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주사 맞으면 오랫동안 그 효과가 지속된다”

소위 ‘롱액팅’라 말하는 혈우병 치료제는 불과, 5년 사이에 세계 혈우사회에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일부에서는 1년에 한 두 번 만 주사해도 되는 치료제도 곧 나올 수 있다는 희망까지 나왔다.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연구가 이어져 오면서 마침내 반감기를 두 배 가량 길게 만든 치료제가 해외에 출시됐다.

그러나, 일주일에 2-3회 예방하던 주사 횟수를 고작 1-2회 정도로 밖에 줄이지 못한 수준이라며 그 한계성에 회의를 드러낸 평가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여러 외국계 제약사들이 ‘롱액팅’ 치료제에 대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볼 때, ‘롱액팅’ 치료제는 멀지 않은 시점에서 국내에 시판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국내 혈우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에 대해 혈우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 긍정평가 “빨리나오길 기대한다. ‘롱액팅’ 화이팅”

먼저, 모 제약의 롱액팅 치료제를 직접 임상하고 있는 한 환우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중 한명”이라며 그 이유를 “첫째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새로운 치료제로 인한 의료환경 발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직접 임상을 체험하며 느끼는 메시지를 매우 간결하게 정리했다.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 환우는 “약효가 오래간다는 건 오랜 시간동안 정상적인 상태가 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며 “좋은 치료제 많이 나와서 혈우환우의 건강을 유지시키는 날을 기대해본다”고 했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한 환우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이유를 “기술혁신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약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대비 유용성만큼 가격상승이 예상은 된다”면서도 “그러나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오히려 롱액팅은 의료복지 관련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험급여 삭감보다는 보급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방향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어 그는 “비용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 부정평가 “제도적 문제 많을 듯...생각보다는 글쎄?”

이번 조사에서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았다. 부정평가로는 대체적으로 약가와 보험급여 적용의 불투명 등을 언급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환우는 “롱액팅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보험등재는 어려울 것”이라며 “환우들의 노령화 및 평균수명연장 그리고 예방요법의 보편화와 신생아 출산에 따른 지속적 환우증가. 이 모든 것들이 건강보험에서 혈우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갈 것이고 결국 건강보험에서 재정 이유를 들어 보험등재에 난색을 표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회원은 “치료제가 계속 발전하는 건 좋은 것이라고 보여지는 반면, 환자들에게는 치료가 ‘제한적으로 판단하는 냄비근성’이 더 생길 거 같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지금도 약만 맞으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가득한데 병의원을 더 찾지 않고 자신을 돌보는데 있어서 소홀한 결과가 있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 매칭, 코멘트 vs 코멘트

앞서 부정적 견해를 밝힌 서울지역 한 환우는 계속해서 “제약사를 설득하여 기존의 약가와 비슷하게 책정하지 않는 한 (보험)등재는 힘들거라 본다”며 “심평원의 기준은 환자가 당장 이 약을 처방 못 받으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을 때만 보험등재를 해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환우단체가 이를 건강보험 등재해 달라고 행동으로 나서는 것은 반대한다”며 “언론에 자주 표명될수록 불리한 것은 우리환우들이다. 국민들이 환자 한 명 월 (얼마)씩 건강보험 재정을 쓴다고 하면 좋은 소리 할 국민이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반론 코멘트를 보낸 한 환우는 “효과 좋은 치료제의 지속 시간의 증대는 환우, 제약사, 기타 건강보험 및 국가재정 절감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본다”며 “부정적인 견해에 찬성 할 수 없는 이유는 다수 제약사가 현재 반감기를 늘리는 연구와 다수 치료제 개발로 시장 진입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대체제가 있는 상황이고, 급여삭감 문제는 질 좋은 치료제로 반감기가 긴 약품을 사용한다면 그만큼 보험급여가 적게 소진되는 효과를 볼 것”이라며 ‘롱액팅’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아울러 충남에 거주하는 한 환우도 긍정적 평가에 한 표를 던지며 “효과가 오래가는 신약출시가, 보험 급여나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관망론도 있다. 경북에 거주하고 있는 한 환우는 “아직 시행 이전이어서 판단하기 이르다”며 “시행이 이루어진다면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이같은 의견은 많은 회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보험급여 보험기준 등의 절차가 평탄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내포하면서도 이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면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는 의견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조사에서 침묵을 지키는 회원들이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는 전망이다. 더구나 일부 회원들은 ‘롱액팅’이나 ‘반감기’라는 뜻조차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환우들 자체 교육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했다.

편집주 : 이번 조사는 국내에 등록된 2천여 명의 혈우환우 중 전국의 약 5%가량 무작위로 진행된 코멘트 리서치이다. 조사기간은 이달 11일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SNS를 이용한 단문형 질문에 대한 단문 회신이었다. 이 자료는 통계학적 접근법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며 무작위로 수집된 환자들의 생각을 담아 서술한 것 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