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유전질환 혈우병, 피가 잘 멈추지 않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혈액응고인자를 투여 받으며 생활해야 한다.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최근엔 개선된 치료제들이 널리 보급되면서 혈우병 환우들의 삶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고전에 따르면, 혈우병을 두고 황실질환, 크리스마스병 등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몇 가지 역사적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선 황실질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가계에 혈우병 역사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Victoria, 1819년 5월 24일~1901년 1월 22일)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전성기 인물이다. 그녀는 1837년에 즉위한 뒤 64년 동안 재위했는데, 마침 그녀는 혈우병 보인자였다. 따라서 오랜기간 동안 여러 왕자와 공주를 낳았는데, 그 딸들이 유럽의 왕가로 퍼져 러시아 왕가의 몰락을 부르기도 했다.

지금도 국제 혈우사회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는 국가로 스페인, 독일, 러시아 등이 있는데 빅토리아 여왕의 딸들이 이들 국가의 왕실로 시집 간 것과 일치한다. 이 중에 혈우병을 앓고 있었던 러시아의 알렉세이 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1918년 러시아 혁명 당시 러시아 왕실 가족들과 함께 살해되면서 러시아의 몰락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지금도 각국의 왕족이나 사회의 고위층에서 혈우병 가계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역사에 따라 혈우병을 황실질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혈우병을 크리스마스 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혈우병을 치료하던 근대사회에서 9번 혈액응고인자의 결핍으로 인해 드물게 나타나는 유전성 출혈장애가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는데, 1952년 스티븐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5세 아이에게서 9인자 응고인자 결핍이 발견되면서 아이의 이름을 따 ‘크리스마스 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혈우병은 일반적으로 남아 5,000명에 1명꼴로 발생하고, A형이 85%, B형이 10∼15%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 A형(8인자 결핍)과 B형(9인자 결필)의 유전자는 열성 유전자로 X염색체에 이상이 발견된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남성에게서 발병하며, 여성은 보인자가 된다. 반면 혈우병 C형은 4번 염색체에 이상이 발견되며 성별과 관계없이 발현된다.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