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일반인들은 연말과 연시로 이어지는 연휴기간 동안 행복한 여행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반면 혈우병 등 출혈질환자들은 장기 여행계획이 쉽지 않다. 따라서 성공적인 연말 여행 팁을 알아보고자 한다.

출혈 장애가 있는 혈우병 환우들은 여행 할 때 치료제를 꼭 잊지 말아야 한다. 여행기간 동안 사용해야 할 치료제를 확인하고 부속용품들을 잘 점검해야 한다. 깨끗한 환경에서 주사할 수 있도록 멸균 패드와 소독용 솜은 충분히 챙기는 게 좋다. 여러 병 나눠서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우들은 10cc 또는 20cc 용량의 주사기를 준비해서 한 번에 치료제를 투여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것도 좋다. 꼼꼼히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집 밖을 떠나보면 막상 잊고 온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에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준비한다.

첫 번째, 내가 사용하는 치료제 부속용품을 잘 확인해야 한다. 목록을 만들어서 하나씩 점검하는게 좋다. 약은 별도의 여행 가방에 보관하되 보통은 치료제를 보관하는 온도유지 약가방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해외여행을 할 경우 영문으로 된 약품설명서와 영문진단서 등을 지참하는 게 좋다. 특히 응급시에는 담당 의료진에게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 번호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진단서와 약품사용 및 취급설명서는 꼭 보관하자

두 번째, 여행에 필요한 치료제 양을 결정해야 한다. 보통은 예방요법 양 정도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여분의 치료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여행기간이 길어서 예방요법 양으로 3-4회 정도 양이 필요할 경우, 이보다 2-3회 정도 더 준비해 가는 게 안전하다. 여행지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신체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양을 준비해야 할지 모를 경우 주치의를 통해서 상담받는 방법이 좋다.

세 번째, 항상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청결한 곳에서 주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멸균패드 같은 주사 안전용품을 꼭 준비하는 게 좋다. 호텔 침대 위나 탁자, 테이블에서 주사해야 할 경우 멸균패드는 꽤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용해된 약물 주사기를 아무 곳에나 두고 사용하는 방법은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항상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일회용 멸균패드 주사약을 섞는 과정에서 위생에 안전하도록 준비하자.

네 번째, 다소 번거롭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자가 주사를 하는 환우들은 타인을 위해 ‘샤프 컨테이너’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샤프 컨테이너’ 사용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주사용품 폐기 박스이다. 주사한 뒤에 종이류나 플라스틱, 또는 증류수 병 등은 일반 재활용품 통에 넣어 현장에서 처리해도 되겠지만, 주사바늘 등 날카로운 것은 폐기용 박스에 담아 두는 게 타인을 위한 배려가 될 수 있다.

▲ 샤프 컨테이너, 사용 된 나비바늘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는데 유용하다.

다섯 번째, 주사용품 이외에도 진통제를 준비해 놓자.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수 있는 타이레놀을 준비하는 것도 좋고 혈우병 환우들의 통증관리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세레브렉스도 전문의료진과 상의해서 준비하는 게 좋다. 출혈을 대비해서 압박붕대나 휴대용 냉찜질 팩도 미리 준비해 두자.

여섯, 약품보관은 안전하고 철저히 하자. 장기간 여행이 될 경우 기간에 따라 치료제가 많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외부의 충격에도 일정부분 견딜만하게 꼼꼼히 보관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약품이 담긴 유리병이 깨지거나 금이 간 경우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따라서 안전하게 포장이 되어 있는지 잘 살피고, 외부의 기온차가 생기더라도 약가방 안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단열제로 되어 보냉 약 가방을 사용하는 게 필수이다. 한국혈우재단이나 제약사에서 제공되는 약 가방은 보냉 기능이 내장된 가방들이다.

▲ 약품보관용 보냉가방은 제공회사별로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다. 여름철 뿐 아니라 동절기에도 주사용주가 얼지 않도록 보냉용가방을 이용하는 게 좋다.

▲온도계가 장착된 보냉 약가방, 아직 국내 혈우사회에선 선보이지 않고 있다.

일곱 번째, 끝으로 여행 종착지에서 가장 가까운 혈우병 치료병원을 확인해 두자, 응급시 무턱대고 큰 병원이라고 찾아갔다가 혈우병 치료제가 없어서 병원을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기도 한다. 한국코헴회 홈페이지와 한국혈우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확인하고 한국코헴회 각 지회 임원연락처와 각 병원 담당선생님을 꼭 메모해 두자.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