일방적인 주장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상생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는 것인데, 이같은 평가는 금번 ‘회장선거’에서 자신의 구상을 잘 설명했다.

특히 김은기 부회장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환자단체를 견인해왔고, 임기종료와 함께 혈우사회를 떠난 것이 아니라 부회장직을 전격 수용하면서 ‘박정서-김은기’ 체제를 구축했다. 혈우환우의 조직이 개편되면서 상당히 개선의 의지가 남다르다.

나아가, 신임 코헴회 집행부는 장기간의 갈등 속에 풀지 못한 전남지회와도 개선의지를 내보였고, 전남지회에서도 이에 화답하듯 전현직 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코헴회 신임 집행부를 반겨 맞이했다. 절차가 남아 있고 행정적인 처리가 남아 있지만 대전제는 함께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환우사회가 이렇게 긍적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약회사나 정부에서도 어떤 제스처가 이뤄진다면 혈우사회가 드디어 편향적인 주장을 탈피하고 상생의 혈우사회를 이루지 않겠는 가?

◆ 설마, 화이자도 ‘릭수비스’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건 아닐까?

화이자는 이같은 ‘릭수비스 논란’ 이슈가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조용히 숨 조리고 있다가 ‘릭수비스’의 혈우재단 런칭에 맞춰 진타도 혈우재단 입성을 하겠다는 기대갖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혈우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고 ‘희귀질환 치료제’를 공급하는 회사로써의 윤리적 입장인지를 분명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단순하게 특정 치료제시장을 주고받는 문제가 아니다. 환자단체인 한국코헴회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해야 한다. 그리고 혈우병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한국혈우재단에도 ‘진타’의 처방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

현존하는 8인자 치료제 중에서 ‘가장 순응도 높다’는 ‘진타’가 의사들로 구성된 ‘혈우재단 약심’에서도 통과되었는데, 지금까지 장장 2년 8개월간 혈우재단에서 단 한 차례도 처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반성해봐야 할 문제이다.

나아가, 일부 타사에서는 ‘주사기 하나 갖고 뭐가 좋다고들 그러느냐’라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것은 비난 수준을 넘어 폄훼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을 즉시 해야 한다. 스스로가 움직임이 없으면 남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성경에 보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김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