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미성년자 유인·사체유기 혐의로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중학생 딸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의 엽기적인 범행의 전말이 드러나고 그의 딸 또한 적극적인 범행가담 혐의가 밝혀져 6일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이 부녀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질환 '거대백악종'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질환의 하나인 거대백악종은 치아 뿌리를 감싸며 치아와 턱뼈를 연결하는 백색의 백악질이 종양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병이다. 유치가 자라는 2세 전후와 영구치열이 형성되는 6~7세 시기에 급격하게 병이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종양이 커지면서 얼굴 뼈대가 뒤틀리고 심할 경우 호흡까지 곤란해지기도 하는데, 현재까지의 치료는 자라는 종양을 수술을 통해 계속 잘라내는 것에 그치고 있다. 유병률은 전세계에 10명 안팎으로만 보고될 만큼 극희귀질환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이영학과 그의 딸만 앓고 있는데, 이들의 사례를 통해 거대백악종이 유전될 수 있음이 처음 보고되기도 했다.

물론 혈우병, 고셔병 등이 포함된 정부의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지원사업 대상질환에도 거대백악종은 들어가있지 않다.

이영학과 딸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일부 시민들은 '진짜 병을 앓고 있는 건 맞나?'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이씨는 9세때 거대백악종이 발병해 10여 차례 수술을 거쳤고 지금은 종양의 성장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어금니아빠'로 불린 이유도 턱뼈와 잇몸을 잘라내는 수술이 반복돼 어금니만 겨우 남아있다는 사실이 모금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럼에도 자신과 딸의 사연으로 모금된 약 13억원의 후원금 중 딸의 치료비로 쓰인 것은 고작 75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여타 희귀질환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나 희귀질환사회를 돕고자 하는 선량한 의지에까지 상처가 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부단체들은 서둘러 기부금 사용내역과 지정아동 기탁금 전달내역 등을 후원자들에게 이메일과 우편을 통해 발송하는 등의 자구책을 펴면서도 쇄도하는 후원 중지 요청전화에 당혹해하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도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만큼 연말 기부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는 기획재정부 선정 단체인데도 질병만 앞세워 모금하는 무자격 단체로 오인될까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오해의 우려 속에서 대표적인 희귀난치질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혈우병 사회의 건강한 행보와 자생적인 성장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희귀질환 환자라 하여 특별히 대우받거나 보호받기보다는 사회 속에서 구성원들과 유기적으로 관계맺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에 집중해야 하겠다.

특히나 치료기술 발전과 의료보장성 확대로 적극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해진 혈우병의 경우라면 더더욱 사회 구성일원으로서의 당당한 역할이 요구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건강한 자리매김을 할 때에 사회적인 지원과 응원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