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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섹수술 받은 혈우병 환자 '이럴수가...'중증 혈우환우의 시력교정 경험담
김태일 기자  |  saltdoll@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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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12  19: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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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라섹수술 받으러 들어가면서... 그 뒤로 저 안경은 어디갔는지 찾지 않게 되었다.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라섹수술을 지난해 11월 했다.

대부분 그렇듯이 어릴땐 모든 것이 선명하게 잘 보였지만, 자라오면서 조금씩 눈이 침침해지고 자주 건조하고 전형적인 근시 증상을 보였다. 어른들 말씀처럼 TV를 너무 가까이서 봤나?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북목도 되었고 안경을 쓰지 않으면 운전하기 어려운 정도. 수술 전 시력이 양쪽 모두 0.3 정도였던 것 같다.

잘 안보이는 것도 문제지였지만 안경때문에 불편한 일이 많아서 더 수술을 정하게 된 것 같다. 뭘 하나 하려해도 안경부터 찾아야 하고, 운동이나 여행 할 때도 걸리적 거리는 안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안과병원을 오래 알아본 것은 아닌데, 큰아들이 다니던 병원이 라식 라섹 수술로 인천에서 유명한 곳인걸 알고 거의 즉흥적으로 예약을 잡고 검사를 했다. 가서 보니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의 수술 후기와 홍보 포스터가 줄줄이였다. 사실 그런 것보다 더 끌린 건 소속 의사들(다 원장이래)이 자기 병원에서 라식 한 기록을 보고 안심되었던 것 같다.

시력교정술로 크게 구분되는 방식은 흔히 아는 라섹, 라식, 렌즈삽입술 정도가 있다고 했다. 알려진 바대로 라섹은 각막 상피를 물리적으로 살짝 (닦듯이) 깎고 레이저로 굴절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이고, 라식은 각막 상피를 절삭해 들어냈다가 레이저로 교정 후 다시 덮어주는 걸 말한다. 렌즈삽입술은 고도근시나 각막이 얇은 이들을 위해 레이저를 쓰지 않고 안구 내에 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방식.

나이가 40대 중반이라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다행이 각막이 두껍고 상태가 좋아서 가장 가볍게 할 수 있는 라섹수술을 권유받았고, '일반 라섹'과 '스마일 라섹'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이름에서도 느껴질 수 있듯이 스마일 라섹이 200만원대로 두 배 가까이 비쌌다. 더 최근 개발된 기계와 레이저를 사용, 조사부위가 최소화되어 눈시림이 적고 회복이 빠른 것이 스마일 라섹의 특징이라 했다. 그치만 원래 아픈 거 잘 참는 체질이고 그정도 이점으로 100만원 이상 더 쓰기에는 하고 싶은 게 아직 많은 나이라... 일반 라섹으로 결정! 그리고 상담사가 일반 라섹을 설명하면서 '되게 아플 거'라고 말하는 게 이전 경험자들에게서 듣던 것보다 과장된 것 같아서 상술에 넘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엔 좀 후회되기도ㅎㅎ)

검사와 상담 후 다음주에 가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간단하고 짧게 끝났다. 해 본 사람은 다 공감할 듯. 동그랗게 눈만 잘 뜨고 있으면 반짝반짝 몇 번 하고 탄내 좀 나고 "끝났습니다" 출혈은 당연히 있을리 없는 것. 회복실에서 10분 앉아있는 동안에도 와우, 신세계가 펼쳐져보였다. 이렇게 금세 시력이 좋아지다니!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주의사항에 있었으니 선글라스 챙겨 쓰고 가족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운전하면서 바라본 11월의 길 가 풍경. 사진과 똑같이 보인다는 게 신기

당황스러운 일은 다음날 새벽부터 바로 다가왔다. 한동안 눈이 시릴 거라고는 들었지만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시리고 눈물이 줄줄 날 줄이야. 업무때문에 새벽부터 컴 작업을 해야했기에 며칠간은 많이 힘들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안약을 넣고 빛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도록 시간을 가졌다. 모니터 밝기는 최소화하고 윈도우는 다크모드로 변경했다. 자신만만해 했지만 사실 운전도 쉽진 않았다. 최대한 실눈을 뜨고 손수건을 옆에 끼고 다녀야 했다.

한 4일 정도? 그렇게 진땀을 빼고 나니 의사 말처럼 조금 편안해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주차별로 검진과 시력검사를 받으며 조금씩 올라가는 시력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결과적으로 수술 전 예상했던 시력보다 조금 상회하는 1.0까지 회복했고 한 달 넘게(원래는 두 달 쓰라고 했으나) 두가지 안약을 쓰며 잘 관리했다.

수술 후 4개월, 현재 모든 일상생활에 어려움 없고 멀리까지 잘 보인다. 아직도 얼굴에 안경이 있는 것처럼 손이 올라가는 습관이 있지만 늘 따라다니던 안경이라는 도구가 없어 편한 점은 상당히 많다. 씻을 때도 그렇고 여행때 선글라스 편하게 쓸 수 있는 건 만족도를 더 끌어올린다.

단, 의사가 수술 전 너무나도 정확하게 설명했듯이 30cm 정도 내 가까이 있는 사물은 오히려 좀 흐리게 보이고, 어두운 곳에서 휴대폰 화면은 좀 번져 보인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겠지 싶은 거다. 나중에는 가까운 걸 더 잘 보기 위해 돋보기 안경을 필요로 할 수 있고 밤에는 폰 보지 말고 일찍 자면 되는 거다.

내가 라섹 했다는 얘기 듣고 후배 혈우병 환우가 문의해왔는데 적극 추천했다. 흔히 40세 넘어가면 시력교정술 어렵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꼭 그런 것 아니니 안과병원의 문을 두드려보기 바란다. 그 후배는 근시 난시가 심해 렌즈삽입술을 권유받았다 한다.

한가지 명심할 건, 수술 후 회복기간을 한 달 이상 충분히 갖고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주일간은 컴퓨터나 시각적으로 정교한 작업, 운전을 최소화할 수 있게 스케줄을 준비할 것.

눈으로 본다는 것은 세상과의 연결을 의미하고 더 많은 감동과 영감을 내것으로 만들 필요조건이라 생각한다. 시력교정술을 고민하고 있는 혈우인이 있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지 말고 마음을 내라고 말하고 싶다.

▲ 여행때 눈이 오나 비가 와도 안경이 없다는 건 참 편했다. 그런데 아들이 또 안경을...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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