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 그리고 안하는 것?

혈우병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스스로 ‘타협’해야 할 때가 많다.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안하는 것이 있고,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도 있다. 예컨대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가 점등될 때 ‘뛰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할 때도 있다. 남은 시간을 보면 ‘분명 뛰면 건널 수 있는 거리 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음신호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혹시 뛰다가 관절에 출혈이라도 생기면 결국 그 뒷감당은 내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음신호를 기다리는 내 자신을 자주 보게 된다. ‘소극적으로 바뀌는 거냐?’라고 물어 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즉흥적인 걸 자제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감성적 표현으로 슬쩍 덮어 본다.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고층빌딩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을 때, 고작 한 두 층만 올라가면 되는 곳도 옆 사람 눈치를 살피지 않고 ‘오름’ 버튼을 누르고 유유낙낙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탑승하면 물론 가장 먼저 하차하게 된다. 이럴 때면, 탈 때와는 달리 주변 눈치를 살핀 후... 낯이 좀 따갑게 느껴진다면 괜스레 다리를 좀 더 절면서 슬그머니 내려온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이런 행동은, 어떤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다. 귀찮은 것도 아니고 게으른 것도 아니다. 다만 몸이 더 불편해 질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다.

◇ 때 아닌 비트코인? 경제이야기라도 할 요량?

요즘 가상화폐를 놓고 진실공방이 거세다. 한 환우는 올여름 300만원이나 되는 전자화폐를 두어개 샀다고 한다.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트를 타듯 가격이 급변하니 강심장도 견디기 어렵다며 손해보고는 팔았다고 한다. 그 후 오늘 시세를 보니 1개에 1천만 원이 넘었더라. 폭등도 이런 폭등이 없다. 갑자기 비트코인을 말해본 이유는 주식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혈우병과 주식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런데 묘한 관계가 있더라. 혈우병 치료제를 만들어 공급하는 녹십자(006280)는 ‘그린모노’ 출시를 앞두고는 한 주당 4~5만원 대였다. 많은 환자들이 이 치료제를 통해 치료를 받게 되면서 녹십자 주가는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긋더니 이윽고 지난 2015년엔 28만원까지 올랐다. 지금은 약 22~23만원대를 유지하는 듯. 결과를 갖고 이야기하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러면 앞으로 올 전망치를 풀어볼까나?

최근, 혈우병 치료제와 관련았는 국내 회사가 몇 곳 눈에 띤다. 그 중에 관심 가져볼만한 곳은 먼저 이수앱지스(086890)이다. 혈우사회에서 이수앱지스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시판되고 있는 혈우병 치료제도 없다. 그런데 왜? 이 회사가 혈우사회에서 최근 관심이 급등하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의 임상을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판을 앞둔 3상 임상도 아니고, 고작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는 1상 임상인데도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은 국내 보다 전세계 혈우병환자들에게 더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되지 않았던 피하주사 방법으로 혈우병을 치료할수 있는 치료제를 임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감기까지 오래간다고 하는데... 빠른 출시가 되면 정말 큰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당초 이 회사는 신약에 대해 국내임상을 결정하고 나선뒤 한동안 환자들의 임상참여가 순조롭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양새였다. 그러고 보니 금년 9월 중순경까지 5,500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그런데 최근 환자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살며시 대보니, ‘누가 임상에 참여했는데 괜찮더라~ 어쨌더라~’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곧 임상 성공’이야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내년 5월에 있을 세계혈우연맹학술대회(WFH)에 성공적인 임상결과를 발표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글쎄? 그래서인지 최근 주가는 9,000원을 훌쩍 넘었는데 대부분 외국인들이 이 회사 주식을 엄청 샀더구만.

이수앱지스에 이어 또 하나 관심을 가져볼 만한 혈우사회 관련 제약사 중에 jw중외제약(001060)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이 회사 주식은 금년 초 54,000원쯤 했는데 9월말이 되면서 4만원으로 훅~ 떨어졌다가 최근에 다시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혈우사회에서 jw중외제약을 관심 있게 보는 이유는, 며칠 전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아낸 혈우병 항체치료제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이 회사가 확보했기 때문이다.

혈우병 항체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가 ‘노보세븐’이라는 치료약물로 전세계에서 약 20년간 판매 해 온 무소불위의 시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된 ‘헴리브라(임상명칭 ACE910 에미시주맙)은 기존치료제보다 그 효과가 월등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제혈우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희귀약물로 지정되면서 허가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고, 국내출시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혈우병 항체 환자들뿐만 아니라 8인자환자 치료에도 적응증이 있기 때문에 시장 확장성은 이미 담보된 상태이다. 다만 국내 혈우사회에서 jw중외제약이 마케팅을 어떻게 녹여 낼지가 관건이다. 자명한 것은 국내 허가진행도 되기 전이지만 혈우병 환자들 사이에선 이미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SK케미칼이다. 현재 이 회사는 내달 1일자로 사업부문이 나뉘게 되는데, 혈우병 치료제가 포함된 바이오쪽 사업부문을 유심히 관심 가져 볼만하다. 이미 해외에서 다국적기업 CSL사 이름으로 시판되고 있는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있다. 그런데 이 치료제의 핵심 기술은 바로 SK케미칼에서 보유하고 있어서 일정부분 로열티 수입을 확보했고, 국내 출시까지 성공을 거두게 되면 국내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앱스틸라는 혈우병 8인자 치료제인데 국내에는 녹십자 샤이어 화이자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내년엔 한국유씨비제약이 개선된 8인자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적극적 마케팅이 아니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기존 치료제보다 장점을 가지고 있어 마케팅 방법만 잘 구사하면 안착될 가능성이 높다.

에필로그 : 혈우사회에 때 아닌 주가분석? 이제 됐고.

“혈우병 환자들의 꿈이 점차 많아진다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제한된 영역, 제한된 시간, 제한된 행동들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들이 너무 많다. 혈우사회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면서 환자들에게는 아픈 시간보다 아프지 않은 시간이 많아진다는 거다. 누워있어야 할 시간보다 움직일 수 있는 행동의 자유가 많아지는 것. 어쩌면 일반인들에겐 너무나 당연했던 그런 시간들이었다. ‘할 수 있을까? 에이~ 하지말자...’ 이제 우리 이런 고민은 그만 하자. 그리고 우리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정작 환우들이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삶을 찾아 희망을 이야기하자....”라는.... 이런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