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으로 낙담에 빠질 때가 있다. 가슴이 아프면 나는 조깅을 한다. 조깅을 하면 몸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다.”

▲ 영화 '중경삼림' 중

영화 <중경삼림>에서 나온 대사다.

나는 3년을 넘게 만난 사람과 헤어졌다. 하지만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다. 그런 내가 너무 신기해 보이는 걸까.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때때로 이렇게 묻는다.

“너 정말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헤어진 이후부터 내겐 엄청난 일들이 몰아쳤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울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슬픔? 그리움? 그런 감정은 여유가 있을 때 찾아온다. 예를 들어 당장 내 뒤로 미친 코뿔소가 돌진하고 있다 생각해보자.

과연 자리에 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있을 시간이 있을까? 아마 우리는 죽도록 뛰고 있을 것이다.

헤어진 이후 나의 삶은 계속 그랬다. 내 뒤로 미친 코뿔소가 계속해서 돌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리다 보니 더는 코뿔소가 날 쫓아오지 않았고 지나간 슬픔은 더이상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렇게 터벅터벅 걷다가 중간중간 찾아온 행복에 또 슬쩍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이처럼 우리는 때때로 감정이라는 함정에 속는다.

너무 슬퍼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너무 우울해서. 다양한 이유로 일상을 놓고 무기력한 삶을 보낸다.

그럴 땐 방금 말한 것처럼 내 뒤로 미친 코뿔소가 쫓아오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다른 걸 하지 않으면 저 코뿔소가 날 들이받을 거라고, 그렇게 상상하자. 코뿔소가 싫다면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걸 떠올려도 좋다.

그 누구도 자신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울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울고 있다면 떠올려라.

지금 당신 뒤로 미친 코뿔소가 쫓아오고 있다고.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