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치료는 조기 출혈 시 치료제를 적절히 투여하거나 예방요법을 통해 잘 관리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의 치료는 90년대부터 정착되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혈우병 치료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통증을 완화하고자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보린 펜잘 등 혈우병 환자들에게 매우 귀에 익은 진통제들이다. 특히 아스피린은 혈우병환자에게 금물(출혈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타이레놀이 그나마 부작용이 없는 진통제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혈우병 환자에게 출혈이 방치되면 그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구나 자연출혈 중에서도 급성 관절출혈이 발생되면 호흡까지 곤란해지고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 고통이 극에 달한다. 요즘에는 예방요법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증 혈우병 환자들도 가정요법으로 심각한 출혈횟수를 상당히 줄였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출혈에 의한 통증보다는 소위 ‘뼈통’이라는 관절 신경통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술요법으로 치료하기도 하지만 생각 보다 많은 환자들은 강한 진통제에 의존한다.

중증 혈우병 환자 30~50대 사이에 가장 익숙한 진통제는 ‘세레브렉스’ ‘울트라셋’ ‘트리돌’ 등 이들 삼형제(?)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진통제들은 심장이나 콩팥 또는 간 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런 진통제들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진통제처럼 위장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약사들의 조언들을 숙지하고 장기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출혈이 아닌데, 통증이 시작됐다.”

빈번한 출혈로 관절기능이 저하되면서 발생되는 통증들이 있다. 출혈이라면 치료약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출혈이 아닌데도 통증이 시작되면 진통제를 찾게 된다. 일부 환자들은 ‘진통제는 무조건 나빠’라는 인식 때문에 통증을 강제로 참아가면서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진통제 복용은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적당하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 신체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통증이 없는 움직임으로 고착화되어 가는데, 이런 경우 몸의 뒤틀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다리를 절거나 어깨를 숙이게 되거나 몸이 전반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우가 발생되기도 한다. 아프지 않게 걷기 위해 몸이 스스로 그런 자세를 만들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것을 놓쳐 버리는 경우가 있다.

진통제 복용을 무조건 배척하는 건 혈우병 환자에게 득보다 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거나 과량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절히 복용하게 되면 통증을 감소시키고 몸의 균형과 자세를 보정할 수 있다.

혈우병 환자의 효과적인 진통제 복용은?

국내외 재활의학과 분야의 권위자 김돈규 중앙대의학과 교수는 혈우병 환자들의 ‘세레브렉스’ 복용과 관련해서 “환자에 따라 하루이틀 정도가 아니라 꾸준하게 일주일 이상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돈규 중앙대의학과 교수

김 교수는 한국혈우재단(이사장 황태주)이 지난 2011년 6월경, 중앙대학교병원과 ‘지정병원 운영 협약’을 체결한 뒤,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재단의원 내에서 ‘재활의학클리닉’ 정기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대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겸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맡았고, 2015년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의무분과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PM제도 운영위원, 대한재활의학회 홍보위원 및 학술정보위원, 대한사격연맹 의무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관련분야 전문가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많은 혈우병 환자들이 김 교수의 진료를 통해, 각종 관절 시술과 관리를 받았고 지금도 서울 재단의원 내에서 정기적으로 혈우병 환자들에게 진료상담을 하고 있다(재단의원 간호사실 02-3473-6100, 내선 104번에 문의 후 예약가능).

슬기로운 환자들이라면, ‘출혈’뿐 아니라 ‘통증’에 대한 상담도 전문 의료인을 통해 ‘최적의 처치방법’을 만나보자.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