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를 올리고 있는 새터민여성회원과 김수진원장

2017년 통일부 발표에 의하면 분단 이후 대한민국으로 이주한 북한이탈주민수가 3만명이 넘어 섰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70%가 될 정도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새터민여성들과 우리 남쪽 남성들간의 인연을 이어주는 결혼정보회사들도 상당 수 있다. 이들은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결혼기피 현상으로 인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노총각, 재혼남들과 상대적으로 남쪽 여성들보다 결혼에 대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새터민여성들간의 인연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은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에서 온 새터민여성들과 남쪽 남성들간의 오작교 역할을 해 나가고 있는 “더이음결혼정보” 회사를 찾아가 김수진원장을 만나 보았다.

김수진원장은 2007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새터민으로써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비영리민간단체 “사람이음”에서 이사로 활동하면서 북한에서 온 새터민여성들과 남쪽 남성들간의 중매쟁이 역할을 하고 있다.

Q : 원장님프로필을 보니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시던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기자선생님 말씀처럼 제가 얼핏 보면 다양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하나의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연을 이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는 것은 중매쟁이가 먼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과 인연이 만들어 졌을 때 가능 한 것이거든요. 물론 미래의 나의 계획이 있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또 전공을 살려 비영리단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동떨어진 일이 아니라 우리 한국남성들과 새터민여성들간의 인연을 만들어 주는데 시너지 효과를 내는 하나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다가올 통일을 준비해나가는 사명감을 가진 중매꾼이라고 말하는 김수진원장

Q : 그 말씀은 결혼을 원하는 여성분을 사회활동을 통해 찾는다는 말인가요?

A : 질문에 여성회원을 “찾아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확한 표현인 듯싶습니다. 오래전에 제가 강남에 있는 국내 결혼정보업체를 다녔습니다. 그때 커플매니저였던 저의 역할은 인터넷을 통해 가입한 여성회원과 남성회원 각자가 가입 시 기입한 프로필을 보고 서로 맞는 부분이 80% 이상이면 전화를 걸어 의중을 확인하고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새터민결혼은 그것과는 조금 달라요. 우선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하는 여성회원의 수가 매우 적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컴퓨터라는 환경이 낯선 것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한다는 것이 아직 많이 낯설거든요! 우리 북한 여성들에게는.... 특히 자신을 잘 모르는 누군가가 단순히 적어준 프로필을 보고 중매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앉아서 가입하는 여성회원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찾아다닙니다.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고 또 그들과 인연을 먼저 만들고 이것이 저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Q : 그러시면 새터민여성회원들은 모두 사회활동을 통해 만난 분들인가요?

A : 100%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여성회원들이 다양한 사회 활동 속에서 찾아낸 분들입니다. 과정을 보면 함께 사회 활동을 통해 맺어진 인연들이 먼저 저를 평가하고 저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저에게 직접 의뢰를 하는 분도 있고 또 좋은 소문을 만들어 주셔서 주변 지인들이 저를 찾아오도록 해주시기도 하죠.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또 누군가를 도와드리는 것을 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저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인연들이 늘어 갑니다.

Q : 좀 어려운 질문 드리겠습니다. 언론매체나 인터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새터민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도 많이 있던데.... 이 부분에 대해 말씀 해주세요.

A : 글쎄요. 부정적인 글이 여러 가지가 있던데 어떤 것을 말씀 하시는지?

Q : 우선 가입하면 회사에선 돈만 챙기고 진짜 결혼할 여자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낸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흠~ 우선 그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드리는 것이 저도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말을 그대로 풀이해보면 남성회원을 만나기 위해 보수를 받고 나간다는 얘기인데...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지 않을 테니 분명히 그러한 곳이 있으니까 얘기 나온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우리 “더이음결혼”은 배우자를 찾기 위해 남성회원을 만나는 여성회원들에게 그 어떤 금품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예명을 쓰지 않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주신 이름 석자 “김수진”을 그대로 쓰죠. 회사 대표님도 명함을 만들 때 예명을 못 쓰게 합니다. 그리고 아침 회의 때마다 늘 하는 얘기가 부모님이 주신 이름 더럽히지 않게 성심껏 일하자입니다.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신다면 그건 저의 중매로 결혼하신 수많은 남남북녀 커플들이라 할 수 있겠네요.

Q : 그러시면 타 업체들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내보내는 관행이 있다는 얘기인가요?

A : 저는 우리 회사가, 또 제가 어떻게 하는지만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관행은 제 상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결혼을 하겠다는 여성회원들이 있고 또 그런 여성분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남성회원이 존재하는데 왜 금품을 주어서 내보내야 할까요?

Q : 프로필을 보니 기존에도 다른 결혼정보 업체를 다니셨던데 어떻게 이곳에서 일하시게 되신 건가요?

A : 결혼은 회사가 시켜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중매쟁이 즉 커플매니저가 얼마나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는가에 따라 성혼 가능성 또한 비례하여 올라갑니다. 그런데 기존 회사들은 목표치를 정하고 그 목표치를 채우면 일 잘하는 사람 그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일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하곤 했죠. 그런데 그 목표치라는 것이 성혼이 아닌 가입회원수를 기준으로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의 업무스타일과 많이 충돌이 생기곤 했죠.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회사 대표의 마인드가 내가 잘 모르는 여성회원은 소개 시키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성회원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회사차원에서 다양한 자리를 만들고 또 그때 사용되는 비용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 면들이 저를 이 곳에 불러 드렸고 또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인 것 같아요.

▲다양하고 많은 회원들과 인연이 만들어지는 원동력은 다양한 활동에서 비롯된다

Q : 이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 조금 전 기자선생님이 아르바이트생이 나온다는 얘기도 해 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니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회원님 중에 나이가 40대 초반 되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저와 인연이 닿으셔서 저의 도움으로 여성회원들을 만나기 시작하셨는데 2번 미팅을 하시고 나셔서 갑자기 저에게 환불을 요구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여쭤봤더니 여성을 만나러 갈 시간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저는 프로 중매쟁이입니다. 그 분이 그렇게 말씀을 하셔도 그것이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죠. 왜냐하면 불가 보름 전에 가입하시고 이제 와서 시간이 없어 여성분을 못 만난다고 하시는 것이 어불성설이거든요. 그래서 진짜 이유를 알기 위해 정말 긴 통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아르바이트생 얘기를 하더군요. 미팅에 나오신 여성분들이 결혼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고 아르바이트생처럼 보인다고요. 특히 첫 번째 미팅을 하신 여성분은 그때 본인을 만나기 전에 이미 4명의 남성회원들을 만났다고 얘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말이 길어지는데 중매꾼인 저에 대한 신뢰가 깨졌으니 저도 미련을 가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환불을 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분에게 카톡 보내드렸습니다. 말씀 하셨던 그 아르바이트생 올 가을에 결혼한다고. 사진이랑 청첩장도 함께..... 저는 이분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 많이 억울했던 것 같아요. 마음에 맺힌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튼 추석이 지나면 다시 절 찾아오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때 그분이 절 믿고 그냥 쭉 진행 했었다면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을 허비 하진 않았겠죠.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이 이렇게 수많은 새터민들의 가교역할을 통해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맺어진 남남북녀커플들이야 말로 먼저 온 통일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이는 분명히 다가오는 통일을 준비하는데 아주 큰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